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상금 2배' 사우디 LIV 시리즈, 세계 골프 뒤흔든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6.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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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샬 슈워츨가 지난 12일(한국시간)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첫 대회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동 자본의 스포츠 투자는 21세기 세계 스포츠 산업의 핫 이슈로 자리잡았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시티와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 앙의 파리 생제르맹은 각각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과 카타르의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클럽으로 부상했다. 지난 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약 5000억 원을 들여 EPL의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매입해 화제가 됐다.


더욱이 카타르는 올해 11월 중동 지역 국가로는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다.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내부의 비리가 스캔들로 비화됐지만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는 중동 국가가 글로벌 메가 스포츠 이벤트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초기에는 유럽 프로축구 시즌을 잠시 멈추고 월드컵에 참가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럽축구연맹(UEFA)이 카타르 월드컵에 반기를 들기는 했지만 축구의 전 지구적 시장 확대라는 측면을 고려해 사상 최초의 겨울 월드컵이 열리게 된 셈이다.

중동 자본의 유럽 축구 팀 매입이나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는 국제 스포츠계의 시스템 속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물론 인권이란 측면에서 좋지 않은 국가 이미지를 스포츠를 통해 씻어내려는 중동 국가의 의도가 이같은 결정의 배경이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셌다. 이른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 논란이었다. 그럼에도 이는 유럽 프로축구와 FIFA에 상업적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었다.

하지만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센추리온 클럽에서 막을 내린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첫 대회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의 갈등으로 점철됐다. 리브 골프 대회가 기존 남자 프로 골프 대회의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대회로 PGA투어 대회에 비해 상금 규모가 크다. 첫 대회 총 상금은 2500만 달러(약 323억 원)이며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을 거둔 샬 슈워츨(38·남아프리카공화국)은 475만 달러(약 61억 3000만 원)을 챙겼다. 개인전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51억 5000만 원)이었다. 이는 13일 끝난 PGA 투어 캐나디안 오픈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가 받은 상금 156만 6000달러(약 20억 2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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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13일(한국시간) PGA 투어 캐나디안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대회는 PGA 투어 대회와 달리 컷 오프도 없기 때문에 참가자 48명이 모두 상금을 받았다. 24오버파로 최하위를 기록한 선수도 1억 5000만 원을 받았다.

이 같은 상금의 유혹에 적지 않은 선수들은 리브 골프 대회에 참가했다. PGA가 공식적으로 리브 골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향후 PGA 투어 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발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리브 골프 개막 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8·미국)과 PGA 투어의 전설인 필 미켈슨(52·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PGA 투어 통산 9승을 기록 중인 패트릭 리드(32·미국)와 장타자 브라인슨 디섐보(29·미국)도 곧 리브 골프 대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세계적 골퍼들이 PGA 투어를 뒤로 하고 리브 골프 대회에 참가를 결정한 이유에는 상금뿐만 아니라 주최측이 제공한 대회 참가비도 큰 몫을 했다. 대회 참가비 명목으로 미켈슨은 약 2581억 원, 존슨은 약 1936억 원을 받았다.

PGA 투어는 리브 골프 대회가 돈으로 유명 선수를 사는 방식으로 기존 골프 지형도를 바꾸려는 태도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남자 프로 골프 무대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PGA 투어가 리브 골프 대회를 '해적'으로 치부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골프를 통해 또 다른 '스포츠 워싱'을 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특히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단체인 '9·11 가족연합'은 오사마 빈 라덴과 9·11 테러범 15명이 사우디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리브 골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분노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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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존슨이 지난 8일(한국시간)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현재 세계 골프계의 관심은 리브 골프 대회가 PGA 투어 독점 체제를 깰 수 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브 골프 대회가 엄청난 상금을 미끼로 PGA 투어 참가 선수를 더 많이 데려올 경우 PGA 투어의 독점 체제에 심한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리브 골프 대회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 리브 골프 대회의 중계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PGA 투어 대회를 중계하고 있는 ESPN, CBS, NBC는 리브 골프 대회를 외면하고 있다. 다른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들도 리브 골프 대회의 중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배후에 있는 골프 대회를 중계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리브 골프 대회는 아직 거액의 후원금을 낼 만한 대회 스폰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미국 내 골프 경기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60대를 상회한다.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골프 경기를 시청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PGA 투어에 도전장을 던진 리브 골프 대회가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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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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