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박효준, 만약 국대 뽑혔더라면...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8.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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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 /사진=피츠버그 홍보팀 제공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박효준(25·피츠버그)의 올 시즌 행보를 보고 있자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불과 반 년 사이에 수차례의 위기와 아쉬움을 겪고도 꿋꿋이 이겨내며 반전에 성공했다.

2015년 미국 무대를 밟은 박효준은 6년간 마이너리그에만 머문 채 2021시즌을 더블 A에서 시작했다. 성적은 처참했다.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4, 1홈런 3타점이 전부였다. 방출을 당해도 하소연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소속팀 뉴욕 양키스는 박효준을 트리플 A로 승격시켰다. 어찌 보면 그에게 준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벼랑 끝에 선 박효준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트리플 A에서 총 48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327, 10홈런 29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OPS는 무려 1.042. 더블 A에서 침묵했던 그가 오히려 상위리그에서 훨훨 날은 셈이다.

박효준은 결국 7월 17일(한국시간)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달콤함을 맛봤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빅리그 데뷔 후 단 5일 만에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메이저리거로 남긴 기록은 단 1타석 뿐.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억울하고 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듯 그에게 '트레이드'라는 반전이 일어났다.


7월 27일 양키스에서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된 박효준은 이적 5일 만인 이달 1일 68번이 새겨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복귀했다. 양키스 1경기 포함 이제 단 4경기를 뛰었을 뿐이지만 성적은 타율 0.308, 3타점으로 좋다. OPS는 0.896나 된다. 출발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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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 /사진=피츠버그 홍보팀 제공
또다른 반전도 있었다. 박효준이 빅리그에 데뷔하고 팀을 옮기는 사이,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다.

박효준은 지난 3월 발표된 154명의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러나 6월 16일 확정된 최종 명단에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박효준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당시 박효준은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속팀 양키스에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면 참가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놨고, 개인적으로 기대도 많이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약 두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결과론이긴 하지만 박효준이 만약 대표팀에 발탁돼 올림픽에 참가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것은 물론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박효준은 올해도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끝냈다면 빅리그 경험이 없는 마이너리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돼 있었다. 하지만 그의 한국인 선배 이대은(32·KT), 하재훈(31·SSG), 문찬종(30·키움)이 그랬듯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마이너리그 FA는 겨우 10% 미만의 선수만 재취업의 기회를 잡고 나머지는 세월 뒤편으로 쓸쓸히 사라진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아쉽고 서운했겠지만 박효준은 지금 메이저리그라는 꿈의 무대에서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위기와 반전을 거듭한 끝에 얻었기에 더욱 소중하고 달콤한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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