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 이가령 "일 없어 3일 잠 안 와..쉬지 않고 연기하고파"[★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3.30 16:33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이가령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가령이 누군데?"

이가령은 6년 전 절필을 선언했던 임성한 작가의 컴백과 함께 TV조선 토일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주연에 캐스팅 된 배우로 출연자 중 가장 크게 주목 받았다. '막장극의 대모' 임성한 작가가 자신의 룰을 깨고 다시 선보일 야심작에서 이가령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궁금했다.


대중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이가령은 이미 2014년 '압구정 백야'에서 안수산나 역으로 임성한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불굴의 차여사',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언니는 살아있다', '로봇이 아니야' 등에서 주로 단역, 조연을 맡았고 이번 '결사곡'에서 '임성한의 신데렐라'로 활약했다. 이가령이 선보인 '30대 요즘 며느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연탄 스모키 메이크업'과 함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존재감이 돋보였다. 이가령은 할 말 다 하는 '요즘 며느리' 부혜령도 힘든 게 결혼생활임을 보여줬다.

'결사곡'은 잘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 부혜령(이가령 분), 사피영(박주미 분), 이시은(전수경 분)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

이가령은 극중 라디오 DJ 부혜령 역을 맡았다. 혜령은 똑 부러진 성격의 아나운서 출신 DJ 이자 변호사 판사현(성훈 분)의 아내로, 사현과 2세 계획 없이 '워라벨 라이프'를 살자고 약속하고 결혼했다. 시즌1 말미 사현이 번역가 송원(이민영 분)과 불륜을 저지르면서, 시즌2에서 혜령에게 신변의 변화가 예고됐다.


image
배우 이가령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결사곡'이 시즌2를 예고하며 종영했다.

▶시즌1이 끝나고 바로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시즌1이 마무리 되니 한 챕터가 끝난 느낌도 들면서 아쉬운 느낌도 든다. 이번에 큰 역할을 처음 맡아서 열심히 준비를 했다. 작가님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써주셨는데 내가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4년 만에 작품을 선보였다. 그동안의 근황은?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길었다. 내가 작은 역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잘 없었고 쉽지 않았다. 오디션도 보고 광고, 홍보영상 등에 출연하고 있었다. 드라마 하기 전에는 내가 정말 열심히 일해서 일주일에 한 번 쉬면 많이 쉬는 꼴이었다. 남들 쉬기도 할 때 나는 지하철 타면서 다니고 버티면서 일했다. 20대 때 쉬지 않고 일했는데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가 신인 때 작품 경력이 없는데도 임성한 작가님이 '압구정 백야' 때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다. 갚아야 할 무언가가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임성한 작가와의 인연은?

▶2014년 '압구정 백야' 주인공 자리 리딩을 했다가 하차한 적이 있다. 작가님이 좋게 봐주셔서 오디션을 봤는데 내가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 그 역에는 박하나 씨가 딱이었던 것 같다. 작가님이 2015년 이후 절필을 하셨다가 다시 작품을 하시면서 6년이란 시간 동안 저를 잊지 않고 연락해주셔서 감사했다. 작가님은 작품에 들어가면 연락이 안 되신다. 그래도 '압구정 백야' 이후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안부인사를 드렸다. 그땐 배우와 작가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연락을 잘 받아주신 것 같다. 작가님은 내가 버티고 놓치 않는 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나도 중간에 생계가 힘들고 일이 힘들다 보니 딴 일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는데,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

-'결사곡' 제작 소식 때 '임성한의 그녀'로 화제가 됐는데.

▶깜짝 놀랐다. 작가님이 작품을 안 하신다고 선언하신 상태였고, 너무 큰 역을 제안 받아서 정말 놀랐다. 나에게 이런 큰 기회를 주셨구나. 실망시켜드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현장에 간 것도 오랜만이었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일단 현장에 가는 게 너무 신났다. 부담감은 오히려 작품을 하면서 중간에 오더라. 그동안 이 일을 못한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아침에 나가서 대본을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image
/사진=TV조선
image
/사진=TV조선


-부혜령 역은 어떻게 표현했나.

▶사람들은 제일 센 부분을 먼저 보다 보니 부혜령이 시부모에게 하는 나쁜 부분을 봐주신 것 같다. 부혜령의 대사나 행동을 보면 판사현이 바람을 필 만한 여지를 준 것 같다. 지금 현대를 사는 30대 부부의 이야기를 작가님이 그렇게 전달한 것 같다. 막상 결혼을 해보니 남자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등 너무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작가님이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부부 얘기는 쇼윈도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 이가령은 부혜령과 비교하면 어떤 성격인가.

▶부혜령 같은 면이 없다고 할 순 없겠다. 웬만하면 솔직해지려고 노력하지만 보여지는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부혜령은 본인의 의사 표현에 솔직하다. 마음이 나빠서 남편에게 밥을 안 차려주는 건 아니다. 부혜령은 30대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미혼인 입장에서 '결사곡'을 촬영하며 결혼관이 바뀌었는지.

▶살짝 고민은 하게됐다. '어떻게 한 사람과 평생을 같이 살지?' 싶었다. 요즘은 100세 시대이지 않나. 결혼을 40대에 해도 50년을 같이 사는 거다. 사랑이란 감정이 그렇게 오래갈까 싶기도 했다. 결혼이란 제도가 불합리한 것 같다가도 어떻게 보면 여자에게 안전한 장치인 것 같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감옥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이 있고 답이 안 나오는 얘기인 것 같다.

