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만 집착한 빅매치, 팬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울산]

울산=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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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 전북현대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는 양 팀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김상식(45) 전북현대 감독은 2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전 0-0 무승부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열린 두 팀의 경기를 관통한 한 마디이기도 했다.


울산과 전북의 이번 맞대결은 그야말로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현대가(家) 더비이자, K리그 1위(전북)와 2위(울산)의 맞대결, 그리고 우승 경쟁을 펼치는 'K리그 2강'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장에 3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모인 것, 2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린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였다.

홍명보(52) 울산 감독도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두 팀의 경기를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A매치 다음으로 관심이 있는 경기"라고 표현했다. 비단 울산과 전북 팬들뿐만 아니라 K리그 팬들이 모두가 주목하는 매치업이라는 의미였다.

관심은 두 팀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떤 경기력을 펼칠 것인지에 쏠렸다. 10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는 전북, 그리고 그 뒤를 뒤쫓는 울산의 맞대결이었다.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받고, 많은 골까지 터지는 그림이 그려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러나 정작 90분 내내 두 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

이날 울산이 기록한 슈팅수는 90분 동안 단 6개, 전북은 5개였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최저 슈팅 수였다. 골문 안쪽을 향한 유효슈팅은 울산 1개, 전북 2개에 그쳤다. 양 팀 합쳐 11개에 그친 슈팅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실망감이 컸다.

이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으니, 득점도 터질 리 없었다. 이날 두 팀 모두 무득점에 그쳤다. 양 팀 모두 결정적인 기회조차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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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볼 경합 중인 신형민(위)과 일류첸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저 경기 양상만 치열했다. 경기 중 충돌 직전까지 번진 신형민(울산)과 홍정호(전북) 간 기싸움이나, 경기 내내 서로를 향했던 거친 태클과 몸싸움만이 이날 두 팀의 경기가 라이벌전임을 느끼게 해 줬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 두 팀의 경기는 그저 '치열함'으로만 포장됐다.

경기 내내 전북이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탓이 컸다. 이날 전북의 슈팅수는 후반 중반이 될 때까지 단 2개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울산은 그런 전북 수비를 무너뜨릴 힘이 부족했다. 점유율이 61%에 달할 만큼 주도권을 쥐고도 상대를 완전히 몰아치지는 못했다. 두 팀 모두 팬들을 위한 경기보다 '지지 않는 결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북은 승점 6점이나 앞선 데다 원정경기였던 만큼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울산도 전북 역습의 위력을 고려할 때 무작정 공격에만 무게를 두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기장을 찾은 3232명의 팬들, 그리고 중계를 지켜보고 있을 팬들은 고스란히 뒷전으로 밀렸다.

결국 경기 후 두 사령탑 모두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홍명보 감독은 "서로 치고 받고, 골도 나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아무래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경기다 보니 양 팀 다 공격적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식 감독도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나갔다. 지키려는 마음이 강했을 것"이라며 "조금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K리그 흥행 발전을 위해서도 재미있는 경기를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경기는 끝났고, 팬들은 큰 실망을 한 뒤였다. 뒤늦은 후회였다.

한편 이날 무승부로 전북은 승점 27(8승3무), 울산은 승점 21(6승3무2패)로 승점 6점 차 리그 1, 2위를 유지했다. 두 팀은 5월 1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두 번째 맞대결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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