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합 주면 혼나는데..." KBO 유흥 게이트→대표팀까지 덮쳤다 [★현장]

고척=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7.1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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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왼쪽)가 스트레칭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표팀의 출발을 알리는 단체 촬영 후 그 흔한 박수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KBO 리그를 뒤덮은 이른바 '유흥 게이트'가 한국 야구 대표팀까지 덮쳤다.

김경문(63)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모여 첫 훈련을 실시했다. 당초 대표팀은 KBO 리그 전반기 일정이 끝나는 18일이 지난 뒤 19일에 소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KBO 리그 유흥 파문'으로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총 30경기가 순연되면서 대표팀을 조기에 소집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두 한곳에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 어떤 들뜬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얀 대표팀 유니폼과 파란색 모자를 쓴 대표팀 선수들은 단체 기념 촬영을 시작으로 공식 훈련 일정에 임했다. 그런데 단체 촬영이 끝난 뒤 서로 박수를 치거나 파이팅을 외칠 법도 했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선수가 없었다. 잠깐 대표팀 스태프 사이에서 박수가 짧게 나왔을 뿐이었다.

대표팀 사령탑도 출사표를 밝히기 전에 무거운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 감독은 "기분 좋게 시작을 해야하는데 야구계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 선배로서 마음이 무겁다. 대표팀의 첫 훈련이 시작하는 만큼 차분히 준비를 잘해서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 올림픽 대표팀 주장을 맡은 김현수(33·LG)도 많이 잠긴 목소리로 첫 입을 뗐다. 그는 "저희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나가 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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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주장 김현수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앞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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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에 임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단. /사진=뉴스1
김현수는 최근 야구계를 뒤덮은 방역 이슈에 대해 "프로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 하나 잘못하면 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모두가 마음속에 생각을 해야 한다. 100번 제가 이야기를 해도 안 지키면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거다. 다 큰 성인이라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다. 예전(시대)처럼 기합을 줄 수도 없고, 기합을 주면 제가 혼날 것이다.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잘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최근 야구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어제 처음 (호텔 숙소에서) 모여 짧게 선수단에 이야기를 했다"면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금 우리 선수들이 익히 모르는 바가 아니다. 많이 무겁다. 많은 응원 좀 해주시고….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마음을 단단히 모아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좋은 결과를 내겠다. 국민들을 실망시켜드렸던 부분을 잘 풀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고개 숙이며 당부했다.

그래도 대표팀이 완전히 기가 죽은 건 아니었다. 마운드서 투수들이 모인 뒤 내야수들과 PFP(Pitcher Fielding Practice) 훈련을 할 때부터 목소리를 하나둘씩 내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상대 번트에 대비한 내야 수비 훈련을 비롯해 번트 훈련, 페이크 번트 앤드 슬러시 훈련, 배팅 훈련 등을 소화했다. 3루에는 황재균과 허경민, 유격수로는 오지환, 2루수로는 김혜성과 최주환이 각각 배치돼 '3루 혹은 유격수→2루→1루' 순으로 공을 던지며 조직력을 끌어 올렸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훈련은 4시 50분께 다 끝났다. KBO 리그가 위기를 자초한 가운데, 김경문호가 첫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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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단체 촬영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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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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