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다" 박해일의 결심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7.02 11:00 / 조회 :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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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배우 박해일이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2사진제공=CJENM 022.06.2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데뷔 22년 차 배우 박해일에게도 처음은 있다. 박찬욱 감독과의 첫 호흡, 첫 형사 연기. "쉬운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던 박해일에게 '헤어질 결심'은 숙제이자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더욱 값진 필모그래피로 남을 듯한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주연 배우 박해일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해일은 밤낮없이 사건에 매달려온 흔들림 없는 형사지만 '서래'를 만난 후 휘몰아치는 감정에 빠지는 '해준'으로 분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형사로서 갖는 의심과 인간적으로 느끼는 관심을 동시에 품게 되는 '해준'의 세밀한 내면 변화를 큰 진폭의 연기로 소화해냈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시작부터 탕웨이와 박해일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준'의 '해'는 박해일의 이름에서 따왔을 정도다. 이날 박해일은 "원래 시나리오를 완성시켜놓고 캐스팅을 하시는 게 감독님의 작업 방식이다.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건 정서경 작가님과 작품을 준비할 때 중국 배우가 필요하다는 게 기본 전제였다. 들은대로만 애기하자면 탕웨이 씨와 제가 캐스팅이 돼야 작품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캐스팅을 먼저 하게 된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쓰시게 된 만큼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 배우가 가진 기질들을 시나리오에 활용하신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봤을 때 잘 읽혔다. 제 캐릭터에 대해서 난해하고 어려운 부분보다는 내가 그 인물이 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사의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이 연기하는 '해준' 캐릭터를 만들 때 영화 '덕혜옹주' 김장한 캐릭터를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해일은 "'덕혜옹주' 때의 말투가 그 시대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말투를 쓰기도 하고, 품위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해준' 캐릭터에도 활용하신 것 같다"며 "그래서 그런지 '해준'의 다소 문어체의 말투가 낯설거나 어렵지 않고, 매력있게 잘 소화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강했다. 형사라는 캐릭터와 말투가 충돌하는데, 그래서 더 매력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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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배우 박해일이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2사진제공=CJENM 022.06.2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박해일의 필모그래피 사상 형사 캐릭터는 처음이기도 하다. 그는 "(감독님께서) 기존 형사물과 다른 외적인 모습을 활용하시려고 하셨던 것 같다. 품위 있고, 직업에 자긍심 있는 캐릭터였다가 '서래'를 만나게 되면서 '해준'의 감정이 휘몰아치게 되고, 이 사람의 모든 것이 변화하게 되는 흥미로운 지점이 생겨나기 때문에 형사 캐릭터가 잘 구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쉬운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박해일은 "캐릭터 구축부터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해준에게 몰아치는 감정들과 마지막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상황들에 대한 표현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에두르지만 차오르는 느낌의 감정을 보여주는 그게 손에 잘 잡히지 않고 그게 좀 괴로웠던 게 있다. 결국 제가 해내야 하는 숙제였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장면이 나온 것 같아서 좋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의 시나리오에 대해 "이미 준비된 내비게이션 지도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와 콘티가 최적의 경로와 막히지 않는 시간까지 잘 알려주는 지도 같았다. 최소한 그것만큼이라도 잘 구현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했다"며 "탕웨이 씨도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콘티들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는데, 저조차도 놀랐다. 탕웨이 씨는 이 방식을 중국 영화계에 알려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 제작 방식에서 쓰이는 매력적인 방식이라는 걸 저도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을 통해 박찬욱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감독님은 제가 해내는 연기에 대해서 디테일한 부분을 지지해 주시고, 저 또한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구현해보고 싶었다"며 "감독님의 연출은 순간순간 포착하는 배우의 눈빛과 한 얼굴이 하나의 열쇠가 되고, 사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핵심 장치가 된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자로서 명확한 부분을 짚어주시는 명확한 테두리는 있지만 배우에게 많이 맡기고, 유연하게 찍은 연기에서 좀 더 깊이있게 들어가보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얻어내신다. 장면들을 찍을 때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희열감이 있을 것"이라며 "좀 더 많은 노력을 통해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 익숙한 것보다는 다른 낯선 지점의 것을 발견해서 만들어내려고 하신다. 뿌리까지 들춰내는 집요함이 있으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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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배우 박해일이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2사진제공=CJENM 022.06.2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특히 박해일은 첫 멜로 호흡을 맞춘 탕웨이에 대해서는 "소통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마음을 열고 저라는 배우를 맞이해줘서 감사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헤어질 결심'은 수사극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심문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집중도 있게 연기해야 하는 장면들이 꽤 있는데 그런 부분을 촬영할 때 서로의 미세한 감정이나 호흡을 느끼면서 했다. 상대방이 촬영할 때 리액션을 성실하게 해주는 태도들이 한 배우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도 열정적으로 해주셨던 게 기억이 나서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박해일은 탕웨이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탕웨이 씨가 한국어 대본, 중국어 대본, 영어 대본 세 권을 놓고 작품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저에게 한 첫 번째 부탁은 해준의 대사를 한국어로 녹음을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면 이 작품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녹음을 해드렸다. 큰 도움이 됐다고 얘기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김에 저도 중국어 녹음을 부탁한다고 제안했는데 정성스럽게 녹음을 해주셨더라. 저도 그걸 틀어놓고 해준 역할을 준비하기도 했고, 작품 톤도 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굉장히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님의 기존 필모그래피는 관객들 옆에 다가와서 감정의 스크래치를 내는 톤이었다면 '헤어질 결심'은 그 두 배우가 호흡하고, 미세하게 눈빛을 주고받고,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거리적인 부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을 시작으로 내달 '한산: 용의 출현'까지 연이어 극장을 찾는다. 그는 "촬영만 세 작품을 하다가 오랜만에 관객분들에게 제 영화를 소개하니까 낯설고 긴장되는 부분도 많았다. 근데 '그래. 이게 내가 하는 일이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반갑다"며 "매번 영화를 하다보면 칭찬을 받는 일도 있고, 아쉽다고 얘기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게 모두 결과적으로는 약이 되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어떤 반응이든 다 새겨듣고 싶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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