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X김성훈X한준희 감독 "전진 기지의 OTT, 韓 언어 한계 족쇄 풀었죠"[26th BIFF] [종합]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10.13 18:42
  • 글자크기조절
image
장항준 감독, 김성훈 감독, 한준희 감독(왼쪽부터)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장항준 감독, 김성훈 감독, 한준희 감독이 차기작에 대해 이야기 했다.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오픈토크 '영화 만들기와 드라마 만들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항준 감독, 김성훈 감독, 한준희 감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생중계 됐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기억의 밤', 드라마 '싸인'을 연출했다. 최근에는 '알쓸범잡',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1, 2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방송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날 장항준 감독은 "세계가 열광하는 작가,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 김은희 작가의 남편 장항준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드라마 '싸인' 연출에 대해 "예전부터 법의학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그 당시에 영화 감독이 드라마를 하는 경우가 없었다. 드라마 제작사에서 제안이 왔는데, 색다른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김은희 작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때부터 둘이 같이 공부를 해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image
장항준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장항준 감독은 "당시에는 오전에 찍었던 게 저녁에 방송이 됐다. 주2회 방송이었고, 방송 두 달 전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그걸 모르고 갔었다. 잠을 안 자고 '싸인'을 찍었다. 30분씩 자고 나흘을 촬영을 하는데 못 버텼다. 그래서 졸려서 못 하겠다고 했다. '내가 살아야 드라마도 산다'고 했더니 감독을 그만두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다. 최근에는 K콘텐츠 전성시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 연출을 맡아 세계적으로 한국형 좀비 드라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김성훈 감독은 "2014년도 '끝까지 간다', 2016년 '터널'을 끝내고 지쳐있는 상황에 '터널' 제작자 장원석 대표가 '넷플릭스하고 김은희 작가가 작품을 할 것 같은데 같이 하자'는 이야기 듣고 김은희 작가의 여의도 작업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얻어먹고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에 넷플릭스를 몰랐다. 저 또한 넷플릭스를 '하우스 오브 카드' 정도만 알았다. 넷플릭스가 새롭기도 하다. 그때는 제 스스로 저항감은 없었다. 무엇인지 몰라쓰니 저항감 조차 없고 새로워서 해보고 싶었다. 또 하나는 제가 글을 안 쓰고 결과가 보장된, 웰메이드 작가가 쓴다고 하니 얄팍한 속셈으로 접근했다. 이렇게 수년동안 묶여 있을 줄 몰랐다"라고 덧붙였다.

image
김성훈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장항준 감독 역시 "'킹덤' 같은 작품을 말씀드리자면 옆에서 봤을 때 김은희 작가가 제안을 받은 것 자체가 꽤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만 해도 김은희 작가가 '오빠 나 다음 작품은 방송국에서 안할 것 같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그럼 방송국 작가가 뭐에서 하나?'라고 했더니 '넷플릭스라고 있어'라고 하더라. 제가 '넷플릭스? 그거 미국 케이블'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다들 넷플릭스를 미국 케이블 방송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당시 김은희 작가 주변에 많은 드라마 작가분들이 다 말렸다. '그 회사는 곧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때 당시 우리 상식으로는 초반에도 그랬고,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제는 OTT 대명사가 되어버렸는데, 저희한테는 큰 기회다. 감독들이, 창작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데 있어서 온전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이고 수많은 훌륭한 글로벌, 한국 업체들이 우리 창작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싶다. 전진기지를 삼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다. 유사 이례 최고의 기회가 온 것일수도 있고, 그만큼 우리도 잘해야한다"라고 했다.

김성훈 감독은 "'오징어 게임', 'D.P.'를 잘 봤다. 그래도 김은희 작가가 썼으니까 '킹덤'이 젤 재밌다"라고 밝혔다. 이를 들은 장항준 감독은 "저도 '킹덤'이 재밌다. 'D.P' 역시 한준희 감독님한테 '너무 재밌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저에게 '킹덤'만한 작품이 없다. 이번달에 방영하는 '지리산'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을 강타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훈 감독은 "요즘 해외 뉴스 매체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회자된다는 게 동료 감독으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근래의 문제가 아니라 예전부터 축적되어 왔던 게 5000만 밖에 안 쓰는 한국어라는 언어적인 제약이 있었다. 영어권 문화가 아니다. 영어권 문화가 축적 속에 창작들의 저력에 OTT를 통해 언어적 한계의 족쇄를 풀어주니 작품이 마음껏 작품이 날아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image
한준희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데뷔작 '차이나타운'으로 2015 칸영화제의 주목을 받았던 한준희 감독은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6부작을 연출하며 드라마 연출자로도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준희 감독은 "'D.P.'는 2015년도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다음에 원래 하고 싶었던 원작이었다. 그 당시에는 판권이 다른 분들이 준비하던 게 있었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원작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시리즈로 에피소드 형식으로 해야지 전달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그 이후에 코로나 상황 등이 생기면서 영화를 하는 분들이 OTT를 겸하고 있다. 저는 영화하고 드라마 시리즈는 그냥 각자할 수 있는 호흡이나 이야기의 성격이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 했다.

한준희 감독은 "이게 스스로 생각하는 강박일 수도 있지만, 넷플릭스라는 매체의 플랫폼과 작업을 했을 때 공중파, 극장용 상업 개봉 영화에서 '해도 되나?', '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작업을 했을 때 저와 저희 팀이 의지되서 모든 걸 할 수 있었다"라며 "좋은 이야기라면 어떠한 원형이든 웹툰이건 소설이건 논픽션이든 재밌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매체가 영화건 시리즈가 됐든 아무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점점 그게 더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킹덤' 시리즈 연출에 대해 "드라마를 모르니 영화를 했던 방식으로 촬영을 할 것이고, 긴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동 중에 '나르코스'를 보다가 맛이 들려 정주행 했다. 잠을 안 자고 정주행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이거 영화하고 다르다'라는 걸 느꼈다. 동일한 시간만큼, 명작인 '대부', '반지의 제왕', '어벤져스' 1, 2, 3편을 앉아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못 보겠더라"라고 했다.

image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김성훈 감독은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게 된다. 관객들에게 집중력이 요구가 된다. 영화를 보고 지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드라마는 자세를 떠나서 보고 지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이가 확연히 있구나 싶다. 밀도, 문법, 영상 및 이야기 등의 차이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절대 치지게 하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장항준 감독은 이번주 주말부터 촬영에 돌입하는 독립 영화 한 편과 내년 2월 촬영 예정인 농구 영화 '리바운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감독은 "하정우, 주지훈씨가 나오는 '피랍'을 모로코 가서 찍으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연기가 됐다. 올해 말부터 진행이 된다. 모로코 가서 찍고 나면 내후년 쯤 개봉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킹덤' 시즌 3에 대해 "입금 되는 거 봐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항준 감독을 향해 "작가님이 시즌 3를 쓰고 계시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장항준 감독은 "다른 거 쓰고 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준희 감독은 "저 역시 입금이 되지 않았지만 'D.P.' 시즌 2를 쓰고 있다. 준비를 해놔야 어떠한 방향으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보통 작가님과 논의하면서 쓰고 있다. 일단 해놔야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 오는 15일 폐막한다.

강민경 기자 light39@mtstarnews.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