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 트래시 토크, 듣는 사람들은 지쳐간다[윤상근의 맥락]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2.06.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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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마약투약 혐의를 받는 그룹 아이콘(iKON)의 전 멤버 비아이(24·김한빈) 관련 공익신고자 한서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에 응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6.23/뉴스1


"YG 사옥을 혼자서 못 찾아가나요? 그걸 모른다고 할수 없을 것 같은데요?"(양현석 변호인)

"모를 수도 있죠. 저 집에 갈떄 내비게이션 찍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그 어린 고3 때 가본 적 있다고 YG 건물 잘 찾아간다고 말하나요?"


코미디에 가까웠다. 말장난도 아니고 하나의 정황을 놓고 이렇게까지 싸우고 있는 모습에 재판장에서도 코웃음이 작게나마 들렸다.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서희는 2016년 8월 당시 YG 사옥에 갔던 날짜도 기억을 떠올리느라 시간을 지체하고 한숨을 내쉬며 "녹음을 하고 협박이라고 할걸"이라는 헛소리를 내뱉었다. 그렇다고 양현석 전 대표 변호인의 협박 혐의 부인 입증을 위해 내놓은 질문들도 그렇게 날카롭다거나 묵직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가 지난 5월 30일 속행한 양현석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 재판은 그야말로 진을 빼는 증인신문의 연속이었다. 재판에서는 2016년 8월 23일 빅뱅 전 매니저 출신 피고인 A씨의 부름을 받고 YG 사옥으로 차를 타고 이동해 양현석으로부터 보복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한서희의 이 말에 대한 사실확인에만 2시간에 가까운 공방이 이어졌다.

양현석 변호인은 철저하게 한서희의 당시 행동에 대한 의문점들을 집중 추궁했다. 실제로 A씨에게 연락을 받은 날짜 확인에서부터 당시 탔던 차량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진술했는지, 어디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인지 여부는 물론이고 이동하던 차 안에서 인스타그램에 셀카 사진을 올린 것에 올린 사진의 원본과 포토샵 여부. 올렸을 때의 심경까지 세세한 증거들을 확인하고 짚어보고 있었고, 한서희는 "날짜 시각 등에서는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YG 사옥으로 차량을 타고 간건 확실하다. 사진을 올리고 나서 YG 사옥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아서 차에서 내리겠다고 말했다"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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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수사 무마 혐의를 받는 양현석(52)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4.25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추궁의 디테일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한서희가 경찰 조사 때 제출한 휴대전화의 포렌식 기법 복원으로 되살아난 증거들을 들이밀며 변호인은 한서희의 과거 진술들과 짜맞춰 유추해내는 질문을 쏟아냈고 한서희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급기야 "나도 모르는 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요? 제 휴대전화를 다시 제출할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한서희가 변호인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한 것도 아니었다. 중간중간 말이 교묘하게 바뀌는 워딩이 나오자 이를 듣던 재판부도 한서희에게 해당 질문을 다시 끄집어내서 묻고 스스로 한서희의 답변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상황도 연출됐다. "그랬겠죠", "제가 그날 머리를 했네요", "대단하시네요" 등등 사실확인 답변이 아닌 쓸데없는 말들이 덧붙여지며 안그래도 길어지고 있던 재판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듣는 이들의 맥을 빠지게 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이 사건의 시작점이라고도 할수 있는, (협박 관련) 공익제보 내용을 작성한 방정현 변호사의 글을 이날 재판에서 처음 봤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날 재판 최고의 압권(?)이었다. 양현석 변호인은 "이 공익제보와 관련한 부분이 지금 이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본인 변호인이 자신을 대신해서 쓴 글을 지금 봤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혀를 내둘렀다.

길어지고 늘어지는 재판에 무수하게 나오는 '트래시 토크'는 양현석과 한서희의 과거 친분(?)에 대한 신문에서 다시금 주목을 이끌었다. 두 사람이 유흥접객원과 손님으로 처음 만났고, 한서희가 양현석을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오빠라고 불렀으며(정작 조사 진술에서는 오빠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답했다) YG 건물 7층에 양현석 전 대표가 상주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에 연예인이 아닌 입장에서 불려가는 게 무서웠다고 말한 한서희가 급기야 "쓰레기 같았다. 가소로웠다"라고 말하는 모습까지 TMI는 넘쳐났다. 이후 한서희는 자신의 감정적 태도에 대해 재판부에 사과했다.

오는 6월 13일 속행되는 재판은 전, 오후에 걸쳐 두 사람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이어진다. 양측의 의미없는 공방에 듣는 이들만 지쳐갈 뿐이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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