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축구는 왜 몰락해 가고 있는가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0.12.30 16:35 / 조회 : 814
image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가 지난 11월 월드컵 남미 예선 페루와 경기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남미는 세계 축구 역사에 위대한 유산을 많이 남겼다. 기본적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로 대표되는 남미 축구는 월드컵에서 지금까지 9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또한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두, 메시 등 신이 내린 개인기를 보유한 축구 스타들도 많이 배출됐다.

올림픽과 함께 스포츠 메가 이벤트로 크게 성공한 월드컵도 사실 1924년과 1928년 연속으로 올림픽 축구에서 금메달을 딴 우루과이 덕분에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우루과이는 1930년 제1회 월드컵을 독립 100주년 기념행사로 개최했으며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근대축구는 잉글랜드가 주조했지만 월드컵은 우루과이가 창조했다는 자부심도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 남미 축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한 후 남미는 월드컵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남미가 월드컵 우승 가뭄을 겪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축구가 국가의 상징인 브라질은 2002 월드컵 우승 후 준결승에 단 한 번 진출했다. 자국에서 대회가 개최돼 우승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2014년에는 준결승에서 이 대회 우승국 독일에 1-7로 참패했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 축구 전성기를 견인했던 아르헨티나도 마라도나가 은퇴한 1994년 이후 오직 단 한 번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을 뿐이다.

카타르에서 개최될 예정인 2022년 월드컵에서도 남미 국가의 월드컵 우승 확률은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다. 해외 베팅 업체들이 제시한 남미 국가의 월드컵 우승 확률은 대략 30% 정도에 머문다.

image
호나우두(가운데 9번) 등 브라질 선수단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최근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가 부진한 원인은 무엇일까. 예외적인 팀이 있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 엄청난 체력을 소진해야 하는 월드컵과 같은 무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평균연령이다. 2018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렸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 대회 참가국 가운데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두 팀이었다. 체력적인 준비와 함께 이 두 국가는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셈이다.

2022년이면 35세가 되는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30세가 되는 브라질의 네이마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축구 스타가 더 많이 출현해야 20년 만에 남미 국가의 월드컵 우승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미의 월드컵 우승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 프로축구의 선수 스카우트 전략이 바뀐 것도 남미 프로축구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속화시켰다. 남미 프로축구 구단의 어려운 재정 때문에 유소년 아카데미를 통한 새로운 유망주의 발굴이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남미 프로축구 팀은 스타 선수를 유럽 빅 클럽으로 보내면서 많은 이적료를 받아 이를 구단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간 유럽 프로축구 클럽은 이적료가 저렴한 어린 남미 축구 유망주와 계약을 맺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에 남미 클럽은 이런 거래를 통해 적은 이적료만 챙기게 됐다.

물론 유럽 클럽의 입장에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남미 유망주를 어린 나이에 데려오게 되면 선수 스카우트의 실패 가능성은 커진다. 그렇지만 최근 세계시장 개척을 통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유럽 축구는 든든한 재정력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린 남미 유망주 스카우트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또한 유럽의 중견급 클럽의 경우는 헐값에 어린 남미 유망주를 데려온 뒤 이후 10배 이상 오른 가격으로 유럽 빅 클럽에 되파는 이른바 ‘축구 중계무역’에 특화돼 가고 있다. 한 마디로 남미 유망주를 매개로 해 발생하는 막대한 이적료가 사실상 유럽 클럽만의 돈벌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image
브라질 대표팀의 네이마르가 지난 10월 월드컵 남미 예선 페루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변화된 유럽 프로축구의 스카우트 전략은 2000년 바르셀로나가 당시 13세였던 메시와 계약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FIFA(국제축구연맹)는 유럽 축구 빅리그의 무분별한 선수 스카우트를 규제하고 남미, 아프리카 등의 축구 내수시장도 보호하기 위해 18세 미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프로 계약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유럽 클럽들은 편법을 통해 이 규제를 피해나갔다. 2008년 인터밀란은 브라질 바스쿠 다가마의 축구 신동 필리페 쿠티뉴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쿠티뉴의 나이는 16세였지만 이적 계약 체결 후 원 소속 구단에 다시 2년 간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FIFA의 ‘18세 규정’을 교묘하게 피했다. 당시 재정 위기 상황이었던 바스쿠 다가마는 당장 이적료 수입이 급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원 소속 구단이 미리 정해 놓은 최소 이적료를 지불해야 타 구단으로 이적이 가능하도록 설정한 바이 아웃 조항도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19년 레알 마드리드는 호드리구를 데려 오기 위해 원 소속 구단인 산투스에 500만 유로가 채 안 되는 이적료를 지불했다. 산투스는 호드리구에 대한 최소 이적료를 500만 유로로 설정했었지만 구단 경영 악화 문제로 레알 마드리드와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해야 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브라질 1부 리그 팀 20개 가운데 7개 팀은 적자 상태였고 현재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났다. 이 팀들은 존폐 위기 속에서 어린 유망주를 유럽, 중국, 미국 등에 넘기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한때 축구 실력 측면에서 유럽 빅5 리그를 위협했던 브라질 리그뿐 아니라 모든 남미 축구 리그가 겪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

image
이종성 교수.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