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조진웅 "몽환적인 이야기..영화적인 작품"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6.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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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 사진=에이스 메이커 무비웍스


배우 조진웅(44)의 캐릭터는 변화무쌍하다. 정의로운 형사였다가 능글맞은 조폭이 되기도 한다. 형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조폭도 어울린다. 그만큼 조진웅이라는 배우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이번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에서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배우 정진영이 33년 만에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한 작품이다.


조진웅이 맡은 형구는 영화 속 두 가지 삶을 산다. 아니, 본인은 그대로인데 주변 사람들과 그의 삶만 변했다. 내가 아는 나의 삶은 온 데 간 데 없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존재와 정체성을 정의 내린다.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으니 꾸역꾸역 살아간다.

'사라진 시간'은 미스터리로 소개됐지만 장르를 규정하기 어렵다. 어딘가 묘하고, 돌아서면 생각나는 영화다. 정진영이 조진영을 염두고 두고 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한 만큼, 조진웅은 영화 속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 어려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이 영화에 왜 출연했나. 시나리오를 보고 다음날 바로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 감독님은 하루만에 내가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하는데, 사실 하루만에 결정 한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어떤 모티브를 가지고 이 글을 썼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만나서 계속 물었다. 원작이 있는 거 아니냐고, 직접 쓴 게 맞냐고. 이 영화 작업 공간으로 들어가서 직접 해보지 않으면 해석을 못 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내가 들어가서 한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도 봐야 될 것 같았다. 헛고생도 필요하다. 헛고생이란 걸 알아야 가치있는 작업도 생기니까. 만약 이게 헛고생이면 시간을 투자한 게 되고, 그게 아니라면 대중들에게 이런 미스터리하고 몽환적인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백지장 한장 차이인데, 굉장히 영화적 향을 가진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정진영이 선배 배우라는 점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지.

▶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부담으로 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진영 감독이 시나리오 준 다음날 바로 만나자고 하더라. 구정 이후 만났는데 거기서 음악을 들려주고 송로주를 주더라. 제가 원래 담금주를 안 마시는데 먹었다. 전화를 어디엔가 하시더니 '진웅이가 한대' 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기사가 났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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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라진 시간' 스틸컷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어려웠다고.

▶ 어렵다기보다는, 해석적인 차원에서 달라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던지는 영화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영화만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는 잡식으로 영화를 보는 스타일이다.

영화 속 형구처럼,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뀐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 배우가 안됐다면 여행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배우만 아니면 될 것 같다. 배우가 쉬운 직업은 아니다. 모든 일을 한 20년 정도 하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가 연극을 20살 때 시작해서 군대 간 시간을 빼도 22년을 연기를 했다. 매번 새로운 인물을 입고 살다가 벗고 보내고 아프고 그런 일을 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선배 배우들,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형구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했나.

▶ 형구는 자기의 삶이 바뀌어졌으니까 거기에 대한 진동폭이 엄청나다. 믿지 못하다가 인정하는 순간이 온다. 인정하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전의 삶을 못 찾는다고 안 살건가? 라는 생각도 들더라. 서서히 받아들이는 형구의 모습이 어쩔때는 되게 눈물도 나고 짠하기도 하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 있지만, 그럼에도 다들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주변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저 괜찮냐고 묻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작업 중인 단편 영화는 어떻게 되고 있나.

▶ 파이널 믹싱 하나 남았다. 최근 대외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도 안됐고 석달 정도 작업이 다 밀렸다. 어느 정도 다시 영화계가 돌아가고 있는데, 다른 급한 일부터 하라고 했다. '제가 살아 생전에 이 영화 나오면 되니까 편하게 하세요'라고 말했다. 영화제 같은 곳에 출품을 할 계획이었는데 일단 올해는 시즌이 다 지나갔다. 일단 이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정리돼야 될 것 같다.

정진영 감독처럼, 연출로서의 도전 할 생각이 있나. 또 연출로서 정진영은 어땠는지.

▶ (연출) 해야죠. 조진웅은 "감독님을 보면서 내가 용기를 얻었다. 그 과정들을 지켜봤으니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많은 부분이 귀감이 됐다. 동료나 선후배 중에서도 연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배우 겸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다. 저도 연출을 한다면 배우라서 그런 부분이 큰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진영 감독은 굉장히 부지런하다. 저였으면 병 났을 것 같은데 부지런하고 학구열에 불탄다. 감독도 타입이 다른데, 저는 노력형은 아닌 것 같다. 배우 일을 하다보니 감각적으로 해결하려는 부분이 많다. 정진영 감독님은 하마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안 잤을 것이다. 대학생보다 더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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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 사진=에이스 메이커 무비웍스


'사라진 시간'은 영화 미스터리 탈을 쓴 예술영화다.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배신감이라고 하죠. 장르물일것 같은데 아니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작업해 가면서 되게 많이 초연해졌다. 제가 그런 생각 안하면 아무도 그런생각 안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라진 시간'에 대한 만족도는.

▶ 영화 작업하며 제 영화 만족도를 친다면 1점 부터 10점까지 할 때, 6점이나 7점을 거의 안넘는다. '끝까지 간다'가 8인데, '사라진 시간'도 버금간다. 7.5 혹은 8점이다. 제 개인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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