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희철 감독(왼쪽 두 번째)과 최준용(맨 오른쪽). /사진=KBL |
최준용(28·서울 SK)은 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총 109표 중 104표를 획득, 생애 첫 국내선수 MVP를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준용은 2년 전 300만 원 조금 안 되는 금액을 주고 구매한 파란색 코트를 입고 등장했다. MVP를 받으면 입으려고 산 옷이었다. 그는 "그해 MVP를 받을 줄 알았는데, 다치고 집에 갔다"며 이야기했다.
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MVP를 차지한 SK 최준용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BL |
강한 성격을 가진 전 감독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감독상을 수상한 전 감독은 기자회견 후 다음 차례를 위해 들어오는 최준용과 마주쳤다. 그러자 일부러 최준용을 피했고, "쟤(최준용)랑 엮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렇게만 보면 마치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 이날 두 사람은 시상식 내내 서로에게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애정이 있었기에 보여준 것이었다.
최준용과 전 감독은 2021~22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했다. 최준용은 2020년 말 훈련 도중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인해 오랜 재활을 거쳤고, 그전에는 SNS 라이브 중 구설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 감독 역시 지난 시즌 8위였던 팀에서 초보 감독으로 새 출발을 해야 했다. 오죽하면 전 감독은 "최준용과 자밀 워니, 전희철이 올해 SK의 물음표 3명이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감독은 "난 너(최준용)를 믿고 맡긴다. 알아서 해라"며 신뢰를 보냈고, 기대처럼 최준용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올해 그는 54경기 전 경기에서 평균 28분 12초에 출전, 평균 16.0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 1.1블록을 기록했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3위, 블록슛은 2위에 올랐다.
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SK 전희철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BL |
특히 최준용에게는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 감독은 "십자인대 부상 자체가 큰 부상인데 올 시즌처럼 뛸 수 있는 몸을 만든다는 건,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 만든 것 자체가 노력을 인정해줘야 하는 부분이다"고 칭찬했다.
최준용 역시 "준비를 잘 했는데, 준비만 하고 보여줄 기회가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며 "기회를 주신 전희철 감독님께 감사한다"고 고백했다.
1년 전, '위기의 남자'였던 두 사람은 이제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와 감독으로 우뚝 섰다. 서로를 배려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