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사토' 주인공, 14년 전 악몽 재현에 "감독님 마음 알겠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11.09 14:27
  • 글자크기조절
image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일본 좌익수 G.G. 사토가 8회 말 고영민의 외야 타구를 놓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14년 전 올림픽에서 한국을 상대로 어설픈 수비를 보여줬던 G.G. 사토(44)가 이번에는 게임에서 자신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

일본 매체 데일리스포츠는 7일 야구 게임 '프로야구 스피리츠'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사토의 근황을 소개했다.


선수 시절 8년 동안(2004~2011년) 뛰었던 세이부 라이온즈의 게임 내 감독 역할을 맡은 사토는 플레이 도중 어이없는 수비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한 점을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2회말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한 그는 유격수 쪽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잡을 수 있는 공이었지만 유격수는 이를 잡아내지 못했고, 이때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이 실수가 빌미가 돼 사토의 팀은 2회말에만 7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사토의 세이부는 9-4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사토는 '수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감독을 해보니 경기에서 얼마나 수비가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실책으로 경기를 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2018년 별세)의 마음을 알게 됐다"는 농담 섞인 말도 던졌다.


이는 사토의 선수시절 최악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의 실수에서 비롯된 말이다. 당시 일본 대표팀의 좌익수로 출전한 그는 4강에서 대한민국과 맞대결을 펼쳤다.

8회말 이승엽(46)의 홈런으로 4-2로 앞선 상황에서 한국은 2사 1루를 만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고영민(39)은 좌중간으로 향하는 타구를 날렸다. 낙구지점을 포착한 사토는 글러브를 갖다댔지만 공이 튕겨나가며 옆으로 흘렀다. 1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며 한국은 쐐기점을 올렸다.

당시 해설자였던 허구연(71)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고마워요 사토"라고 말한 것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이 실수의 임팩트는 컸다. 결국 이날 2-6으로 패배한 일본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미국에 무릎을 꿇으며 '노메달'로 귀국했다.

사토의 말은 베이징 올림픽 당시 자신의 실수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호시노 감독에게 전하는 미안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시 호시노 감독은 주로 우익수로 출전하던 사토를 좌익수로 내보내면서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자신도 실책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사토는 선수를 위로했다. 실수를 저지른 선수에게 그는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 신경쓰지 마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앞서 사토는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베이스 커버 도중 실수를 하며 비난의 대상이 된 고우석(LG)에게도 "한국에서는 전범 수준으로 비난받고 있다"며 "한국을 위해 열심히 뛰었으니 너무 비난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그러면서 고우석에게 "힘들면 내게 전화나 문자를 해도 된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