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1위가...' 기립박수 팬들 앞에서 '땅만 쳐다본' 투수가 있다 [★잠실]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5.2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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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친 김민우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순간. 한화 팬들이 기립박수를 하고 있다.
경기 막판 어이없는 플레이와 불펜 난조로 역전을 허용하며 패했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날 한화의 '지키는 야구'를 본 한화 팬들은 최고의 짜릿함을 만끽했다. 물론 흐름을 넘겨줄 뻔한 사태(?)도 벌어질 뻔했으나 결과적으로 끝까지 리드를 잘 지켜냈다. 그리고 팀 승리의 일등공신은 한화 선발 김민우(26)였다.

한화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2연패에서 탈출, 18승 25패를 마크했다. 리그 순위는 9위. 반면 두산은 3연승을 마감하며 22승 20패로 5위에 자리했다.


한화 선발 김민우의 호투가 눈부셨다. 김민우는 7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3피안타 6탈삼진 3볼넷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올 시즌 첫 7이닝 투구. 6승 달성에 성공한 김민우는 원태인(삼성)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그의 커리어 통산 한 시즌 최다 승은 2018년과 2020년 기록한 5승. 그러나 올 시즌엔 9경기 만에 벌써 6승을 달성했다. 이미 커리어 하이 시즌은 확정적이다.

경기 전 수베로 한화 감독은 김민우의 좋은 모습에 대해 "속구가 통하는 게 가장 크다. 그의 커리어로 봤을 때 포크볼이 주무기였다. 하지만 올해엔 슬라이더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결과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한화는 팀이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7회말에도 김민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양석환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며 1,3루 위기에 몰렸다. 여 기서 두산은 대타와 대주자 작전을 연거푸 쓰며 김민우를 압박했다. 강승호 대신 대타 김인태를 투입한 것. 그러나 이때부터 김민우의 포크볼이 빛났다. 그는 흔들림 없이 공 3개 만에 김인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아웃.


1사가 되자 두산은 1루 주자 양석환을 대주자 조수행으로 교체하며 재차 압박했다. 조수행은 초구부터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한화 내야를 흔들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장승현을 4구째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아웃. 이어 안재석마저 6구째 포크볼을 뿌리며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낸 뒤 포효했다. 김인태-장승현-안재석을 상대로 던진 13개의 공은 모두 포크볼이었다.

경기 후 김민우는 포크볼만 13개 연속 던진 것에 대해 "속구가 계속 안 좋았다. 이전 이닝에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으면서 풀어 나갔다. 삼진 잡고 나서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엔 이미 포크볼을 던지겠다고 마음 속으로 결정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7회 힘이 빠져 공이 높게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야겠다 싶어 존을 높게 설정해 던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초반 포수 최재훈이 자신의 가슴을 세게 친 것에 대해서는 "왜 그러냐고 그러길래, 속구가 안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슬라이더랑 변화구로 풀어 나가시죠라고 말했다"면서 다승 1위에 대해서는 "해본 적이 없어서(웃음). 그냥 제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이라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자칫 흐름을 완전히 내줄 뻔한 한화의 플레이도 나왔다. 곧바로 이어진 8회초. 1사 후 노시환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한 뒤 3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성열이 볼넷을 골라내며 1,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후속 김민하가 초구에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며 실패했다. 이 사이 3루 주자 노시환이 홈으로 쇄도하다가 런다운에 걸렸다.

노시환이 시간을 버는 사이 3루까지 온 1루 주자 유장혁. 그런데 바로 이때, 노시환이 3루 근처로 가자 갑자기 3루에 있던 유장혁이 2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흡사 지난 21일 인천 LG-SSG전에서 나온 황당 끝내기 장면을 보는 듯했다. 당시에는 이미 아웃된 한유섬이 2루로 가다가 결국 추신수가 홈을 밟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두산은 깔끔한 수비로 유장혁을 런다운으로 잡아냈다. 3아웃 이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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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초 1사 1,3루 상황서 한화 김민하의 번트 실패 때 협살에 걸린 노시환(왼쪽에서 두 번째)과 3루를 밟고 2루로 돌아가고 있는 유장혁(오른쪽).


흐름을 두산으로 넘겨줄 뻔했으나 8회말 마운드에 오른 강재민이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그리고 9회초 한화가 조한민의 적시 3루타를 포함해 2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회말에는 한화의 수호신 정우람이 3점 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경기 후 수베로 감독은 "오늘은 김민우 쇼였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매 경기마다 투수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뜻깊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우가 7회를 마치자 3루에 있던 한화 팬들은 아낌 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민우는 "정말 감사하다. 근데 사실 못 봤다. 정말 힘들어서 공을 1루 쪽으로 토스한 뒤 땅만 보고 들어온 것 같다. 팬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도쿄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민우는 코로나19 예방 접종(1,2차)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이날 인터뷰에 앞서 "앉아서 해도 괜찮을까요"라고 취재진에 양해를 구한 뒤 앉은 채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토록 힘이 빠진 김민우였다. 사실상 정신력이 만들어낸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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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승 달성 후 인터뷰에 앉은 채로 임하고 있는 한화 김민우.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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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마지막 수비 순간, 김민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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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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