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현실은 냉혹, 등판 일정 감감무소식 [★현장]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3.06 15:31 / 조회 :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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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이 5일 캠프 훈련을 위해 필드로 걸어가고 있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메이저리그 텍사스 구단 투수들의 훈련은 현지시각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현종(33·텍사스)은 통역과 함께 30분이나 일찍 필드에 나와 연습 공을 챙기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양현종은 이날 투수들과 함께 단체로 몸을 푼 뒤 조별로 나뉘어 연습구장에서 PFP(투구 후 수비훈련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과거 같으면 훈련을 마치고 이동할 때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기자들의 접근은 전면 금지됐다. 특히 텍사스는 다른 구단에 비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스타뉴스는 이날 필드에서 만난 텍사스 구단 홍보팀의 타일러 스트래찬에게 양현종의 시범경기 등판일정에 대해 물었다. 스트래찬은 잠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일정을 점검한 뒤 “양현종은 아직 등판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튿 날인 6일 스타뉴스는 스트래찬에게 문자로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안됐지만 양현종이 언제쯤 시범경기에서 던지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경기에 나서는 투수들의 명단은 보통 2~3일 전에 미리 알 수 있는데 양현종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양현종의 등판일정이 정해지면 바로 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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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등판 일정에 관한 텍사스 구단 직원의 답변 문자.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5일 구장에서 양현종의 모습은 좋아 보였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불안한 위치였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람 좋은 미소는 여전했다. 스타뉴스 취재진과 먼 발치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려 있었다.

아직까지 양현종의 등판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투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텍사스 구단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는 투수만 23명이 있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양현종 같은 투수는 18명이나 있다. 투수만 총 41명이다.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 26명 가운데 투수는 보통 13~14명 정도로 채워진다. 최대 14명으로 잡아도 스프링캠프 전체 투수 가운데 27명은 고배를 들어야 한다. 게다가 양현종은 계약이 늦어져 이들보다 1주일이나 늦게 캠프에 합류했다.

두 번째는 구단 내에서 양현종의 입지가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다. '메이저 경험이 전무한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무명의 투수'. 어찌 보면 이것이 양현종에 대한 냉정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당사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을 선택했을지라도 텍사스 구단은 양현종과 달리 아쉬울 게 하나도 없다. 자신들이 비싼 돈을 주고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투수들을 먼저 살펴야 하고, 그 다음은 40인 명단 내에 있는 투수 유망주들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혹, 이들 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다면 그 때서야 초청선수들에게 눈길을 보내는 것이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류현진(34·토론토)처럼 애당초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고 오거나 추신수(39·전 텍사스)처럼 고액의 다년 계약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최지만(30·탬파베이)처럼 스프링캠프에서 맹활약을 해서 실력을 입증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26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양현종의 입장은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나 류현진과 다르다. 이들은 한 번 못 던져도 다음에 잘 던지면 되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다르다. 매 등판마다 죽기살기로 던져야 한다.

과거 최향남(50)은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 A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당시 그는 9승 2패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음에도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는 무명의 30대 중년 투수보다 젊은 신예를 키우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그게 현실이다. 양현종이 매 등판마다 죽기 살기로 잘 던져야 하는 이유다.

이상희 스타뉴스 통신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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