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하고 싶다"는 이영하, 당차고 절실함 묻어난 면담 요청 [★잠실]

잠실=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08.3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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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사진=OSEN
김태형(53) 두산 베어스 감독은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팀 마운드에 변화가 있다고 깜짝 발표했다. 팀 선발이었던 이영하(23)가 면담을 요청해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옮기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보직 변경이 이뤄졌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 본인이 투수 코치와 면담을 했다. 뒤쪽에서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본인이 1회부터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답답함이 있는 것 같다. 마무리로 가서 힘 대 힘으로 붙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가 먼저 보직 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이영하는 대체로 선발로 활약해왔다. 프로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8년에 10승 고지를 밟았고, 지난 해에는 29경기에 등판해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는 등 팀 선발진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갑작스럽게 마무리를 맡는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이영하는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그만큼 기대감도 점점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이는 심리적 부담감이라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올 시즌 이영하는 19경기에서 3승8패 평균자책점 5.52로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8월 5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5.02로 좀처럼 컨디션을 잡지 못했다. 직전 3경기 중 2패를 당했고, 25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패전 투수를 면했지만 5이닝 4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먼저 속마음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영하의 당차고, 절심함을 엿볼 수 있는 면담 요청이었다.

이영하는 30일에 열리는 LG와 특별 서스펜디드 경기, 또는 팀 간 14차전에 마무리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에 이영하는 미래의 마무리감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저도 이영하가 뒤에서 던졌으면 했는데, 선발 경험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영하는 장점이 많은 투수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등이 주무기로 꼽힌다. 또 어린 나이에도 많은 경험을 쌓았다. 최근 부진이 아쉽기는 하지만, 성장통을 이겨낸다면 더욱 무서운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이영하의 선발 빈자리는 팀 마무리였던 왼손 투수 함덕주(25)가 맡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함덕주는 선발로 나서길 원했고, 역시 면담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꺼냈다. 경험도 있다. 지난 2017년 주로 선발로 활약하는 등 35경기에 등판해 9승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찍었다.

김태형 감독은 함덕주의 선발 등판에 대해 "이전부터 함덕주 본인이 투수코치와 면담을 가졌다. 마무리 자리가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프로선수라면 이겨내는 것이 맞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 힘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의 뜻을 모두 들어줄 수 없지만, 이번에는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믿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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