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 배우·담대한 리더십" '마이웨이' 임권택이 밝힌 세계스타 故강수연[★밤TView]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2.05.1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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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방송 캡처


임권택 감독, 배우 문희, 김보연, 이정길, 김형자, 이용녀, 가수 민해경, 심권호 전 레슬링 선수 등 수많은 영화인들과 지인들이 고(故) 배우 강수연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생전 모습을 그리워했다. 이들은 강수연에 대해 "천생 배우, 담대한 리더십을 갖고 늘 남에게 베푼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15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이하 '마이웨이')에서는 강수연의 빈소를 찾은 영화인들의 모습이 전해졌다. 고 강수연은 지난 5일 오후 5시 40분 경 서울 강남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지난 7일 오후 3시께 만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강수연은 4살의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7)로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제16회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사랑받았다. 그는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드라마 '여인천하'(2001) 등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강수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영화인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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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방송 캡처


임권택 감독은 강수연의 첫인상에 대해 "아마 무슨 방송에서 처음 봤을 거다. 드라마에 출연한 걸 보고 연기자로 캐스팅하고 싶단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수연이 워낙 좋은 얼굴을 갖고 있어서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외모를 연기에 과장도 안하고 그렇다고 또 안으로 수줍게 감추는 것도 없이 그냥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면서) 해냈던 연기다다. 선천적으로 연기자로서 자질이 갖춰진 사람"라고 극찬했다.


임권택 감독은 '씨받이'에서 21세에 산모 역할을 열연한 강수연에 대해 "그때 출산하는 산모의 연기를 꽤 잘했다. 21살 때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였는데 수연이가 이것저것 많이 보고 왔다고 느낄 정도로 꽤 능숙하게 연기를 해서 내가 속으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은 "강수연을 보내는 장례식에 가는 길에 '나는 나이가 있으니 곧 죽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내 영결식 조사든 뭐든 수연이가 와서 읽어 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거꾸로 된 상황이다. 참 말이 안돼"라며 "나하고 수연이하고 바뀐 것 같다. 내가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하고 수연이는 더 많이 살다가 가야했는데"라고 털어놓으며 강수연이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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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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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방송 캡처


배우 문희는 생전 강수연의 모습에 대해 "22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내가 처음 내려갔을 때 강수연을 봤다. (강수연처럼) 그렇게 선배 대접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이 신인일 때 (강수연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인사시켰다. 그때 (강수연이) 인상에 남았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수연 씨는 체구는 작아도 담대하고 큰 여자였다. 포용력도 있었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한다는 게 대단한 거다. 미모를 떠나서 리더십 있는 큰 여자였다"라고 기억했다.

김보연은 "수연이는 내가 한참 일하던 21살 때 초등학생이었다. 내가 '너는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세계적인 배우가 될 것 같아'라고 했다. 그랬더니 수연이가 '내가 어떻게 세계적인 배우가 돼요'라며 웃었다"고 말했다. 영화 '씨받이'에서 강수연의 엄마 역할을 맡았던 김형자는 "수연이를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봤다. 수연이는 장난도 안 치고 굉장히 착한 애인데 연기를 기가막히게 하더라. 얼굴도 배우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이정길도 강수연에 대해 "보석 같은 배우였다. 티가 없는 어린아이였다. 매일 웃었다"고, 임동진은 "수연이가 고등학생 때 여대생 역할을 했다. 대화 중에 활짝 웃는데 눈에 이슬이 맺혀 있더라. 타고난 배우"라고 기억했다. 김정훈은 "수연이가 나랑 똑같이 네 살 때 데뷔했다. 하고 싶은 걸 못하고 마음에 눌러담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사춘기였을 거다"라고 강수연이 일찍 철든 모습에 공감했다.

