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들은 즐겁다' 따뜻하고 즐겁고 슬픈 동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4.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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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다이는 막 이사를 왔다. 엄마도 집에 없고, 아빠는 일하러 나간다. 학교에 전학을 왔다. 낯선 곳인데 친구 둘이 같이 놀자고 한다. 즐겁다. 비밀기지도 새롭다.

엄마를 만나러 혼자 병원 가는 것도 즐겁다.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으니깐. 엄마가 아프지만 곧 집에 올테니 괜찮다.


다이는 혼자서도 즐겁다. 아빠는 맨날 일하러 가서 늦게 돌아오지만, 엄마가 집에 없어서 빨래를 못해 입던 옷을 입지만, 그래도 괜찮다. 착한 선생님이 잘 이해해주고, 좋은 친구들이 믿어준다. 시험도 잘 본다.

엄마한테 선물한 꽃도 잘 자란다. 걱정이 있다면 엄마한테 자주 가서 엄마가 힘들지 않을까, 엄마가 빨리 좋아져서 같이 집에 갔으면 하는 것 정도. 아홉 살 다이의 삶은 즐겁다. 가끔은 슬프지만 그래도 즐겁다. 즐겁지 않은 건 어른들 뿐이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허5파6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병 든 엄마와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게 힘든 아빠, 그렇지만 친구들과 노는 게 즐거운 아홉살 다이의 이야기다. 아홉살 다이가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는, 친구들과 같이 엄마를 찾아 떠나는 그런 이야기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아홉살 다이의 눈높이다. 카메라가 그렇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본다. 아래에서 위로 본다. 낮아서 보이는 풍경들이 보인다. 그 풍경은 때로는 따뜻하고, 더러는 맑고, 대체로 즐겁다. 힘든 건 자기 마음을 좀처럼 털어놓지 못하는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순수해서 잔인하다. 다이가 냄새가 나서 난다고 했을 뿐인데 선생님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른들은 이상하다. 엄마는 곧 집에 돌아온다고 하는데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는 소세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너 먹으라고 한다. 그동안 친한 척하지 않았던 친척들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갑자기 친한 척 한다.

다이는, 아이들은, 순수함에 상처받고 순수함에 위로받는다. 아니다. 위로를 받는 건 이상한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그저 즐겁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모험이 그저 즐겁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더라도, 아이들은 이제 여행을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즐겁다'는 따뜻하고 즐겁고 조금은 슬픈 동화 같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쥐어짜지 않는다. 울고플 때 울고, 웃고플 때 웃는다. 그건 이 영화를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찍으려 한 이지원 감독의 공이다.

분명 아이의 눈높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였으니깐. 비밀기지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갔던 기억이 있다. 발이 아프도록 걸었지만 즐거웠다. 조금은 무서웠다. 그래도 즐거웠다. 돌아가면 엄마가 있으니깐. '아이들은 즐겁다'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만들었지만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눈높이를, 비밀기지가 있던 시절을, 친구들과 갔던 모험을, 그리고 엄마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말한다. 힘들면 담아놓지 말고 이야기하라고. 아빠한테, 좋은 어른한테, 이야기하라고. 다이한테 하는 이야기지만, 그건 영화를 보는 어른들에게 하는 이야기기도 하다.

다이를 맡은 이경훈, 민호를 맡은 박예찬, 유진을 맡은 홍정민, 재경을 맡은 박시완, 시아를 맡은 옥예린, 그리고 다이의 친구들로 출연한 많은 아역 배우들. 이 영화는 이 아이들이 자라서 좋고 즐거운 기억으로 분명 남을 것이다. 보는 관객도 그럴 것이다.

다이 엄마 역의 이상희와 아빠 역의 윤경호. 엄마든 아빠든, 관객이 이입시키기에 참 좋다. 다정한 엄마와 무뚝뚝한 아빠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시 자신이 그렇다면, 두 배우는 거울처럼 연기했다. 선생님 역의 공민정은 세상의 선함을 믿게 만든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세상의 선함을 믿고 싶게 만든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믿고 싶게 만든다. 어쩌면 아이였을 적에 우리는 세상의 선함을 믿었을 것이다. 지금보다는 즐거웠을 시절. '아이들은 즐겁다'는 그 시절로 안내한다. 즐겁고 싶다.

5월 5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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