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 협약 체결..산업 성장 밀알 되길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10.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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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영진위원장이 플랫폼사업자들과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한국영화인들의 숙원 중 하나인 온라인통합전산망이 본격적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5일 KT, SKB, LGU+, 홈초이스 등 한국 대표 플랫폼사업자들과 영화 디지털 온라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업무협약을 통해 플랫폼사업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에 각 사의 영화 통계 데이터를 전자적으로 제공하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온라인 영화 유통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은 영화인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동안 영화들이 온라인 플랫폼들을 통해 상영돼 왔지만 극장처럼 통합전산망이 없어 정확히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VOD로 소비됐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 각 플랫폼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내역이 전부였기에 영화계에선 VOD서비스 등 2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이 필요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각 배급사들의 집계에 의존했던 극장 관람객 지표가 2004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 구체화되고 투명해진 전례도 있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이후 한국영화산업 성장이 가팔라 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주먹구구식 집계가 아닌 투명한 자료 제공은 산업 성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영진위에선 그간 온라인상영관 박스오피스를 운영해왔지만, 자료 제공에 KT를 제외한 다른 플랫폼사업자들은 소극적이었다. 민간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때문에 이번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 협약은 의미가 깊다. 각 기업들이 2차 판권 시장 성장과 침체된 한국영화산업을 위해 양보와 협의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업무협약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앞당겼다. 영진위는 코로나19 여파로 영화 산업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위기 상황에서 현 상황을 타개하고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각 사가 자발적으로 협력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손을 잡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 재편이 앞당겨진 것도 한 몫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는 한정된 채널을 갖고 있던 지상파와 다채널을 보유한 케이블 사업자의 경쟁에서 케이블 사업자가 우위를 점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케이블 사업자들의 성장은 IPTV 플랫폼 사업자들과 공생 영향이 컸다. CJ ENM과 JTBC 등 종편이 지상파에 비해 우위가 명확해지는 시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이후 케이블 사업자와 IPTV 사업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CJ ENM이 콘텐츠의 제 값을 받겠다며 LGU+에 소송을 제기한 게 일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콘텐츠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 여기에 팬데믹으로 OTT서비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또 다른 경쟁 체제가 성립됐다. IPTV와 OTT서비스 간, 공생과 경쟁을 겸한 치열한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IPTV 플랫폼 사업자들이 저마다 OTT서비스를 출범시키고 독립시키고 있는 건, 시장 재편의 신호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회사들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자, 비로소 산업 성장의 기초가 되는 투명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 뜻을 합친 것이다.

IPTV, 디지털케이블TV의 TV VOD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368억 원으로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 매출의 7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협약으로 해당 시장 데이터의 투명성이 확보돼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비디오 시장이 컸던 시절, 비디오용 영화 제작이 활성화됐던 것처럼 IPTV용 영화나 극장 흥행은 덜 되더라도 IPTV에선 흥행할 작품에 대한 투자가 늘 수 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OTT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들은 얼마나 관람했는지 알 수가 없을 뿐더러,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화시장은 잔뜩 위축된 반면 OTT용 시리즈물 제작은 활성화되는 등 콘텐츠 제작 환경도 격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향후 국내외 OTT와 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디지털 온라인 영화시장에 대한 빈틈없는 영화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정보 제공에 극도로 보수적인 넷플릭스 등 외국계 OTT회사들 협력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 협약은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첫 발이다. 투명한 정보 제공은 산업의 기본이다. 투명한 정보 제공이 있어야,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제 몫을 받을 수 있는 법이다.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은 정식 개통을 앞두고 11월30일 시범 운영된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처럼 산업 성장에 밀알이 되길 기대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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