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예비역의 경이로운 타구속도, 단지 우연만이 아니었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5.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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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초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린 롯데 고승민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의 영웅으로 등극한 '예비역' 고승민(22). 그의 활약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고승민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에서 팀의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출전,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 롯데는 타선에 여러 악재가 함께 닥쳤다. 주전 1루수 정훈이 이미 햄스트링 부분 파열로 이탈한 상황에서 22일 경기를 앞두고 3루수 한동희와 좌익수 전준우도 부상으로 빠진 것이다. 타선의 핵심이라고 할 세 선수의 부재로 롯데는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실제로 롯데는 2회 초 DJ 피터스의 중월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냈을 뿐 7회까지 추가점을 올리지 못했다. 두산 선발 이영하에게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히면서 롯데는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그때 고승민이 나섰다. 8회 초 두산 2번째 투수 정철원으로부터 선두타자 황성빈이 좌중간 2루타로 살아나갔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고승민은 가운데로 들어오는 속구를 공략, 내야를 빠져나가는 중전 안타를 터트려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만루까지 이어간 롯데는 피터스의 유격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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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승민(맨 위쪽)이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초 역전 3점 홈런을 기록한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어 9회 초에는 팀의 영웅이 됐다. 2-4로 뒤지던 상황, 롯데는 2아웃까지 몰린 상황에서 주자 두 명이 살아나갔다. 위기에 몰린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을 급하게 투입했다. 볼카운트가 3볼 1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김강률은 높은 패스트볼을 던졌고, 고승민은 이를 제대로 공략했다. 타구는 총알 같이 날아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 홈런이 됐다. 이는 고승민의 1군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5-4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9회 말 1사 1, 3루 위기를 마무리 최준용이 막아내며 승리를 챙겼고,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고승민의 홈런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홈플레이트에서 관중석에 꽂힐 때까지 4초도 걸리지 않은 엄청난 스피드가 일품이었다. 구단 제공 기록에 따르면 이 홈런의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6.9km가 나왔다고 한다. 보기 드문 엄청난 타구였다.

선수 본인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고승민은 "잘 맞아서 우익수 키는 넘어갈 줄 알았는데 펜스를 넘어갈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요즘 타구 속도가 잘 나오는 것 같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19년 롯데에 전체 8순위로 입단한 고승민은 첫 시즌부터 1군에서 타율 0.253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2019시즌이 전년도 0.803이었던 리그 OPS가 0.722까지 떨어진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고승민은 원래부터 타구 속도가 빠른 선수였다"면서 "하지만 당시에는 땅볼 타구가 다소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가진 힘을 살리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또한 내야수로서 풋워크와 글러브 핸들링이 우수한 선수였음에도 송구 문제로 인해 외야수로 전향하는 일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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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사진=OSEN
2020시즌 도중 군 입대를 선택한 고승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복귀했다. 부동의 우익수 손아섭이 NC 다이노스로 떠난 상황에서 추재현, 신인 조세진 등과 함께 이 자리를 채워줄 선수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4월 한 달 동안 53타석의 기회를 받았음에도 타율 0.167이라는 부진에 빠졌고, 결국 지난 4일 1군에서 말소됐다. 퓨처스리그 6경기에서 홈런 하나를 포함, 타율 0.545의 맹타를 휘두른 고승민은 타격감 조율 후 18일 1군에 복귀했다. 이후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는 꾸준히 안타를 생산했고, 결국 대포를 터트리게 된 것이다.

올 시즌 고승민은 여전히 뜬공(14개)보다 땅볼(27개)이 더 많은 선수다. 그러나 신인 시절과는 달리 전체 타구의 절반 이상인 51.9%를 당겨치는 선수가 됐다. 자신이 가진 힘을 살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고승민은 "2군에서 이병규 코치님이랑 타격 리듬이나 치는 포인트를 많이 연습했던 게 요즘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는 설명을 전했다.

롯데는 당분간 주축 타자 2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남은 선수들의 활약이 관건인 가운데, 퓨처스리그에서 무서운 모습으로 돌아온 고승민도 그 중심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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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승민이 22일 잠실 롯데전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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