-'결사곡'의 다양한 커플 이야기 중 공감갔던 커플 이야기는?

▶30대 커플 이야기다. 요즘 자기 삶을 중요시해서 아이도 안 갖는 분들이 많지 않나. 내가 미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생각과 괴리감이 있지 않더라. 요즘엔 동거가 너무 자연스럽고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image
배우 이가령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결사곡'에서 드럼 치는 새로운 모습도 보여줬다.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장면인가?

▶개인적으로 2019년 때부터 드럼을 배웠고 1년 정도 쳤다. 작가님이 부혜령이 드럼을 친다고 말해주셔서 나도 해보고 싶던 찰나에 하게 됐다. 아침에 눈 뜨면 할 일이 없어서 드럼을 배웠다. 내가 하고싶은 건 연기인데, 다른 걸로 집중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 취미를 갖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드럼은 아침, 저녁, 새벽에도 쳤다. 남편이 부혜령의 드럼 치는 모습에 반한 걸 보여준 거다.

-개인적으로 취미가 또 있나.

▶드럼 이전에 골프와 수영을 하며 한 해씩 보냈다.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 많으면 언젠간 써먹을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하고 있다. 지금처럼 연기를 쉬지 않고 역할 비중 상관 없이 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런 인터뷰 자리도 너무 좋다. 일이 없을 때는 3일 동안 잠이 안 오더라. 그게 아팠던 것 같다.

-부혜령 역으로 임성한 작가를 만족시킨 것 같은가.

▶첫 촬영부터 앞만 보고 달렸다. 막상 방송이 나올 때 나도 떨리더라. 시청자들이 '쟤 오랜만에 나왔는데 어디 한 번 보자'는 생각들을 갖고 있겠지 생각해서 첫 방송 때 너무 떨렸다. 방송을 보고 내가 놓친 부분도 보였다. 시즌2에선 시즌1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시즌2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시즌1은 신나서 했다면, 시즌2는 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중간에 모니터링을 하면서 욕심이 계속 생겼다. 선배님들은 '잘 해야하는 것이 없다'면서 신인인데 어떻게 잘할 수 있냐고 말해주셨다. '압구정 백야' 때나 예전에 선배님들이 해주신 말이 지금 와서 생각나는 것 같다. 하면서 배우고 있다.

image
배우 이가령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결사곡' 시즌2에서 반전을 기대해도 되겠는가. 부혜령과 사피영, 이시은이 라디오국 엔지니어 서반(문성호 분)을 놓고 이성적으로 미묘한 기류를 보이는 것 같다.

▶떡밥은 배우들끼리도 모른다. 서반 부장님에 대해 우리 배우들도 '부장이 누구랑 이어질까'라면서 많은 추측을 한다. 중간에 부혜령과 세 명이 관심을 보이는데, 어떻게 얽힐지 모르겠다. 실제로 문성호 선배가 역할과 비슷하게 말이 많지 않은 편인데, 임성한 작가님이 대본에 지문으로 '무표정', '심상' 이라 표현하고 우리가 'AI 같다'고 한다.(웃음) 문성호 선배는 연극을 오래 하셨는데 연기를 되게 잘 하신다.

-임성한 작가의 대사가 길어서 소화하기 힘들진 않았나.

▶한 부분에서 꼬이면 힘들다. 선생님이 쓰시는 말투가 몇 가지 있는데 그게 앞에 있을 때도 있고 뒤에 있을 때도 있어서 외우기 힘들긴 하다.

-'언니는 살아있다'로 김순옥 작가, '압구정 백야'와 '결사곡'으로 임성한 작가와 작업했다. 막장극 두 대모의 스타일에서 어떤 차이가 있던가.

▶한 작품을 하는 것과 한 신에서 연기한 건 달랐다. '언니는 살아있다' 때는 한 신이 너무 재미있었다.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도 내가 개념 없는 여배우 역을 했는데, 그때 한 신만 받고 가니 그 신만 생각하고 찍느라 겨를이 없었다.

-데뷔는 2014년에 했지만 연차에 비해 출연작이 적다. 작품이 없을 때는 슬럼프를 겪기도 했을 것 같다.

▶무너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갈고 하는 건 잘 못하겠더라. 악바리 근성이 있긴 하지만 '다 죽었어'란 느낌보다 내가 무너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다. 내가 살아야지라는 느낌보다 무너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image
배우 이가령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시청자들에게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내가 활동한 시간은 오래됐지만 필모그래피가 많진 않다. 이 시점에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보다 작품 관계자들이 나를 두고 고민할 수 있게 여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시즌1을 마친 상황에서 혜령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혜령이가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사곡' 시즌2의 관전 포인트는?

▶작가님의 대본을 보며 느끼는 생각은 막장이라는 생각보다 인간의 내면을 말하는 포인트가 있구나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다 저런가'에 초점을 맞춰서 봐주시면 좋겠다. 사람으로서 갖는 기본적인 본성을 봐 달라. 그러면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의 작품은 상황이 막장일 뿐이지 내용이 막장은 아니다.
기자 프로필
한해선 | hhs422@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