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 / 사진=넷플릭스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인기 원작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성공적인 원작은 이미 형성된 기대감 탓에 손쉽게 관심이 집중될 수 있고, 원작의 틀을 가져오면서도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원작 팬들은 물론 보지 않은 새로운 팬들까지 유입시킬 수 있지만, '원작과의 비교'가 줄곧 작품의 발목을 잡는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지난해 12월 파트5로 대장정을 마친 스페인의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이 원작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이후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을 이용한 통일 직전 한반도의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시공간 설정과 이에 맞는 정서를 녹인 캐릭터들에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박해수가 연기한 '베를린'이 있다. 박해수는 조폐국에서 현장 지휘를 맡은 베를린 역을 맡았다. 베를린은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북한 개천 강제수용소 출신의 북한 최악의 수배범. 작전 현장 지휘를 맡은 그는 냉철한 카리스마로 삽시간에 모두를 긴장으로 몰아넣는다. 인간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건 공포라 믿으며 인질 컨트롤을 위해 교수의 계획마저 뒤흔든다.
작품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들 중에서도 베를린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극 중 베를린은 단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이다. 공포로 인질들을 통솔하고, 남북 출신으로 나눠 갈등을 부추기며 흔한 악역처럼 보이다가도, 또 묘하게 정당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베를린은 조폐국 내부에서 우두머리로 활약하면서 교수가 짜놓은 틀을 벗어나 돌발 행동을 하는 유일한 인물인데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박해수 / 사진=넷플릭스 |
특히 베를린은 설정이 바뀐 만큼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박해수는 자신만의 매력을 담은 새로운 베를린을 탄생시킨 셈이다. 특히 6화 인질의 생사 여부를 국민들에게 생중계 할 때 보여준 베를린의 날카로운 설전과 카리스마는 '박해수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박해수가 아닌 베를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선우진 역의 김윤진은 "남자 배우라면 베를린 역은 너무 욕심이 날 것 같다. 박해수 씨가 너무 멋있게 잘 소화해 주셔서 베를린 캐릭터가 좀 더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폐국 안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든든했고, 극이 더 빛난 것 같다. 박해수 씨가 베를린 역을 해주셔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부터 '오징어 게임', '야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까지. 마치 작품마다 얼굴을 갈아끼우는 듯한 박해수다. 오랜 기간 연극 무대에서 다져온 탄탄한 연기 내공을 다양한 작품에서 발휘하고 있는 박해수의 '열일'이 반가울 따름이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