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데이터 파괴한 양석환의 노림수, 투수교체 이래서 어렵다

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4.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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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
KT 위즈 선발 배제성(25)은 투구수 100개를 향했다. 1-1로 맞선 5회말, 2사 만루에 몰렸다. 두산 베어스 우타자 양석환(30)과 승부였다. 투수를 바꿔야 했을까.

승부처였다. 모든 데이터는 배제성에게 우세했다. 그러나 양석환은 상대의 결정구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가 데이터를 파괴했다. 양석환은 슬라이더를 깨끗하게 때려 2타점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두산은 3-1로 이겼다.


14일 잠실 두산전. 이강철 KT 감독의 투수 운영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하지만 거기서 투수를 바꿨다고 성공했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다. 높은 확률을 믿고 갔음에도 상대가 잘 해서 당한 셈이다.

이날 배제성은 투구수가 많긴 했지만 4회까지 1실점으로 나름 순항했다. 5회말도 선두타자 박계범을 삼진, 후속 허경민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2사 후 페르난데스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아직 교체 타이밍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박건우에게 허용한 2루타도 운이 나빴다. 빗맞은 타구가 우측 파울라인 바로 안에 떨어졌다. 2사 2, 3루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왔다. 투구수 92개였다.


김재환과 정면승부는 사실상 피했다. 1루를 채우면 다음 타자가 양석환이었다. 김재환은 볼넷으로 내보냈다. 양석환을 상대할 때 투구수는 98개였다.

이날 경기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배제성은 높은 타점에서 때리는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쓴다. 우타자에게 매우 까다롭다. 우타자 상대 기록만 보면 리그 정상급이다. 배제성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우타자를 700명 이상 상대한 투수 중 피안타율(0.228) 전체 2위다. 피OPS는 6위(0.638)인데 1위부터 5위까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게다가 양석환은 앞선 두 타석에서 배제성의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날까지 통산 전적은 1타수 1안타였는데 2017년 기록이라 큰 의미가 없다. 양석환은 1회초 3루 땅볼, 3회초 3볼 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슬라이더에 당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또한 배제성은 91~105구 구간 피안타율 0.196, 피OPS 0.523으로 매우 우수했다. 5회말 당시의 밸런스는 어땠는지 알 수 없으나 데이터만 보면 배제성을 믿는 편이 옳았다.

하지만 양석환은 슬라이더를 결국 때렸다. 세 번 당하지 않았다.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자세를 낮추면서 정확히 때려 좌익수쪽 2루타를 만들어냈다. 2,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스코어는 3-1이 됐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양석환은 경기 후 "슬라이더에 노림수를 가지고 찬스에 집중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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