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시프트를 보라, NC가 얼마나 이를 갈았는지를 [KS고척]

고척=심혜진 기자 / 입력 : 2020.11.1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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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초 1사 1루 오재일 타석 때 2루 베이스 뒤에 위치한 박석민.
이를 갈고 온 듯하다. NC 다이노스가 4년 전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수비 시프트에서 볼 수 있다.

NC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물론 이날의 수훈 선수는 나성범(31)과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29)다. 나성범은 결승타 포함 4안타를 쳤고, 알테어는 3점포를 터트려 1차전 MVP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 선수들보다 눈길을 모으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수비 시프트다. 이날 이동욱(46) 감독은 수비 시프트로 좌타자 김재환(32)과 오재일(34)을 잘 막아냈다.

김재환과 오재일은 한 방이 있는 타자다. 특히 김재환은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면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 홈런도 1개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냈었다.

오재일은 NC에 강한 타자다. 개인 통산 정규시즌 NC를 상대로 94경기에 나서 타율 0.308(318타수 98안타)로 가장 강했다. 비록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오재일의 타격감은 좋지 않았다.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0.222(9타수 2안타), KT와 플레이오프에서도 0.067(15타수 1안타)로 고전했다. 그래도 NC가 경계해야 할 타자였다.


그리고 꽁꽁 묶었다. 김재환과 오재일은 좌타자이기 때문에 밀어치기보다는 당겨쳐 안타를 치는 스타일이다. 이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내야가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향한다. 3루를 비워두고 3루수 박석민이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들어가거나 2루 베이스 뒤쪽에 자리하는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 시즌 때도 썼던 수비 시프트지만 타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즉각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눈길을 모았다.

1회 김재환의 첫 타석부터 볼 수 있었다. 이때는 박석민이 2루수 베이스 뒤쪽에 서 있었다. 김재환은 당겨쳤고, 수비 시프트에 걸려 1루 쪽으로 치우친 2루수 박민우에게 잡혔다.

1-0으로 앞선 4회초에는 또 다른 수비 시프트가 등장했다. 선두타자 페르난데스가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김재환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3루수 박석민이 1루와 2루수 사이에 자리했다. 2루수 박민우는 깊숙한 타구를 대비하고자 1루수와 2루수 중간 지점에서 내야 바깥쪽에 위치했다. 부담이 됐던 것일까. 김재환은 NC 선발 루친스키의 초구를 잡아당겼지만 투수 정면으로 흘렀고, 1-6-3의 병살타가 됐다. 허무하게 물러난 김재환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재환은 이날 삼진 두 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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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1사 1루 오재일 타석에서 노진혁-박민우-박석민 순으로 수비 시프트를 펼치다 2스트라이크 이후 박석민이 2루 베이스 뒤로 이동했다./사진=MBC 중계화면 캡처


오재일은 4회 두 번째 타석부터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 3루수 박석민이 2루 베이스 근처에 자리했다. 이 효과였을까. 2회와 마찬가지로 4회에도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8회 1사에서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은 다음 오재일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NC는 당연히 수비 시프트를 걸었다. 박민우는 정상적인 2루 수비에 가깝게 섰고, 박석민이 1루수 뒤편에 배치됐다. 2스트라이크 이후 오재일의 대처가 달라지자 자리를 바꿨다. 박석민이 2루 베이스 뒤쪽에 자리했다. 대신 1-2루 간이 넓어졌다. 당겨치기보다는 중견수 쪽으로 타구를 보내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듯 싶다. 2루 베이스를 중심으로 2루수, 3루수, 유격수가 옹기종기 모이게 됐다. 다시 당황스러워진 오재일은 결국 배트에 공을 맞추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이날 NC는 오재일을 3삼진으로 솎아내며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이동욱 감독은 "데이터 팀, 수비코치와 상의해 진행한 부분이다. 시즌 때도 썼다. 오재일 타석 때 조금 이동했는데, 평소와 다른 모습이 있어서 수비 코치가 이동시켰다. 원래라면 1-2루 사이에 2루수와 3루수가 같이 있어야 하는데, 2루 베이스 쪽으로 조금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비 시프트로 재미를 본 NC다. 더욱 단단해진 수비와 함께 가을야구 창단 첫 승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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