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폭풍 지나간 키움 기상도 '박병호 흐림-요키시 맑음'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12.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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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사진=키움 히어로즈
이달 초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에 한 차례 폭풍을 몰고 왔다. 외국인 선수 첫해 상한액인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풀베팅해 메이저리그의 악동 야시엘 푸이그(31)를 영입한 것이다.

푸이그 폭풍을 몰고온 뒤에는 잠잠하다. 다른 팀들이 화끈한 투자로 FA 광풍을 불러온 동안 키움은 외야수 김준완(30), 내야수 강민국(29), 외국인 선발 투수 타일러 에플러(28) 영입으로 소소하게 보강을 마쳤을 뿐이다.


키움에도 남은 오프시즌 크게 돈 쓸 곳이 아직 두 군데가 남았다. FA가 된 4번 타자 박병호(35)와 에이스 에릭 요키시(32)를 잡는 일이다. 현 시점에서 이들과 계약을 기상도로 나타낸다면 박병호는 구름 낀 듯 상황을 알 수가 없어 '흐림', 요키시는 협상의 끝이 보여 '맑음'이다.

먼저 박병호를 살펴보면, 최근 눈에 띄는 하락세와 내년이면 만 36세라는 그의 나이는 'FA C등급'이라는 장점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올해 118경기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53으로 키움 입단 후 처음으로 OPS가 0.800 미만을 기록했다. 또 FA C등급인 박병호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상 선수 없이 올해 연봉(15억원)의 150%인 22억 5000만원만 키움에 지불하면 된다.

다른 팀은 박병호의 미래 가치와 보상금만 고려하면 돼 차라리 계산이 단순하다. 그러나 원소속팀 키움은 다르다. 박병호가 히어로즈에서 갖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로 합류 후 백투백 MVP(2012년, 2013년), 4년 연속 홈런왕 등 전성기를 보내면서 히어로즈팬들의 자부심이 됐다. 2018년 미국에서 돌아온 뒤에도 변함없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히어로즈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영구 결번도 가능한 몇 안 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만큼 구단도 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움과 박병호 양측은 지난 7일 있었던 첫 만남부터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2주 넘게 지난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때에 따라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고형욱(50) 키움 단장은 지난 24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박)병호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에이전트와도 통화했다. 하지만 이 이상은 현 단계에서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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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키시(가운데)./사진=키움 히어로즈


요키시는 상황이 좀 낫다. 박병호에 대해 말을 아꼈던 고형욱 단장은 "요키시 측과 서로 원하는 금액 차이가 크지 않다"고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자타공인 키움의 에이스인 요키시는 2019년 입단해 3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팀에 안겼다. 통산 성적은 88경기 41승 25패 평균자책점 2.76. 올 시즌은 개인 최다인 16승으로 KBO리그 다승왕에 오르며, 키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KBO리그에서 검증된 요키시가 보류 선수인 점은 최근 선수 수급이 어려워진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키움에도 반가운 일이다.

관건은 금액적인 부분보다 내년 4월이 산달인 요키시 아내의 거취였다.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을 때 구단의 이해를 구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다. 대부분 상황이 정리된 후 돌아오지만, 출산 자체가 위험이 따르는 만큼 가족의 곁에 남는 경우도 존재한다.

더욱이 키움은 올해 제이크 브리검(33)의 사례를 겪었다. 브리검은 지난 7월 아내의 출산(8월 말)을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아내의 예후가 좋지 않아 미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고, 키움은 임의탈퇴로 브리검과 인연을 마무리했다. 만약 요키시에게도 뜻하지 않은 상황이 생겨 복귀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키움은 개막부터 크나큰 악재를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이 부분을 확실하게 짚는 것이 중요했다.

고형욱 단장은 "요키시가 부인과 함께 한국에 같이 들어오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에 남는다면 요키시는 4월에 미국에 들렀다 와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인 선수들이 사는 목동 근처가 환경이 괜찮다. 구단에서는 요키시에게 한국에서의 출산을 권유하고 있다.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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