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日독립리그→韓무패투수' 인간드라마... 팬한테 'DM' 보낸 사연

거제=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2.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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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하청 스포츠 타운에 차린 한화 1차 스프링캠프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리고 있는 한화 투수 윤대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2013년 내야수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 이듬해 투수로 전향했다. 하지만 끝내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18년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일본까지 건너가 독립 리그에서 뛰며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이상군 당시 한화 스카우트 총괄의 눈에 띄어 육성 선수 계약을 맺고 이글스 군단의 일원이 됐다. 2020년 6월 3일 키움을 상대로 구원 등판하며 꿈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8월 11일에는 감개무량한 프로 첫 승을 따냈다. 키움전에서 5-5로 맞선 연장 10회말 등판, 2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12회초 한화가 2점을 뽑았고, 7-5로 팀이 이기며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 입단 8년 만에 승리 투수가 되며 인간 드라마를 쓴 그의 이름은 윤대경(27)이었다.

윤대경은 한화의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3일 거제 하청 스포츠타운에서 만난 윤대경은 "지난해 1군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캠프를 갔다. 저를 선보이는 자리라 생각했다. 올해는 다르다. 어떻게 올 시즌을 치를 지 확실한 목표를 갖고 왔다"고 입을 열었다.

윤대경의 지난 시즌 성적은 압권이었다. 55경기에 출전해 5승 무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를 마크했다. 이른바 '무패 투수'였다. 그런 윤대경이 가장 걱정하는 말이 있으니 '1년 반짝한 투수'였다. 그는 "올해 못하면 1년 반짝한 선수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면서 "그런 말은 듣기 싫다.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다. 중요한 상황에 나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야무진 각오를 밝혔다.


한화는 정우람(36)이라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윤대경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직 마무리 투수 욕심은 없다"면서 "제게 주어지는 자리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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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윤대경(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윤대경의 연봉은 지난해 2800만원에서 올해 7700만원으로 무려 175% 상승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면서 "연봉 때문에 책임감이 더욱 생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구단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12일이었다. 윤대경의 한 팬이 유튜브 영상에 '한화 이글스 윤대경. 먼 길을 돌아와 희망을 던지다'라는 스페셜 영상을 게재했다. 윤대경 역시 이 영상을 본 뒤 직접 'DM(다이렉트 메시지)'까지 남기며 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윤대경은 "그 영상을 보고 감동을 정말 많이 받았다. 제 영상을 일일이 다 찾아서 풀 스토리로 만들어 주셨다. 보고 나서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정말 좋은 선물이었다"고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했다.

지금 어딘가에는 또 다른 윤대경이 있을 지 모른다. 야구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선수들. 그들에게 윤대경은 "막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기회가 꼭 한 번은 온다고 생각한다. 힘든 시기를 잘 버텨서 자기한테 꼭 찾아오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며 희망 가득한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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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한화 윤대경.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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