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왼쪽) 두산 감독과 키움 러셀. /사진=OSEN,키움 제공 |
김 감독은 29일 1회 우천 노게임이 선언된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러셀에 대해 "한 경기를 봤는데, 뭔가 좀 수준이 다른 것 같다. 호세 페르난데스(32·두산)도 처음에 왔을 때 방망이를 치는 모습을 보고 급이 다르다 생각했는데…. 방망이야 잘 칠 수도, 못 칠 수도 있다. 수비 포구 동작도 굉장히 좋더라"고 극찬했다.
사실 러셀은 그 전날(28일)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르면서 두산에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두산이 2-3, 한 점 차로 뒤진 9회초 1사 2,3루 위기. 김 감독은 김하성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르는 대신 후속 러셀과 승부하는 쪽을 택했다. 결과는 러셀의 완승. 그는 보란 듯이 이형범(26)의 초구를 공략해 2타점 좌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사실상 두산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 쐐기타였다.
당시 경기 후 러셀은 'MLB(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인데, (앞 타자 고의4구로)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건 없었다. 새로운 리그에 왔고, 존중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꼭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집중해 달아나는 점수를 뽑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키움 러셀의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그런 러셀을 향해 김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김 감독은 "그 정도 몸에, 그 정도 스타일이면 그 정도 야구는 해야지"라고 웃으면서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은 왜 온 거야"라고 특유의 입담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거, 전해주세요. (앞 타자를) 고의 4구로 걸러서 미안하다고.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라고 껄껄 웃으며 주위에 웃음 폭탄을 안겼다. 이런 배짱과 털털한 성격, 그리고 유머 감각이 2015년부터 5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으며, 그 중 세 차례 정상을 차지한 '명장' 김 감독의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김태형 두산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