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젊은이의 양지' 스릴러가 된 한국 사회의 모습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10.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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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청년취업, 비정규직, 회사 내 성차별 등 한국 사회의 문제가 스릴러 영화로 스크린을 찾는다.


'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는 채권추심 콜센터의 계약직 센터장 세연(김호정 분)을 중심으로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연의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된 19살 준(윤찬영 분)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학생이지만 사회적 경험을 한다는 이유로 콜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자동으로 전화를 돌리는 '콜 수'를 맞추기 위해 늦은 밤까지 야근하며 독촉 전화를 하던 준은 '돈을 받으러 오라'는 고객의 말에 직접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간다. 그곳에서 연체자의 죽음을 목격한다. 이후 준은 유서를 남긴 채 갑자기 사라지고 변사체로 발견된다. 세연은 준의 죽음에 대한 단서가 담긴 메시지를 받는다.

세연은 준에게서 오는 메시지들이 두렵다. 그녀 역시 준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업 스트레스를 받는 딸 미래(정하담 분)와 싸우고 있던 세연은 "연체자에게 돈을 못 받겠다"라는 준의 전화를 받고 화가 나서 그를 윽박지르며 돈을 받아오라고 한다. 하지만 잠시 후 연체자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그것이 준과의 마지막 통화가 된 탓이다.


'젊은이의 양지'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답답하게 만든다. 스크린 속의 이야기는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신수원 감독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죽은 19살 비정규직 청년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한 뒤 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영화는 무한 경쟁에 몰린 젊은 세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사과를 전한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서 기저귀를 차고 일하는 준의 모습, 인턴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괴로워하는 미래의 모습에 청년 실업 문제가 그대로 읽힌다. 센터장이라는 직함만 있을 뿐, 본사로 가지 못하는 세연, 남자 상무가 술자리에 부르면 시장을 보다가도 달려가고 '우리 회사에 여자가 오래 남은 적은 없었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직장 내 유리천장이 보인다.

이제 막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하는 어른이 된 젊은 세대, 이를 지켜보는 어른 세연의 모습은 현실적이다.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하는 19살 소년 준에게는 "인생 경험을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콜센터에 취직하면 안되냐고 물어보는 딸 미래에게는 "절대 여기서 일하면 안된다"라고 화내는 세연의 모습에서 안타까운 현실이 읽힌다. 내 자식은 안되지만, 더 어린 청년을 혹사 시키며 일 시키면서, 실적으로 월급이 깎이고 자리까지 위협받는 것을 보며 '진짜 어른'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수십번 면접에서 떨어지고 다시 면접에 간 취준생 미래는 "꿈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정직원입니다"라고 답한다. 그 순간 아무도 웃지 못한다.

김호정은 선 위에 서 있는 어른 역할을 깊은 감성으로 펼쳐냈다. 실제 19살에 영화를 촬영했다는 윤찬영은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서 있는 캐릭터에 걸맞는 모습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는다. 취업에 힘들어 하는 미래 역할의 정하담 역시 짠하게, 담담하게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신수원 감독은 현실을 냉철하게 스크린에 담아내며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 잔잔한 이야기가 아닌 스릴러로 풀어낸 것이 관객에게 와닿는다. 우리의 삶 자체가 스릴러처럼 느껴진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더 섬뜩한 스릴러, 그 끝에 희망과 따뜻한 위로를 담은 '젊은이의 양지'가 실제 관객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지 주목 된다.

10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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