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후 "아직도 제가 사연있게 생긴 것 같아요"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2.28 09:30 / 조회 :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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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 /사진제공=찬란


김보라 감독의 '벌새'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박지후(19)가 '빛과 철'을 통해 무겁고 깊은 사연이 있는 캐릭터 은영으로 돌아왔다.

'빛과 철'은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히게 된 두 여자와 그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단편영화 '고함', '계절', '모험'으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배종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박지후는 극중 은영을 맡았다. 은영은 영남(염혜란 분)의 딸이다. 학교,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인 아빠의 병원과 엄마의 공장이 생활 반경의 전부이며, 가족의 불생이 자신의 탓일지도 모른다는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박지후는 2019년 전 세계 40여개 영화제를 휩쓸며 상찬을 받은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의 주인공 은희로 주목을 받았다. 제19회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에서 "넓은 폭과 복잡성을 내포한 미묘한 연기"라는 찬사와 함께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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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 /사진제공=찬란


또한 제19회 디렉터스컷 '올해의 새로운 여자배우상', 제4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신인배우상,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여우상, 제7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벌새' 이후 차기작이 '빛과 철'이다.

▶ '벌새' 다음 작품이라 많은 분들께서 많이 봐주실까, 제가 연기한 걸 많이 봐주실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평이 좋았고, '벌새'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기가 부족했는데 두 선배님 연기에 묻혀서 무난하게 나온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웃음) 이 시기에 개봉하는 것 자체가 기쁘다. 아직 1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했는데 이번주에 1만 관객을 돌파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 유수 영화제의 관심을 받은 '벌새' 이후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 '벌새'는 중학교 2학년 12월에 크랭크업하고 쉬었다. '빛과 철'은 중학교 3학년 12월부터 고등학교 1학년 1월까지 찍었다. 배종대 감독님께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벌새'를 보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다. '빛과 철' 시나리오를 보고 세 여성이 나와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게 너무 좋았다. 은영 자체가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진실되고, 양심을 조금 더 추구하는 인물이어서 끌렸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려웠다.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번 읽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런 건 뒤의 문제고, 각자의 상황들과 양심, 목적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은영을 보니까 다들 침묵할 때 양심에 찔려서 이 상황을 버티고, 견디기 싫어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과 철' 제목을 처음 봤을 땐 어땠나.

▶ '빛과 철'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빛이라는 자체가 희망적이고, 철은 무겁다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교통 사고로 시작되어 자동차의 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 물어보니 맞다고 하시더라. 다르게 느낀 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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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 /사진제공=찬란


-사전에 '빛과 철' 대본 리딩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저는 당연히 대본 리딩을 할 줄 알았는데 없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첫 번째로 마음이 편했다. 대본 리딩을 하고 제가 별로라서 감독님께서 캐스팅을 취소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괜찮게 봐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은영이 자체가 희주를 2년 전에 만났고, 희주의 주변을 맴돌면서 관찰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실제로 시은 배우님은 어떠실까?', '어떤 연기 호흡을 하실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기할 때 은영의 외로운 마음과 허전함이 잘 드러났다.

-촬영 현장에서는 어땠나.

▶ 선배님들과 촬영을 하는 게 처음이라 긴장이 됐다. 다들 캐릭터에 집중하느라 대화를 나누거나 장난을 치는 건 없었다. 연기할 때 영남(염혜란 분), 희주(김시은 분)처럼 저를 대해주셨다. 그 인물로 대해주니 몰입이 잘 됐다. 촬영이 끝난 후 포스터 촬영할 때 편하게 만나니까 재밌었다. 이야기도 많이 했고, 서로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보고 친해졌다.

그 전 영화 촬영 현장은 아무래도 저 혼자 하는 게 있어서 외로웠다. '빛과 철'에서도 곁에 계시긴 하지만 대화를 하지 않아서 외로웠던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든든했다. 잘 이끌어주시고 제가 몰입할 수 있게 영남과 희주 성격을 그대로 설명도 해주셨다. 감독님과 같이 '은영이라면 어땠을까?'라고 물어봐주셔서 편했다.

촬영 전에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손에 꼽았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점심 드셨어요? 등과 같은 일상적인 대화만 나눴다. 그리고 연기를 했다. 무거운 영화다 보니까 현장에서 다들 진지하게 임해주셨다. 현장에서는 연기만 했다. 후에 포스터 촬영할 때는 사진 촬영이었고, 영화 촬영이 모두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 근황 토크하면서 친분감, 친화력, 친밀도가 높아졌다.

-은영을 어떻게 준비했나.

▶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단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은영의 목적과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 관객분들이 은영의 의도를 모르게 미스터리한 인물로 보이게 노력했다. 감독님께서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추천해주셨다. 그 영화에도 딸이 나온다. 어른 둘 사이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알리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 딸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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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 /사진제공=찬란


-은영의 엔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많은 관객분들께서 은영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시더라. 감독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열린 결말로 끝내자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은영이가 부정적인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단단하고 책임을 지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혼자 마음 정리를 하다가 영남과 희주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어두운 작품을 하게 됐는데.

▶ 밝고 유쾌한 캐릭터도 당연히 하고 싶다. 여러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벌새'의 은희, '빛과 철'의 은영이도 매력적이다. 밝은 연기도 잘할 수 있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들은 더욱 연습해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사연있게 생긴 것 같아. 우울하고 깊은 캐릭터 제안이 많이 오고 있다. 물론 연기하기에도 조금은 편한 것 같다. (웃음)

밝고 웃는 연기가 아직 어색하더라. 평소에는 할 수 있는데 카메라 앞에서 하려면 개인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게 있다. 모든 연기가 어렵지만, 그나마 익숙한 건 무거운 사연이 있는 캐릭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밝은 캐릭터도 연습하면 할 수 있다.

-롤모델로 한지민을 꼽았는데.

▶ 한지민 선배님은 무거운 연기도 잘하시고, 로맨틱 코미디도 잘하신다. 그런 점을 본 받고 싶다. 연기 뿐만 아니라 봉사라든지 성품도 아름다우시다. 저도 외적, 내적으로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같은 소속사지만) 다른 자리에서 만난 적은 없다. 영화제 때 만났다. 그래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스무살이 되면 술자리를 같이 하고 싶다. 그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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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 /사진제공=찬란


-'벌새' 개봉 후 벌써 2년이 지났다.

▶ 좋은 어른, 훌륭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하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아직 연기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관객에게 대사를 전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 여러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학교 생활과 연기 생활을 병행 중인데 힘들진 않나.

▶ 학생이다 보니까 아예 공부를 손 놓을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 흐트러지지 않게 집중도 하고 성적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피곤한 것 빼고는 힘든 점은 없다.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다 응원해준다. 오히려 제가 나온 영화를 보고 리뷰도 써준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대학도 고민일 것 같다.

▶ 아무래도 고3이다 보니 대학이 가장 큰 고민인 것 같다. 연기하는 친구들은 입시를 하는데 저만 계획이 없는 것 같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학업과 연기 두개 다 고민인 것 같다. 넷플릭스 '우리 지금 학교는'을 촬영하면서 학업에 소홀했다. 언론미디어과나 심리학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기에 조금 더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연영과를 가면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빛과 철'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 '빛과 철' 개봉을 고3 때 했으니 10대의 마지막을 함께한 영화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부족하지만 멋진 두 선배님들과 연기 호흡을 한 뜻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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