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도', '월드워Z'+'분노의 질주'=상식의 배반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7.10 09:55 / 조회 :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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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다. 내가 살기 위해, 내 가족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버려야 하는 게 상식인 세상. 이미 지옥이다. '반도'는 그런 지옥에 다시 돌아가 그 상식이 정말 상식인지 묻는 이야기다.

'부산행' 이후 4년. 대한민국은 좀비들로 쑥대밭이 됐다. 군인이었던 정석은 대한민국이 아비규환이 되던 그날, 누나와 매형 그리고 조카와 같이 배를 타고 탈출했다. 떠나면서 제발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는 외침은 뒤로 했다. 상식이다. 나와 가족이 먼저다.

간신히 올라탄 배에 좀비 감염자가 나왔다. 정석은 배에 타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감염자가 나온 선실의 문을 걸었다. 상식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정석은 홍콩에서 보균자 취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다른 한국인들처럼. 여기도 지옥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정석은 홍콩 조직으로부터 한국에 돌아가 그곳에 있는 달러를 가져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돈만 가져오면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다. 정석은 매형,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한국으로 돌아간다.

돌아온 한국은 단지 좀비들이 창궐해 지옥이 아니었다. 생존자들을 구하던 군인들이 희망을 잃고 오히려 생존자들을 들개라 부르며 사냥하고 다니고 있다. 일행과 떨어진 정석은 그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고있는 민정 가족에게 가까스로 구해진다.

과연 정석은 민정 가족과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반도'는 그렇게 달려간다.

'반도'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의 후속작이다. '부산행'에서 부산이란 희망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를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은, '반도'에선 희망 따윈 없는 지옥을 그린다.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을 찾지만 알고 보면 그 희망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며 파랑새를 노래한다. 과연 무엇이 희망인지, 그 희망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지를 묻는다.

연상호 감독은 이제 가족에게서 희망을 찾은 것 같다. '사이비' '서울역' 등 그의 전작들에서 가족은 차라리 절망이었다. 그랬던 그는 '부산행'에선 가족이란 희망의 빛을 찾아내더니 '반도'에선 지옥에서도 가족과 같이 있다면 그곳은 지옥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야기 전체에 가족 이야기가 가득하다. 피가 통한다고 가족이 아닌 것처럼 피가 통하지 않았다고 가족이 아닌 게 아니다. '반도'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이 지옥을 지옥이 아니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절절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상식의 반대로 풀어가는 게 '반도'의 묘미다. 누구를 버려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는다면, 버리는 게 마땅하다는 상식. '반도'는 당연한 그 상식을, 가족이 희망이란 또 다른 상식으로 깨버리고 싶어한다. 약자가 약자를 도우면서. '염력'도 그랬지만 연상호 감독은 약자가 약자를 돕는 세상에 환상이 있는 듯하다.

'반도'는 이 주제를 최대한 단순화했다. 7살 어린아이도 알 수 있을 만큼, 단순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월드워Z' 같은 세상을 '분노의 질주'처럼 내달리는 재미를 얹었다. '부산행'처럼 신선한 좀비물은 아니지만, 안전한 장르의 쾌감에 몸을 맡기도록 만들었다. 이 재미는 놀이동산 어트랙션과 닮았다.

'부산행'에 김의성이 있었다면 '반도'에는 631부대 황중사와 서대위가 있다. 각각 다른 성격의 악이다. 악이 둘로 나뉘다 보니 힘이 빠진다.

'반도'는 아포칼립스 카체이싱과 좀비와 사람의 술레잡기라는 광기를 볼거리의 두 축으로 삼았다. 취향에 따라 카체이싱과 술레잡기에 대한 선호가 다를 것 같다. 카체이싱이 더 좋을 수도, 술레잡기가 더 끌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석 역을 맡은 강동원은 현실적인 좀비 아포칼립스 '반도'에서 비현실적인 외모로 기능한다. 민정을 연기한 이정현은 '반도'에 눈물 포인트를 맡았다. 버튼이 눌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준이 역을 맡은 이레는 영화에 씩씩함과 드래프트를 맡았다. 이레의 카체이싱이 가장 흥겹다. 황중사를 맡은 김민재와 서 대위를 연기한 구교환, 둘이 합해도 김의성만 못하다.

'부산행'에서 좀비는 공포였다. '반도'에선 사람이 공포다. 좀비는 거들 뿐. 간혹 장애물이다. 달라진 공포와 달라진 재미, 훨씬 커진 스케일. '반도'다.

7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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