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로진백 맞는 모습에..." 김성철 심판 아들 '눈물의 프로행' [★인터뷰]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9.1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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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왼쪽)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과 그의 아들인 키움 히어로즈 지명을 받은 김리안. /사진=OSEN, 김리안 본인 제공
KBO 리그 20년 경력의 김성철(49) 심판위원. 그는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몽고메리(32·미국)가 퇴장 과정에서 집어 던진 로진백에 맞았다. 다행히 얼굴 등을 맞지 않으면서 다친 곳은 없었다. 이 모습을 집에 있던 김 위원의 아내, 그리고 야구 선수인 김 위원의 아들 김리안(18·휘문고 3년)도 TV 중계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흥분한 선수가 투척한 로진백에 심판인 아버지가 맞는 초유의 모습에 가족들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3일 후. 마음의 상처를 씻어줄 가문의 경사를 맞았으니 바로 아들 김리안이 꿈의 프로 무대에 합격한 것이었다. 김리안은 13일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 전체 66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다.


13일 저녁에 연락이 닿은 김 위원은 가족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저녁 식사 중이었다. 김 위원은 "(아들의 프로 지명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어떤 이야기도 없길래 대학 입시 원서까지 다 준비해놓고 있었다"면서 "운 좋게 주변에서 예쁘게 봐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 위원은 "아들한테 한 마디밖에 안 했다. 고생했다고. 집사람도 그렇고, 둘 다 고생했다는 그 말밖에 안 했다. 아내한테 다 맡겨놓고 지방을 떠돌아다닌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 정말 고생 많았고 고맙다. 뛰어난 선수 출신도 아니고 나름대로 야구인 가족인데 아들도 묵묵히 잘해줘서 고맙다"며 마음을 전했다.

아들 자랑을 해달라는 말에 김 위원은 오히려 "팀이나 지명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쨌든 여태껏 본인이 고생하면서 프로라는 원하는 세계에 갈 수 있게 됐다. 그 기회를 부여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사실 (아들) 동기들도 많다. 다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너무 큰 아쉬움이 있고,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다른 부모님들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최근 로진백에 맞았던 일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위원은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라면서 "그런 상황은 집에서 안 봤으면 했는데…. 대구 경기를 마치고 집에 올라오니 집사람과 아이가 안 자고 있더라. 괘안죠(괜찮죠) 뭐. 물론 그 선수도 승부의 세계이다 보니 그렇게 될 수도 있긴 한데, 선수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운동장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겠지만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을 뿐 제가 이렇다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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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KBO 심판위원.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아들 김리안과도 연락이 바로 닿았다. 김리안은 "될 줄 모르고 있었는데 좋게 봐주시고 뽑아주셔서 진짜 감사하다. 가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날 키움은 1라운드에서 외야수 박찬혁을 지명한 뒤 6라운드까지는 계속 투수를 뽑았다. 그리고 7라운드에서 183cm, 92kg의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우투우타 포수 김리안을 선택했다.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구단을 통해 "6라운드에서 선택한 세광고 이명종과 7라운드에서 뽑은 휘문고 포수 김리안 모두 지명하고 싶은 선수들이었다. 김리안은 안정적인 수비가 장점인 선수다. 두 선수 모두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두 선수 모두 지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됐다. 두 선수 모두 지명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김리안은 "앞쪽 순번에서 좋은 포수들이 많이 뽑혀 가길래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5라운드 이후 호명이 안 돼 (탈락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7라운드에서 지명되는 걸 듣고 너무 벅차고 기뻐 눈물을 흘렸다. 키움은 평소에 정말 가고 싶어했던 팀이다. 롤모델인 박동원 선배님도 뛰고 있다. 팀 플레이 스타일이나 훈련 방식 등이 자율성도 있으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1군 무대서 붙어보고 싶은 선수에 대해서는 "휘문고 선배님들과 맞붙고 싶다. KIA의 오규석(20) 선배와 LG의 이민호(20) 선배의 공을 한 번 쳐주고 싶다.(웃음) 이민호 선배는 평소 휘문고에 올 때마다 유니폼도 선물해주는 등 후배들을 되게 잘 챙겨준다"는 미담도 전했다.

끝으로 김리안은 아버지를 향한 뜨거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로진백 사태'가 벌어진 대구 경기를 지켜봤다는 그는 "저도 선수로서 야구를 하다 보면 화가 날 수 있고 그런 부분은 이해한다. 그런데 그 선수 분께서 화가 나고 표출하는 방법이 조금은, 아버지이기도 하고 그래서 신경 쓰이기도 했다"면서 "그냥 제가 야구를 열심히 해서 아버지께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먹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저는 저희 아버지께서 제일 심판을 잘 본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존경한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제일 자랑스럽습니다. 아버지"라면서 더욱 효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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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이 7라운드에서 휘문고 포수 김리안을 지명하고 있다. /사진=SPOTV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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