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불가' 판정 받았던 31세 늦깎이의 화려한 반란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5.1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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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주현(왼쪽).
"내야 수비는 이제 안된다고 했다."

LG 트윈스 2루수 정주현(31)은 4년 전 외야수 변신을 시도했다. 풋워크나 송구가 늘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LG 부동의 2루수는 정주현이다. 류지현 LG 감독은 "지도자가 선수를 너무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정주현은 14일과 15일, 선두 삼성과 일전에 연일 멋진 수비를 펼치며 2연승에 앞장섰다. 실점을 막는 결정적인 호수비 퍼레이드였다.

14일은 정주현이 수비만으로 3점을 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3-2로 쫓긴 5회초 1사 2, 3루 대위기에서 구자욱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다이빙캐치했다. 9회초 2사 1루에서는 완벽한 홈 보살을 잡았다. 박해민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다. 1루 주자 김상수는 3루를 돌아 홈까지 노렸다. 우익수 홍창기가 던진 공을 받아 홈에 빠르고 정확하게 송구했다. 김상수가 태그 아웃되면서 LG의 1점 차 승리로 종료됐다.

사실 정주현은 2018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서 2루수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다. LG는 정주현을 내야수가 아닌 외야와 대타 대주자 백업 요원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정주현은 언젠가 다시 올 기회를 잡기 위해 묵묵히 훈련했다. 2018년 초반, LG가 2루수로 낙점했던 강승호와 박지규가 차례로 부진하자 결국 정주현이 다시 선택을 받았다. LG가 2020년 베테랑 2루수 정근우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주현은 부단한 노력과 발전을 거듭해 자리를 사수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16일 "수비코치, 수석코치를 하면서 지켜봤는데 해마다 늘고 있다. 예전에는 변형된 타구가 오면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두 다리가 정지되는 모습이 많았다. 다리를 계속 앞뒤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습해도 쉬운 것이 아닌데 작년에 많이 좋아졌다. 류중일 전 감독님께서도 '정주현이 이제 잘한다, 많이 늘었다'고 하셨다"고 칭찬했다.

류 감독도 2018년을 떠올렸다. 류 감독은 "그 때에는 팀에서 (정주현이) 내야 수비가 안된다고 했다. 빠른 발을 활용하기 위해 외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판단했을 때 사실 외야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이 없었다. 또 새로운 도전을 할 바에는 그래도 어릴 때부터 했던 걸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류지현 감독의 안목이 결국 정확히 맞았다. 류 감독이 정주현을 내야수로 다시 키웠다. 류 감독은 "정주현은 정말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 정주현을 보면 지도자로 또 느끼는 점이 있다. 선수를 너무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순간의 선택으로 잘못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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