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형 같은 故이현배, 내 대답은 영원히 '네 형!'" [인터뷰]

'22년 함께 건넌 세월' 45RPM 박재진 "웃기만 했던 바보 같은 형"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4.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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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현배 영정(위)과 빈소 /사진제공=박재진
그룹 45RPM의 멤버 고(故) 이현배가 향년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한 사람. 박재진(41)은 고인과 더불어 45RPM의 이름을 지킨 유일한 멤버다. 박재진은 고인의 친형인 그룹 DJ DOC의 멤버 이하늘(50·이근배)과 함께 빈소를 묵묵히 지키며 슬픔을 나눴다. 지난 22일 발인 당일에도 그는 고인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들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박재진은 지난 23일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내게 친형 같던 존재"라며 고 이현배를 회고했다.

그는 형제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인터뷰 내내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여느 팀들처럼 활동하며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진짜' 이별이 찾아올 줄 몰랐다. "어제까지 계속 밖에서 자고 술 마시고 하다가 이제 집에서 좀 쉬고 있어요. '아무렇지 않은건가', '이제 다시 일상인데, 이게 맞는건가'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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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현배 /사진=포토그래퍼 이솔네
슬픔과 황망함 속에 먼저 고인을 떠나 보낸 그는 힘겹게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는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생전 고인의 사진을 올리며 애도했다. "예전에 45RPM 만날 때부터 사진을 찍어준 사진작가 누나가 엊그저께 빈소에 왔었는데, 옛날에 작업했던 사진들을 가져와서 보여줬어요. 여러 개 사진 중에 보다가 저 사진을 보니까 너무 그 얼굴이, 현배 형 같더라고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故이현배 인생 절반 함께한 형..친형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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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토그래퍼 이솔네
1999년 대전의 힙합 클럽 '아폴로'에서 처음 결성된 45RPM을 인연으로 무려 22년의 세월, 박재진은 7살 연상의 고 이현배를 친형처럼 여겼다. 그는 "진짜 친형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현배 형은 더 친형과도 같았다. 내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형이니까"라고 했다.

"청주에서 '사거제곱사'란 팀을 하다가 공연을 하고 싶어서 대전에 갔어요. 그때 현배 형이랑 다른 형들이랑 만나서 같이 랩하고 음악 들으면서 친해졌죠. 그때 바로 현배 형이 같이 팀하는 게 어떠냐고 했고, 같이 팀하면서 공연도 많아지고 나중에 YG와 계약도 하고 앨범도 내고 했죠."

두 사람이 불협화음을 겪던 시기도 있었다. 2016년 박재진이 팀을 탈퇴하면서 고 이현배와 갈등을 빚었다. 저마다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 이후 2019년 JTBC '슈가맨'과 Mnet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 함께 출연하며 묵은 갈등을 털어내고 다시 팀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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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RPM 싱글1집 '디스 이즈 러브'(This Is Love) 발매 인터뷰 당시 故이현배(왼쪽)와 박재진 /사진=스타뉴스
45RPM은 지난해 12월 EP앨범 '나이트 플라이트'(Night Flight)을 발매했다. 안타깝게도 이 앨범은 고 이현배의 유작이 됐다.

박재진은 최근까지도 고 이현배와 함께 신곡 작업을 논의했다고 했다. 그는 "현배 형이 4월 초에 '천천히 가사 써서 나중에 작업하자'고 하면서 제주도에 내려갔는데 그렇게 됐다" "45RPM 앨범 활동할 때 같이 했던 DJ 동생이 갑자기 연락이 와서 '형 놀라지 마세요'라며 말하는데...처음엔 정말 믿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故이현배 생전 우울증 앓아..자다가 일어나 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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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RPM 활동 당시 故이현배 /사진=포토그래퍼 이솔네
고 이현배의 사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고인은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심장 이상'이라는 소견이 나왔으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박재진은 "현배 형이 평소 우울증과 화병 같은 게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우울해지면 갑자기 술을 마시다 가슴을 부여잡고 엉엉 울고, 숙소에서 같이 자다가도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울며 가슴 아파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이하늘처럼 게스트하우스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눈치였다. 이하늘은 얼마 전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DJ DOC 멤버 김창열이 함께 진행하던 게스트하우스 사업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빚을 떠안은 고 이현배가 생활고를 겪었다고 폭로했다.

박재진은 "혹시 현배 형이 제주도에서 밤에 자고 있는데, 또 그렇게 우울증이 와서 오열하고 힘들어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다 쇼크가 온 게 아닐까"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렇게 다 가슴에 묻어 두고서 사람들한테는 내색 하지 않고 웃기만 했던 바보 같은 형이었어요. 그렇게 바보 같고 착한 사람도 있는데, 진짜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은 TV에 얼굴 내밀면서 그렇게 살아요. 진짜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사람들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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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5RPM 'Night Flight' 앨범 재킷
'날아갈거야 오늘밤엔 저 하늘 위로 / 날아갈거야 날아갈거야 / 오늘밤엔 저 하늘 위로'(45RPM 'Night Flight(날아갈거야)' 중)

턴테이블 위로 흐르는 멜로디에 고 이현배는 이제 너무 높이 날아가 버렸다. 하늘 높이 저 멀리, 꿈속 무지개를 넘어, 달빛 위를 걸어... 박재진은 고인과 마지막 비행을 함께 하고 인스타그램에 "네 형!"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희로애락을 나눈 22년. 함께 지지고 볶으며 뜨거운 세월을 보낸 두 사람만의 특별한 '시그널'이었다.

"너무 좋고 싫고 밉고 싸우고 덤비고 맞고 까불고...그렇게 지냈어요. '네, 형...' 그 말이 형한테 제일 많이 했던 말이었어요. 마음에 들어도 안들어도 말이죠. 정말 친형 같이 특별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형이에요. 이제 세상에 없지만, 형이 얘기하면 무조건 제 대답은 '네 형'이에요. 앞으로 현배 형 위해 좋은 음악하면서 열심히 살 거예요. 현배 형 대신해서 음악하면서 착하게 살도록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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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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