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빠던' 오재원, 대체 왜 가을만 되면 강해지나 [준PO잠실]

잠실=김동영 기자 / 입력 : 2020.11.05 05:09 / 조회 :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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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말 적시 2루타 타구를 날린 후 배트를 던지고 있는 두산 오재원.
"홈런인 줄 알았는데, 좀 이상하기는 했어요."

정규시즌 타율 0.233에 그친 타자가 있다. 그런데 가을만 되면 전혀 다른 선수가 된다. '미친다'는 표현이 딱 맞다. 두산 베어스 오재원(35)이다. 가을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팀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올려야 아는지 잘 아는 선수다. 포스트시즌 성적 또한 일품이다.

오재원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두산은 오재원의 활약 속에 크리스 플렉센의 호투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투런포 등이 나오면서 4-0의 완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로 가는 아주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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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6회말 추가점을 뽑는 적시타를 만든 오재원.
사실 올 시즌 두산의 주전 2루수는 최주환이다. 시즌 막판 족저근막염 부상을 입었고, 이날까지도 100%가 아니었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최주환을 대타로 대기시키고, 오재원을 선발로 냈다. 김 감독은 4일 승리 후 "오재원이 수비를 잘해준다. 잘 던지는 투수들은 수비 쪽에 예민하다. (최주환이 괜찮았어도) 오재원을 선발로 내고 최주환을 대타로 쓰려고 했다. 타격도 정말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최주환은 정규시즌 140경기에 나섰고, 타율 0.306, 16홈런 88타점을 생산했다. 강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에서도 최상위에 속했다. 올 시즌 LG전은 타율이 무려 0.423에 달했다. 반면 오재원은 85경기에서 타율 0.232였고, LG전은 타율 0.200이었다.

그러나 이 오재원의 투입이 탁월한 한 수가 됐다. 4회초 2사 1루에서 플렉센의 폭투가 나왔고, 1루 주자 채은성이 2루로 뛰었다. 박세혁이 급하게 송구한 공의 궤적이 살짝 빗나갔다. 오재원이 잘 포구했고, 그대로 태그까지 됐다. 득점권 위기를 오재원이 잘 막았다.

좋은 수비는 좋은 타격으로 이어졌다. 4회말 1사 1,3루에서 우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맞는 순간 홈런으로 봤고, 시원한 '빠던(배트 플립)'을 선보이며 벤치 분위기를 살렸다.

홈런이 아닌 2루타였지만, 그래도 귀중한 1타점이었다. 2-0에서 3-0으로 달아나는 적시타. 6회말에는 1사 2루에서 좌중간 적시타를 다시 날려 4-0을 만들었다. 팀 득점의 절반을 본인이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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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초 폭투 때 2루로 달린 채은성을 아웃시키는 장면. 박세혁의 송구가 살짝 빗나갔지만, 오재원이 잘 잡아내 아웃까지 만들어냈다.
경기 후 오재원은 배트를 던진 상황에 대해 "홈런인 줄 알았다. 올해만 그쪽(우중간)으로 두 번째다. 똑같은 곳에 맞았다.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어떻게 해서든 추가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웃었다.

결과적으로 머쓱한 상황이 됐다. 그래도 오재원의 빠던 하나가 두산의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테랑답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오재원은 "형이다 보니까 더 파이팅을 내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에서는 최주환에게 밀렸다. 그러나 '가을 오재원'은 다른 사람이다. 기록으로 봐도 그렇다. 이날 전까지 통산 가을야구 85경기에서 타율 0.299를 기록 중이었다. 올 시즌 정규시즌보다 높고, 통산 타율(0.269)보다도 3푼이 높다. 이날 기록을 더해 포스트시즌 타율은 0.303으로 올랐다. 그는 큰 무대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것이 곧 오재원이 가을에 강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딱 필요할 때 호수비를 펼쳤고, 적시타를 잇달아 때려냈다. 2015년 프리미어12 한일전을 연상시킨 호쾌한 빠던까지 곁들였다. 덕분에 두산이 분위기를 완전히 탔고, 승리를 품었다. 오재원이 왜 두산에 필요한지 명확히 알 수 있는 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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