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후임의 벽 높았다' 서둘러 짐 싼 트루시에 감독 "기대 못 미쳐 죄송" 사과... 베트남 축구는 '재몰락'

박재호 기자 / 입력 : 2024.03.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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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트루시에 감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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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전 베트넘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23년 10월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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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트루시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23년 10월 16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립 트루시에(69) 감독이 베트남 축구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베트남 국민의 열렬한 환영 속에 떠났던 전임 박항서(65) 감독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베트남축구협회(VFF)는 지난 26일(한국시간) 트루시에 감독과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했다. VFF는 "트루시에 감독이 베트남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의 높은 책임감과 전문성을 인정하며 행복을 기원한다"며 "협회도 팬들의 기대에 도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박항서 감독의 후임으로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트루시에 감독은 약 1년 만에 대표팀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2000년대 일본 대표팀을 이끌며 2002년 아시안컵 우승, 2022 한일 월드컵 16강 진출 등 괜찮은 성과를 이룬 지도자였지만 베트남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트루시에 감독의 경질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연달아 패한 것이 결정적이다. 앞서 베트남은 26일 인도네시아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F조 4차전에서 0-3으로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직전 3차전 0-1 패배에 이어 인도네시아전 2연패다. 최근 A매치 10경기에서 9패를 당할 정도로 성적은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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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트루시에 감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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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지켜보는 필립 트루시에 감독. /사진=뉴시스
이날 베트남은 전반 8분 만에 제이 이제스가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어 전반 23분 라흐나르 오라트망운이 추가골, 후반 추가시간 라마단 사난타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으며 완패했다.


현재 베트남은 F조에서 1승3패(승점 3) 3위로 쳐졌다. 이라크가 4승(승점 12)으로 선두,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가 2승1무1패(승점 7)로 2위다. 각 조 상위 2개 팀이 최종 3차 예선에 오르는데 2차 예선에서 부진이 거듭되자 결국 베트남축구협회는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했다.

특히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대폭 늘어 아시아 본선 진출권도 4.5장에서 8.5장으로 많아졌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이 아시아 최종예선에 올랐던 만큼 베트남 국민은 이번엔 월드컵 최초 진출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은 고사하고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베트남은 남은 필리핀, 이라크와 두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역전 2위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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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전 베트넘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23년 10월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베트남은 '박항서 축구'를 그리워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거둔 성과는 대단하다.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부임한 뒤 5년간 지휘하며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안게임 4강(2018년), AFF 챔피언십 우승(2018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축구 우승(2019년, 2021년), 월드컵 최종예선 첫 진출 등을 이뤄냈다. 부임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30위권대였지만 5년 동안 96위까지 끌어올렸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월 AFF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베트남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VFF는 2019년 베트남 18세 이하(U-18) 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는 트루시에 감독을 대표팀 자리에 앉혔다. 2000년대 일본을 이끌며 준수한 성적을 낸 것 외에도 남아공, 나이지리아, 카타르에서 지도자를 지낸 경험을 믿었다. 하지만 트루시에 체제에서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이전'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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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한편 트루시에 감독에게 완패를 안긴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1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보임한 신태용 감독은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우승,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성과도 목전에 뒀다. FIFA 랭킹도 부임 당시 179위에서 142위까지 40계단 가까이 끌어올렸다.

'베트남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베트남 원정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 나쁜 기록이었지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오늘이었다. 마침내 기록이 깨졌다"고 기뻐했다.

이어 "경기 내용도 굉장히 여유로웠다. 반면 베트남은 지난 경기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무척 힘든 상황이었다. 적지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싸웠고 승리했다. 운 좋게도 기록도 경신했다"며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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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지난 1월 30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 대 대한민국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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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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