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키운' 미녀 스키 스타, 금메달은 중국 품에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2.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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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린 구가 8일 여자 프리스타일 스타일 빅에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8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빅에어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에일린 구(19·중국)는 중국 동계 종목 최고 스타이면서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 대표팀에서 뛰다 3년 전 중국 대표팀의 일원이 된 전력 때문이다.

에일린 구는 지난 2019년 미국 대표팀 소속으로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해 스타가 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 동계 스포츠 훈련 센터의 초대를 받고 중국 선수들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담화를 들었다. 지난 3일 '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인 '1843 매거진'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는 일생일대의 기회이며 중국의 부흥을 위해 선수들의 성공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일린 구는 2019년 6월 공식적으로 중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시 스키를 통해 중국인과 미국인들간의 이해와 우정이 깊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에일린 구가 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일린 구는 물론 그의 어머니와 주변 인물들이 그 이유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단서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어머니의 영향력이다. 에일린 구의 어머니 얀구은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미국행은 정치적 망명이 아니라 경제적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얀구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파생상품 거래를 하다 이후 미국 실리콘 밸리의 한 벤처 캐피털 업체에서 일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했을 때 얀구은 중국으로 건너가 첨단 산업 분야의 벤처 투자가로 활동했다. 1998년 중국의 '광명일보'는 얀구가 "월스트리트의 촉망받는 일 자리를 포기하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도모하기 위해 다리가 됐다"고 극찬했다. 얀구는 미국의 금융과 벤처 캐피털 업체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정작 모국인 중국을 위해 일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는 마치 미국에서 스키 선수로 성장했지만 중국을 택한 그의 딸 에일린 구의 경우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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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린 구. /사진=뉴스1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성공가도를 달렸던 얀구는 호랑이처럼 자녀를 엄격하게 훈육하는 전형적인 '타이거 맘'이었다. 얀구는 에일린 구에게 학업은 물론 승마, 축구, 서핑,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에일린 구는 학업과 스포츠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에일린 구가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발휘하면서도 2020년 미국 수학능력적성검사(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80점을 받고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한 원동력도 어머니의 열성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에일린 구를 세계적 선수로 키운 사람은 어머니뿐만 아니다. 중국 스키계의 대부로 통하는 루지안은 에일린 구의 멘토 겸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스키여행을 통해 프리스타일 스키에 빠져든 루지안은 중국 최초의 스키 리조트를 지은 사실상 중국 스키의 아버지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으로 미국 증권업계에서 일했던 루지안은 2013년 중국에서 스키 선수가 되려는 에일린 구를 만난 뒤 인연을 이어갔다. 루지안은 당시 9살이던 에일린 구를 위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여러 스키용품사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주선했으며 그가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에서 후원했다.

루지안은 2016년 에일린 구, 그의 어머니와 함께 석 달간 같이 지내는 등 남다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루지안과의 관계 때문에라도 에일린 구가 중국 대표팀의 일원이 됐어야 했다는 분석까지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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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에일린 구의 빅에어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에일린 구는 미국 내 흑인과 아시아인의 인권 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이중 잣대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그의 어머니 얀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이전에 '드림컴구(DreamComeGu)'라는 회사를 미국에서 세금이 매우 낮은 네바다 주에 설립했다. 이 회사는 수많은 업체들과 에일린 구의 광고 계약을 좋은 조건으로 이끌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투자가 출신인 얀구의 선택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상업적 이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에일린 구의 중국 내 최대 후원업체가 세계 3위의 스포츠 용품사 안타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안타의 경쟁 브랜드들은 신장 자치구 노동자 착취를 통해 생산된 면 사용을 중지했다. 하지만 안타는 여전히 신장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을 자사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여자 스포츠 스타로 평가되는 에일린 구는 프리스타일 빅에어에 이어 자신의 주종목인 하프 파이프에서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미국의 황금광 시대를 열었던 샌프란시스코가 고향인 에일린 구의 금메달은 '미국 금광에서 캐낸 중국의 금메달'로 전 세계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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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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