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경기·맥주 판매' MLB 산업혁명 주도한 독일계 이민자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0.06.29 15:31 / 조회 :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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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워싱턴 내셔널스의 월드시리즈 모습. /AFPBBNews=뉴스1
스포츠는 이제 단순히 승부를 겨루는 경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과 사회를 움직이는 문화일 뿐 아니라, 막대한 부가가치를 낳는 산업이다. 스타뉴스는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의 연재 글을 통해 문화와 산업의 관점에서 스포츠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팀을 가리는 7전 4선승제 대회의 명칭은 ‘월드 시리즈(World Series)’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팀만 참가하는 리그가 주관하는 대회의 명칭치고는 너무 원대하고 거창하다. 한국 프로야구가 ‘한국시리즈’, 일본 프로야구가 ‘재팬 시리즈’라는 명칭을 쓰는 것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가 태동기부터 다양한 이민자들의 참여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가을야구의 정점인 경기가 ‘월드 시리즈’인 점은 이해가 간다. 꼭 유명한 선수가 되는 건 아니더라도 이민 세대 후손이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야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대계, 멕시코계, 아일랜드계, 독일계, 이탈리아계 등 이민자들에게 야구는 진짜 미국인이 됐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굿바이 콜럼버스'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폴란드계 유대인 소설가 필립 로스도 “이민자 후손인 나에게 야구는 미국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농구와 아메리칸 풋볼(미식축구)이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하기 훨씬 이전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부터 야구는 이처럼 미국 이민자들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 뉴욕 양키스의 1차 전성기도 두 명의 독일계 이민자인 베이브 루스(조지 허먼 루스)와 루 게릭이 창조한 작품이었으며 2차 전성기를 주도한 조 디마지오도 이탈리아계 이민자였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자 신천지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은 미국프로야구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 중에서도 산업적인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독일 이민자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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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내셔널스의 마스코트(오른쪽)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2019 월드시리즈에서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금까지 남아 있는 미국 최초의 프로야구 리그인 내셔널리그(NL)는 1876년 창립했다. 내셔널리그는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야구 애호가를 위한 리그’를 표방했다. 자연스럽게 승부조작이나 스포츠 도박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또한 안식일을 지키지 않고 일요일에 펼쳐지는 야구 경기와 구장에서의 주류 판매에도 비판적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당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팀 중 하나는 신시내티였다. 신시내티에는 적지 않은 독일 이민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었다. 이들은 독일 개신교의 전통에 따라 안식일과 음주 문화에 대해 비교적 관대해 간혹 일요일에도 경기를 치렀고 경기장에서 음주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본격화할 즈음 미국프로야구에는 내셔널리그에 대항하는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American Association·현재 아메리칸리그와는 무관함)이 1882년에 출범했다.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소속 팀의 구단주는 주로 미국 중서부의 독일 이민자 계열이 많았으며 그들은 주로 양조업에 종사했다.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을 이끈 대표적인 구단주는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크리스 폰 데어 아헤. 독일 이민자인 그는 내셔널리그와 차별화를 위해 경기장 입장료 인하, 경기장에서 주류 판매와 일요일 경기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팀들은 모두 이와 같은 정책을 활용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야구 경기를 일요일에 맥주와 함께 값싼 입장료를 내고 즐기고자 했던 미국의 서민들을 제대로 공략한 셈이었다.

흥미롭게도 폰 데어 아헤가 이끌던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브라운스의 후신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훗날 세인트루이스의 또 다른 독일 이민자 출신의 맥주 제조업자 가문에 넘어갔다. 미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의 모기업인 앤하이저부시(Anheuser-Busch)는 1953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매입해 이 팀을 내셔널리그 최고 명문 팀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안식일에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독일계 개신교도들의 유연한 사고와 이들의 맥주 문화가 결합된 경기장에서의 맥주 판매는 한때 내셔널리그가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을 지칭해 ‘맥주와 위스키 리그’라고 경멸하게 되는 이유였지만 미국 프로 스포츠 산업의 토대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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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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