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도 '인질'도 연기..'모가디슈' 등 여름 텐트폴 향방은? [★FOCUS]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5.21 09:36 / 조회 :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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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임윤아 주연 영화 '기적'과 황정민 주연 영화 '인질' 등 6월 개봉을 검토하던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올여름 한국영화 개봉 상황이 한층 어려워졌다.
6월 개봉하려던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차례로 개봉을 연기하고 있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당초 6월 개봉할 계획이었던 '기적'(감독 이장훈) 개봉을 연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박정민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등이 출연했다.

'기적'은 지난달말 온라인 제작보고회를 여는 등 6월 개봉을 앞두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으나 모든 프로모션이 전면 중단됐다. '기적'은 지난해 12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개봉하려다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기한 류승룡 염정아 주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추후 개봉 시점조차 정하지 않은 채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적' 뿐 아니다. 외부로 공표하진 않았으나 6월말 개봉을 검토하던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도 개봉 일정을 조정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인질'은 괴한들에게 납치 당한 유명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황정민이 황정민 역으로 출연했다. NEW는 당초 '인질'을 칸국제영화제에 출품하고 초청 여부 등을 지켜본 뒤 6월말 개봉을 고려했으나 여름 개봉이란 전제만 둔 채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기적'과 '인질'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잇따른 개봉 연기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심상치 않은데다 할리우드 영화 등 경쟁작 개봉 상황, 극장들의 개봉 지원금 중단 여부 등이 복합하게 얽혀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500명 이상인 상황에서 개봉을 강행해도 흥행 성공 여부를 점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자산어보'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앞서 개봉한 한국영화들의 저조한 흥행성적도 이런 인식을 더하게 됐다.

6월에 '콰이어트 플레이스2' '킬러의 보디가드2' '루카' '발신제한' 등이 개봉을 차례로 확정한 것도 변수 중 하나다. 현재 극장가는 관객이 적은데다 관객이 늘어도 흥행작 한편에만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9일 개봉 첫날 40만명을 동원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이날 극장을 찾은 총관객의 82.9%를 차지했다. 20일에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10만명을 동원하며 1위를 기록했지만 2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2334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시대로 돌입하면서 관객과 극장의 기대작 쏠림 현상이 더욱 커졌기에 경쟁 상황이 치열해지면 코로나 시대 전처럼 틈새 시장 공략이 어려워졌다. 한국영화 대작들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급 이하 한국영화들이 개봉을 하고 있고, 그런 까닭에 관객이 더 한국영화를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도 이런 고민을 더 크게 하고 있다. '기적' '인질' 등 중급 규모 웰메이드 한국영화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스크린수와 상영횟차를 확보한 뒤 장기상영으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은 까닭이다.

2월부터 개봉작 증가를 독려하기 위해 개봉지원금을 지급했던 극장들이 6월부터는 지급을 고민하고 있는 것도 한국영화들이 개봉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극장들은 개봉지원금을 주는 게 한계에 봉착했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정부 지원책이 없는 만큼, 극장들은 선별 지급도 검토하고는 있지만 어디는 주고 어디는 안 주느니 차라리 안 주는 게 좋지 않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작 발표도 최근 5월27에서 일주일 뒤인 6월3일로 연기되면서 그 결과를 보고 개봉 시점을 조율하려던 한국영화들도 개봉 일정을 더 미룰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래저래 상황이 꼬일대로 꼬였다.

6월 한국영화 개봉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올여름 한국영화 텐트폴들은 아직 개봉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없는 빈 자리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북미 개봉과 자사 OTT서비스 공개 일정에 맞춰 한국 개봉 일정을 정하고 있는 디즈니의 공세가 거세다. 디즈니는 5월26일 '크루엘라', 6월에는 '루카', 7월초에는 '블랙위도우' 등을 차례로 선보인다. 올해 한국 개봉작 중 최고 흥행작이 디즈니-픽사 '소울'인 것을 고려하면 디즈니 강세는 올여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여름에는 '반도'(NEW)를 시작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CJ ENM) '강철비2: 정상회담'(롯데) '오케이 마담'(메가박스) 등이 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이었지만 극장이 살아야 한국영화가 산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여름에는 그마저도 없다. 아이러니하게 지난해 여름 텐트폴 흥행 성적이 바로미터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천만영화가 나왔을 여름 시장에서 500만명을 동원한 영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여름 한국영화 텐트폴로 영화계 안팎에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단연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다. CJ ENM과 쇼박스, NEW 등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텐트폴 후보군을 정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제작사 외유내강과 '모가디슈' 올여름 개봉을 놓고 계속 논의 중이다. 물론 외유내강 입장에선 자사 작품인 '인질'과 '모가디슈'가 동시에 여름 개봉을 검토하고 있는 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일단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기적' 개봉 연기 등으로 한국영화 라인업 정리에 한층 신중해졌지만 여전히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통상 여름 텐트폴 영화들은 개봉 12주 전부터 마케팅을 시작한다. 올해 여름 개봉을 겨냥해 마케팅을 시작한 한국영화는 아직 한 편도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다가 개봉 결정을 하게 되면 개봉 8주 전 또는 4주 전부터 마케팅을 시작해도 가능하다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한국영화 개봉 악순환에는 텐트폴 등 확실한 기대작이 개봉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분명한 원인 중 하나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꼭 봐야 한다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한국영화가 개봉하지 않고 있기에, 더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찾지 않고 있기도 하다.

과연 올여름 '모가디슈'를 위시로 한 한국영화 텐트폴들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한국영화에 관심을 쏟게 하는 마중물이 될 영화는 어떤 작품이 될지, 이래저래 대의와 명분과 실리 앞에서 결정을 내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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