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나이 선녀님' 원호연 감독 "선녀님의 에너지, 감성 영양제 되길"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1.10.24 10:00 / 조회 :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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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연 감독 /사진=트리플 픽쳐스


강원도 산골 68세 할머니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찾는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KBS '인간극장' PD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던 원호연 감독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산골에서 홀로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임선녀 할머니의 잔잔한 일상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전한다. 홀로 사는 할머니의 삶이 뭐가 그리 재밌을까. 연예인들의 싱글라이프를 다룬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와 같은 버라이어티한 하루나, 눈이 즐거운 볼거리는 없지만 '한창나이 선녀님'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소소한 웃음과 뭉클함을, 그리고 하루를 살아갈 힘을 전한다.

약 4년의 시간을 들여 임선녀 할머니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스크린으로 담아낸 원호연 감독을 직접 만나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창나이 선녀님'을 어떻게 기획했고, 임선녀 할머니를 어떻게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됐나.

▶ 영화를 준비하기 전 방송일을 돕다가 성인 문해반에서 공부하는 어른들을 접하게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어머니를 인터뷰 하다가 울컥 눈물을 흘리는 것 봤다. 사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저도 울컥 했다. 누군가의 삶에서 배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분의 이야기를 제가 담아보고 싶었고, '강원도로 가보자'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원도 첩첩산중으로 직접 찾아갔다.

-강원도로 가서 임선녀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의 일상을 담기까지 큰 결심을 했을 것 같다.

▶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하고 덤벼들긴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더라. 그렇다가 임선녀 어머니를 1년 반 만에 찾았다. 2018년 2월에 인제에 갔다가 2019년 5월에 삼척에서 만났다. 1년 반 정도를 찾아다녔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 산골짜기까지 가서 만났다. 뭔가 보물을 찾은 느김이었다.

-임선녀 할머니의 어떤 이야기에 끌렸나.

▶ 강원도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다 좋으신 분이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제가 선녀 어머님을 만났을 때는 순박하고 순수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저 분은 왜 소년과 소녀과 섞여있는 느낌일까. 소녀 같기도 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사실 만나 분 중에 80대 고령이 많으셨다. 그런 부들은 온전히 공부만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선녀 어머님은 순수함과 에너지가 동시에 느껴졌다. 이 분이 뭔가 이야기가 많겠구나, 하는 것보다 에너지에 끌렸다. 소를 키우며 글을 배우고, 쉴새 없이 일하는 그런 모습에서 이야기를 찾았다.

-영화 촬영을 제안했을 때, 임선녀 할머니의 반응은 어땠나.

▶제안 했을 때, 보통 다른 사람들은 고민한다. 그 연세 분들은 방송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영화는 잘 모른다. 극장도 안 가본 분들도 있으셔서, 다큐 영화라고 하면 잘 모르신다. 오래 찍는게 부담이기도 하고 이해 시키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 지점이 고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녀 어머님은 제안을 하자 '그래요, 찍어요'라고 하셨다. 서로 인연이 닿은 것 같다. 어머님 공부하는 모습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자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는 한 사람을 찍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영화는 영화적 요소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불확실하다. 마무리, 엔딩을 못 찍고 계속 가게 된다. '한창나이 선녀님'이 세 번재 작품인데, 마지막이 어떻게 도리지는 저도 몰랐다. 50% 정도 찍으면서 이야기 구조가 나왔고, 어떻게 마무리 할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엔딩이 나왔다. 촬영을 1년 반 정도 했고, 총 4년이 걸렸다.

-1년 반을 넘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

▶ 제가 방송에서 휴먼 다큐를 하면서, 찍으면서 죄송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딱 보고 이 사람을 정의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방송에서 영화로 넘어온 이유기도 하다. 선녀 어머님을 담은 것도, 이 사람을 만났는데 좋더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 살면서 힘들 때 강원도에 가서 그런 분을 만나서 스스로 반성도 하고 좋은 기운도 느끼고 용기도 얻었다. 그런 선녀 어머님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담았다. 휴먼 다큐는 타인의 삶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공감하고. 그게 다큐멘터리의 힘인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촬영하면, 촬영분량도 엄청 날 것 같다.

▶처음에 찍은 영화는 6년간 작업했는데, 촬영분이 1000시간이 넘었다. 두 번째 작품은 500~600시간 정도 되더라. 그리고 '한창나이 선녀님'은 400시간 정도 찍었다. 그렇게 찍고 90분이 나왔다. 하다보니 출연자와의 관계가 중요했다. 출연자와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거나, 열려있지 않으면 찍는 것도 정해져 있다. 제가 보고 싶은 것은 내면의 이야기인데, 상황을 쫓아가면 촬영 양만 늘어난다. 어떤 날은 1분을 찍더라도 가서 이야기하고 만나고 오고 했다. 그러면 정리된 그림과 속 이야기가 나오더라.

-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최근 여러 편 있었다. 그 지점에서 고민되는 부분은 없었나.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는 이야기가 여러개 있었다. 비슷하면 어떡하지, 차별점이 있나 이런 생각도 했다. 그래서 출연자를 좀 더 신중하게 찾았다. 다른 작품들이 글쓰기 배우며 시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저는 글을 배운다는 것 자체, 배움에 대한 시선을 담았다. 선녀 어머님은 남편 유언으로 글을 배웠다. 글을 배우라고 한 남편의 유언을 지킨 것은 혼자 살아가시는데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하지 않았던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으셨다. 선녀 어머님은, 살기 위해서 글을 배우신 것이다. 또 이 영화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글을 배우는 것은 그 중에 하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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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연 감독 /사진=트리플 픽쳐스


-방송에서 10년, 영화에서 10년. 20여년을 휴먼 다큐를 하고 있다. 휴먼 다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 사람 이야기에 대한 가장 큰 매력은 공감인 것 같다. 아무리 평범한 이야기도 공감 할 수 있으면 좋은 이야기라 생각한다. 저에게는 사람 이야기가 그렇더라. 영화를 보고 내 주변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고 할머니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추억도 떠올린다.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그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보고 있으면 웃음도 나고 뭉클하기도 하다. 표현하자면 평양냉면 같은 맛의 다큐로 느껴진다.

▶맞다. 슴슴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생각나는 그런 영화다. 처음에는 다큐의 약의 기능을 생각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주제의식이 있는 그런 작품들. 저는 인간의 감성 영양제 같은 다큐를 하고 싶다. 우리가 그런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 한동안 건조했던 감성을 촉촉하게 하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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