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자처했던 유희관의 사과... 후배들은 꽃다발로 화답했다 [★잠실]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1.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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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유희관의 은퇴 기자회견에서 홍건희, 유희관, 박세혁, 최원준(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팀을 위해 '악역'을 맡았던 선배 유희관(36)이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후배들은 떠나는 선배에게 꽃다발을 안겨줬다.

유희관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며 사과의 말을 남겼다. 이 말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지난 2018년부터 두산의 투수 조장을 맡았던 유희관은 '잔소리꾼'이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따끔한 말을 아끼지 않겠다"며 조장으로서의 역할을 말했다. 고참의 서릿발 같은 말 속에서 성장한 두산의 투수진은 매년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그렇지만 유희관은 팀을 위해 모진 말을 해야 했다. 이것이 은퇴를 선언한 현재 시점에서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유희관은 "한편으로는 후배들을 위해 좋은 말도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후회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왜 더 잘 챙겨주지 못했을까. 더 따뜻하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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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유희관(왼쪽)의 은퇴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두산 투수 조장을 맡은 홍건희가 유희관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그는 두산만의 문화를 후배들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희관은 "두산만의 선·후배간 끈끈한 문화가 있어서 그걸 보며 성장했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고 대단한 선수라도 그런 선·후배 관계는 확실히 지켜야 한다는 문화가 있다"고 말하며 "남은 후배들이 문화를 유지하며 명문팀이 되도록 힘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희관은 "팀을 위해 쓴소리를 했다. 선수들에게 잔소리 듣느라 미안했다고 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두산의 후배들은 유희관을 잊지 않았다. 그의 뒤를 이어 올 시즌 투수 조장을 맡게 된 홍건희(30), 토종 에이스 최원준(28), 그리고 자신의 첫 승과 100승 경기에서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박세혁(32)은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아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를 남겼다. 뜻밖의 축하 꽃다발을 받은 유희관은 "이 자리를 위해 달려온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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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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