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김정우 안산그리너스 코치는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당시 곽태휘 청두 룽청 코치의 안타까운 부상 낙마를 지켜봤던 터라,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들의 부상 관리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김 코치만의 조언이 아니었다.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은 "소속팀이든 대표팀이든 무리하지 말고 몸 관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월드컵이다. 선수 스스로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조재진 대표도 "리그 일정을 계속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질 수도, 부상을 당할지도 모른다. 큰 대회를 앞두고 있으니 조심하면서 모든 컨디션을 월드컵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월드컵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부상은 어느 팀이든 부상이 가장 민감한 이슈다. 4년을 기다리며 준비한 대회인 만큼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 선수도, 팀에도 막대한 손해일 수밖에 없다. 월드컵을 경험했던 선수들이 입을 모아 부상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런데 벤투호는 특히나 부상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팀이다. 선수층이 두텁기보다는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은 탓이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등 외신들도 핵심으로 꼽는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포지션 역시도 주전 의존도가 높은 게 벤투호의 특징이다. 조직력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부상이라는 변수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월 일본 원정에서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는 미드필더 정우영. /사진=대한축구협회 |
최근 9월 코스타리카, 카메룬과 2연전에서도 벤투 감독은 어떻게든 선수층을 다양하게 만들기보다는 기존 선수들을 다시 실험하는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마요르카)을 비롯해 양현준(강원) 조영욱(FC서울) 김태환(울산현대)은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훈련이 아닌 실전에서 어떠한 활약을 펼치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물론 대표팀에서도 주전과 백업의 역할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벤투 감독 스스로 더 크게 만들었다는 점이 문제다. A매치 평가전이 있을 때마다 대부분 주전에만 출전 기회를 줬던 것도 마찬가지다. 주전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부상은 벤투호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김진수(전북)의 부상 우려에 대표팀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천수 위원장도 "벤투 감독은 정직원 개념으로 선수를 운영한다. 그래서 부상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최근 경기들만 봐도 일부 에이스만 빠지면 경기력이 크게 저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개막이 불과 두 달도 채 안 남은 시점, 특히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은 벤투호의 월드컵 도전을 크게 뒤흔들 치명적인 변수로 남게 됐다. 4년에 걸쳐 벤투 감독 스스로 만든 환경이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왼쪽)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