가수 민해경은 "'고교생 일기' OST를 내가 부르면서 강수연을 알았다. 똑똑한 아이였다"고, '고교생 일기'를 연출한 운군일 감독은 "총명하고 용모가 출중해서 뛰어난 배우가 되겠다고 예측했다.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노련하게 연기를 잘했다. 대스타로서의 재목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름방학 때 강원도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수해가 심했다. 리허설을 못했는데 강수연이 단 한 번의 NG도 내지 않고 연속극 5회분을 훌륭하게 소화해서 당시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받았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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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방송 캡처


성인이 된 이후 강수연의 연기는 더 단단해졌다. 영화계에서 1987년은 강수연의 해로 기억된다. 그해 그의 이름으로 개봉한 영화만 '감자', '됴화', '연산군',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씨받이' 등 여섯 작품. 김보연은 강수연이 세계적인 배우가 될 수 있던 이유로 "동양적인 얼굴과 서양적인 얼굴이 같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자는 "수연이가 힘든 고생을 하면서 '씨받이' 촬영을 했다. 그걸 견디면서 하는데 감독님도 '저 어린 게 어쩜 저렇게 잘하냐'라면서 '영화를 위해 태어난 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임권택 감독은 "(강수연의 해외 영화제 수상으로) 영화인들이 자신감이 생긴 거다. 우리 영화의 수준이 만만치 않은 수준에 있다는 게 증명되는 거니까"라며 "수연이는 꼭 내 딸내미 같고 쟤도(수연이) 아마 나를 아비처럼 느꼈을 거다"라고 애틋함을 보였다.

강수연은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삭발을 스스로 감행했다고. 임권택 감독은 "삭발 그런 걸 별로 개의치 않아했다. 어떻게 보면 독종인 거다"라며 거듭 감탄했다. 당시 강수연의 나이는 23세였다. 김동호 당시 영화진흥공사 사장은 "나는 강수연을 모스크바 영화제 때 처음 보고 대단한 배우라 느꼈다. 강수연이 1987년에 국내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2년 후에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또 여우주연상을 탔다. 두 번 연속 수상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결정적인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강수연은 드라마 '여인천하'에 출연하며 안방극장에서도 굵직한 작품을 남겼다. 강수연은 특히 극중 얼음계곡에 직접 몸을 담그며 강렬한 신을 선보였다. 최종환은 "그때가 엄동설한이라 엄청 추웠을 거다. 뜨거운 물에 들어간 것마냥 차분하게 찍었다는 걸 듣고 역시 세계적인 배우는 다르다고 느꼈다"고 극찬했다.

심권호 전 레슬링 선수는 강수연이 투병 중에 통화했던 때를 떠올리며 "(당시) 수연 누나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와 똑같았다. 아프다는 생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누나는 내가 더 어리니까 정말 나를 동생처럼 편안하게 대해줬다. 항상 좋은 말 해주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수연은 이용녀의 친구로 유기견 봉사를 도우러 오기도 했다. 이용녀는 "방송을 통해서 봉사를 온다는 게 힘든 건데 그때는 내가 정말 뭣도 모르고 부탁을 했다"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이용녀는 강수연이 세상을 떠난 후 고인의 반려견과 반려묘를 대신 맡아 키우게 됐다며 "걔는 자신을 위해 산 적이 없다. 무슨 일을 해도 남을 배려하고 어디에 가도 남을 배려해서 자신이 편하게 쉰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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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방송 캡처


강수연은 국내 영화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 쿼터제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은 "강수연은 해외에서 한국 영화를 직접 접해봤기 때문에 한국 영화에 애정이 강했을 거다. 그런 애정이 스크린 쿼터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던 배경이 아니었다 싶다"며 "강수연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부산에 체류하면서 부산을 빛내는 하나의 별처럼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린 결정적인 시점이 됐다. 강수연은 한국 영화사에 오랫동안 기록될 영화인이었다"고 했다. 김보연은 "강수연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강했던 친구"라고 전했다.

강수연의 지인들은 강수연을 한결같이 베풀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임동진은 "'여인천하' 할 때 강수연이 가마꾼 역할을 한 엑스트라 배우들에게 용돈을 줬다고 하더라"고 했다. 윤영미 아나운서 역시 강수연이 과거 장마 피해를 입은 단골식당에 수리비 6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강수연은 설경구, 정우성, 유지태, 문소리, 엄정화, 김아중 등 후배들의 마지막 배웅과 함께 영면에 들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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