'좋은 선배' 코스프레→'협박·폭행에 범법 강요' 추악한 민낯... 오재원은 두산 팬에 잊고 싶은 악몽이 됐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4.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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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출신 야구선수 오재원. /사진=뉴스1
상대팀 입장에서 '혐오감'을 자아내는 행동을 한다고 '혐재원'이라고 불렸던 오재원(39)이었다. 그만큼 안티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에서 활약하며 '우리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우리팀일 때만큼은 이토록 든든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응원팀 팬들에겐 누구보다 잘했고 후배들에겐 든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인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숨겨진 모습에 감춰진 가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2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두산 구단에서 자체 조사 후 수면제 대리 처방을 한 선수 8명을 KBO에 자진 신고했다"며 "아직 조사 중인 상황이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오재원 사태'에 두산 후배들도 관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재원은 지난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 혐의를 받는 오재원을 구속 기소됐다.

2022년 11월부터 1년여에 걸쳐 총 11회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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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3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지인 9명으로부터 89차례에 걸쳐 수면제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산 혐의도 받았는데 이 지인 9명 중 8명이 두산 선수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를 최초 보도한 한 매체는 후배들과 그가 나눈 메시지까지 공개했는데 "흉기로 찌르겠다", "팔을 지지겠다" 등 충격적인 발언이 담겨 있었고 후배들은 팀 내에서 누구도 무시 못 할 위치에 올라 있는 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두산 관계자 측은 스타뉴스에 "(해당 문자 등) 내용을 다 확인해 볼 수는 없었지만 보도된 것처럼 공통적으로 위계질서를 이용한 부분이 당연히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약 투약의 죄가 더 무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스스로 책임을 지고 죗값을 치르면 그만인 문제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것은 야구 팬들로서 더욱 괘씸하게 여겨지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진 신고를 한 8명의 경우 조사를 받고 있다. 오재원이 위계질서를 이용한 협박과 폭행까지 써가며 강요를 했다고 하더라도 수면제 대리 처방은 분명한 범법 행위이다. 8명의 선수들이 처벌 혹은 KBO, 구단의 징계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과거 후배들을 위하는 멋진 선배처럼 행동했던 그이기에 더욱 배신감을 들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던 오재원은 '덴 매거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는 코리안 특급을 너무 싫어한다. 이제 일반인이니까 이야기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를 정말 빛냈고 '코리안 특급'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창시자다. 하지만 그전에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서 그분을 응원하고 그랬던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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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찬호 관련 작심발언을 하는 오재원. /사진=유튜브 덴 매거진 채널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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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찬호 관련 작심발언을 하는 오재원. /사진=유튜브 덴 매거진 채널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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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찬호 관련 작심발언을 하는 오재원. /사진=유튜브 덴 매거진 채널 영상 갈무리
이어 "그가 한 번씩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해설할 때는 당연히 말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닌 걸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역풍을 맞았지만 발언 취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재원은 "해설은 제3자를 위해 하는 것이다. 해설할 때 청취자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해설할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저 수비 정말 아쉬웠다', '저 타격은 매우 아쉬웠다' 이런 말은 되게 하기 쉽다. 또 '내가 봤을 때...' 이런 식의 말들은 자기가 본 것일 뿐이다. 그런 무책임한 말들의 향연으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그게 이미지가 돼 버린다. 그런 게 정말 싫었다"고 전했다.

해설위원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억울한 선수들의 심정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을 응원했던 팬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것도, 후배들을 바보로 만든 것도, 후배들을 억울한 입장으로 만든 것 또한 자신이었다.

오재원은 두산에서만 16년을 보내며 통산 157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의 성적을 올렸다. 이 기간 세 차례 우승(2015, 2016, 2019)을 이끌었는데 특히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며 특유의 리더십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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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두산의 우승을 이끈 뒤 김태형 감독(왼쪽)과 오재원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타 팀 팬들에게 오재원은 얄미운 존재였지만 두산 팬들에겐 달랐다. 그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두산이 외치는 '허슬두'를 가장 잘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현역 시절 막판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음에도 두산이 2022년 10월 잠실구장에선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해당 경기엔 많은 팬들이 찾아 뜨겁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한 애틋함이 깨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민적 공감을 사지 못한 박찬호를 향한 저격, 후배 양창섭의 사구를 두고 저격하더니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벌인 논쟁과 라이브방송에서 보인 원색적 비난과 욕설까지 팬들마저도 오재원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두산을 이끌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김태형 감독(현 롯데)을 향해 자신의 SNS 라이브 방송에서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태형 감독님은 선수들한테 고마워해야 된다. 세 번이나 우승시켜 주지 않았느냐"고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마약 사건은 두산 팬들에게 오재원이 두산의 선수였다는 것조차 부끄럽게 만들었는데 수면제 대리 처방을 위해 후배 여럿을 계획적으로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권위를 악용해 협박과 폭행을 저지르면서까지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그를 향한 감정을 분노로 뒤바꿔놨다.

8명의 선수들의 면면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두산으로선 크나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수면제 대리 처방이 범법 행위인 게 분명하기에 처벌 혹은 징계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온다. 우승에 공헌을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 두산 팬들에게 오재원은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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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자신의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오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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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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