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는 옛말, 이제 유럽은 '그레이트1', '빅2+2' 시대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3.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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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 /AFPBBNews=뉴스1
유럽 프로축구는 경기력과 산업적 측면에서 오랫동안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를 통칭하는 '빅5' 리그가 지배해 왔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다른 리그를 압도하면서 '절대 1강' 체제가 생겨났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제적 성장은 중계권료의 폭발적인 증가와 해외 자본의 투자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감독들이 프리미어 리그로 몰려 들었고 해외에서도 관심이 치솟았다.

프리미어리그가 2022년부터 2025년 사이에 거둬들일 해외 중계권료가 8조 원까지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액수는 프리미어리그 국내 중계권료보다 높은 가격으로 다른 유럽 축구 리그가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프리미어리그의 한 시즌 매출은 약 8조 1800억 원으로 현재 유럽 전체 축구 리그 가운데 매출 2위인 스페인 라리가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다. 그래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프리미어리그를 유럽 빅5 리그에서 따로 분리해 '그레이트 1' 리그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라리가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뒤졌지만 경기력에서는 대등한 수준을 지킬 수 있었다. 높은 구단 인지도와 자금력을 발판으로 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의 엘리트 클럽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리가의 국내외 중계권료 상승이 크게 이뤄지지 않아 산업적 성장세는 현재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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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라리가의 바르셀로나 선수들. /AFPBBNews=뉴스1
평균관중 수에서 유럽 최고의 축구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는 경제적으로 '알짜 경영'을 할 수 있었다. 입장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관중 수용 규모에 집착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경기장은 대형화했다. 여기에 분데스리가의 절대 1강인 바이에른 뮌헨은 막강한 지역 경제에 힘입어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강자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분데스리가는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아 해외 중계권료가 높지 않고 새로 계약된 국내 중계권료도 전 계약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독일이 경제력과 인구 규모에서는 다른 서유럽 국가에 앞서 있지만 분데스리가의 한 시즌 매출 규모가 유럽 리그 가운데 3위로 처져 있는 이유다.

유럽 빅5 리그의 속해 있던 이탈리아 세리에 A와 프랑스 리그 앙은 앞서 언급한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와 산업적 격차가 최근 10년 간 크게 벌어졌다. 그래서 세리에 A와 리그 앙은 이들 리그와 따로 분류되는 경향이 짙다.

노후한 경기장 시설과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중계권료 때문에 산업적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세리에 A는 설상가상격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이 결렬돼 해외 중계권료도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세리에 A의 한 시즌 매출 규모는 프리미어리그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리에 A는 유럽 리그 전체에서 매출 규모 4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위권 리그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리그 앙의 한 시즌 매출규모는 약 2조 2800억 원으로 기존 빅5 리그 가운데 최하위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0년 간 지속돼 왔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리그 앙은 대폭적인 중계권료 하락 등 가장 심한 경제적 타격을 받아 향후 나머지 4개 리그와 매출 규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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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그앙의 보르도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 /AFPBBNews=뉴스1
흥미롭게도 매출 규모에서 빅5 리그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세리에 A와 리그 앙 소속 클럽은 2021~2022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했다. 반면 프리머어리그와 라리가는 각각 3개 팀을 올려 놓아 큰 대조를 이뤘다.

물론 리그의 경제력과 그라운드에서의 경기력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세리에 A와 리그 앙 클럽의 하향세가 지속될 개연성은 크다. 결국 '빅5'가 '그레이트 1(프리미어리그)'+'빅2(라리가, 분데스리가)+2(세리에 A, 리그 앙)'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유럽 국가들의 국가 대항전 성적만 놓고 보면 경제력과 경기력의 불일치 현상이 뚜렷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를 보유한 잉글랜드는 비록 지난 유로 2020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1966년 월드컵 대회 우승 이후 여전히 메이저 대회 타이틀이 없다.

반면 산업적 측면에서 자국 프로축구의 하락세가 뚜렷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유로 2020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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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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