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성숙했던 '1만 잠실벌' 응원문화, "'와~' 하려다 '으읍' 하고 자제"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11.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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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두산 팬들. /사진=뉴스1
올 시즌 처음으로 1만 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장을 메웠다. 그러나 우려했던 육성 응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로지 응원단장만 육성으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팬들은 구단에서 준비한 응원 도구인 짝짝이(클래퍼)와 박수로 선수들을 힘차게 응원했다.

두산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기온이 6℃까지 내려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올 시즌을 통틀어 가장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판매 가능한 1만1600석이 매진됐다. 7년 만에 성사된 '서울 라이벌'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에 쏠린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관중을 최대 50%까지 받기로 했다. 관중이 많아지는 대신 더욱 철저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실행하면서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육성 응원 금지도 그 중 하나다. 대신 두산은 짝짝이, LG는 노란색 수건을 응원 도구로 활용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일부 팬들의 육성 응원이나 외침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네이비석에서 경기를 관전한 여성 팬 강모 씨는 "팬들이 서로 서로 다들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와' 함성을 지르려다가도 '으읍' 하고 자제하는 느낌이었다. 신나는 순간에도 제자리에서만 폴짝폴짝 뛰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경기 초반부터 흐름이 두산 쪽으로 넘어가면서 1루 쪽 홈팀 관중석 데시벨이 더욱 높았던 게 사실이다. 두산과 LG의 응원단장 목소리에서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양 팀 응원단장이 유도하는 선수 응원을 팬들이 육성으로 따라 외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두산 선발 플렉센이 6회를 마친 뒤 포효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잠시 환호성이 나왔으나, 이내 더욱 뜨거운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감쌌다. 두산이 승리한 뒤에도 응원단장만 혼자 노래를 불렀으며 팬들은 클래퍼로만 '짝짝짝' 하며 기쁨을 함께했다. 한 팬은 "(응원단장이) 혼자서 육성 응원을 다 하는 모습은 정말 역대급이었네요"라고 감탄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경기장을 돌며 방역 수칙을 점검하고 있는 한 KBO 관계자는 "팬들의 육성 응원을 자제하기 위해 저희는 물론, 양 구단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처음으로 1만 명이 넘는 관중분들이 오셨는데, 오히려 응원하는 재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대단히 잘 지키고 계신 것 같다"며 "사실 저희가 관중 옆에서 일일이 함성을 지르지 못하도록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다. 팬 분들께서 정말 성숙한 응원 문화를 보여주고 계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처음으로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상황서 양 팀 팬들이 보여준 응원 질서는 역대급으로 성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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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잠실구장에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가운데, 3루 쪽 LG 팬들의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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