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974 스타디움', 사상 최초로 월드컵 후 사라진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8.05 10:36 / 조회 :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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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도하 해안가에 위치한 974 스타디움 전경. 974개의 콘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임시 경기장으로 대회 후 철거된다. /AFPBBNews=뉴스1
올해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 면에서 특이한 대회다. 중동 지역에서 펼쳐지는 첫 월드컵이자 사상 최초의 '겨울 월드컵'이다.

중동 지역은 보통 월드컵이 개막했던 6월에는 날씨가 무덥고 습해 대회를 개최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2~2023 시즌 유럽 축구는 월드컵 브레이크를 갖게 됐다. 시즌이 끝나고 월드컵 본선에 나섰던 과거와는 다르다.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평소보다 약 2주 정도 빠른 시기에 개막한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예기치 못한 결과가 속출했다.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장마 때문에 5월 31일에 대회가 개막했다.

유럽 리그가 끝나고 휴식기를 충분히 갖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일부 국가는 선수들의 '번 아웃' 현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와 강호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개최국 한국은 4강에 진출했다.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 가운데 유럽파는 안정환(46·당시 이탈리아 페루자)과 설기현(43·당시 벨기에 안데를레흐트)뿐이었다.

카타르 월드컵이 과거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첫 선을 보이는 경기장들이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대회가 끝난 뒤 곧바로 없어지거나 관중석이 축소된다.

카타르는 인구가 300만 명이 되지 않는 소국이다. 역대 월드컵 개최국 가운데 우루과이(1930년)에 이어 가장 인구가 적다. 월드컵 경기장과 같은 대형 규모의 축구장을 평소에는 관중으로 채울 수 없는 수준이다. 아무리 카타르에서 축구 열기가 상승한다 하더라도 모든 월드컵 경기장을 대회가 끝난 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는 힘든 구조다. 카타르 프로축구 리그 경기의 평균 관중은 5000명 수준이다.

여기에 석유 생산으로 부를 유지해 온 카타르 입장에서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 월드컵을 지향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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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컵 카타르-이집트전을 관람하는 카타르 관중들. /AFPBBNews=뉴스1
그래서 카타르는 974 스타디움을 지었다. 이는 974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만든 임시 경기장이다. 이 구장은 건설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월드컵 경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건축 자재 비용이 크게 절감됐기 때문이다. 또한 월드컵이 끝나면 974 스타디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컨테이너 박스는 재활용될 예정이다.

올림픽에서는 경제성과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해 임시 경기장이 최근에 많이 지어졌지만 월드컵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이 경기장을 짓는 데 하필이면 974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이유는 카타르의 국제전화 국가번호가 974이기 때문이다.

974 스타디움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가운데 유일하게 인위적으로 경기장 온도를 낮추는 쿨링 시스템이 장착돼 있지 않은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경기장에 비해 바람이 많이 불고 시원한 편이고 통풍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환경적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경기장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지만 월드컵 이후 축소되는 경기장도 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가운데 8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어 최대 규모인 루사일 스타디움은 대회가 끝나면 관중석이 줄어든다.

대신 경기장 상층부에 카페, 병원, 학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루사일 스타디움 주변에는 인구 20만 명이 살 수 있는 신도시가 건립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경기장 사후 활용 계획은 관심을 끌고 있다.

루사일 스타디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인 알 바이트 스타디움은 6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지만 월드컵 이후에는 관중석이 3만 2000개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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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가 열리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내부 전경. /AFPBBNews=뉴스1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가 펼쳐지게 될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도 월드컵이 끝나면 축소된다. 주변에 대학들이 많아 에듀케이션 시티로 명명된 이 경기장은 4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됐지만 이후에는 2만 명 규모의 아담한 경기장으로 바뀐다.

지금까지 월드컵은 올림픽에 비해 경기장의 경제성과 지구 온난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시도는 인구가 적은 산유국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제22회 월드컵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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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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