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비 '깡' 신드롬, 조롱마저 기회였다①[2020 가요계 상반기 총결산]

[★리포트]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0.06.22 09:00 / 조회 :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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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 '깡' 뮤직비디오 화면 캡쳐


비의 2017년 발표 곡 '깡'은 2020년 상반기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20대에 데뷔해 어느덧 이제 40대가 된, 한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비는 자신을 향한 화제성을 즐기며 스타로서 그 관심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로 잘 나갔던 비는 2010년대 발표했던 작품들의 성과가 신통치 못했다. 2008년 '레이니즘', 2010년 '널 불잡을 노래' 정도는 그래도 신곡 컴백에 대한 궁금증을 주게는 했었다. 이후 어느 순간 "새 음원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감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때 비는 '스피드 레이서'와 '닌자 어쌔신' 활동으로 바쁜 시즌을 보냈고 군 입대 전인 2012년 '리턴 투 베이스'의 흥행은 사실상 저조했으며 군 입대 직후 자신의 필모그래피와는 전혀 다른 이슈의 중심에 서는 등 뭔가 스타로서 애매모호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었다.

'깡' 역시 마찬가지였다. 트렌디한 장르에 발맞춰 가겠다는 취지와 함께 길의 프로듀싱 도움을 받아 만든 '깡'은 비 특유의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쉽게 말해서 "비의 기존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비가 공전의 히트를 쳤던 곡들의 스타일을 보면 비 특유의 그루브가 느껴지는 멜로디, 적절히 빠른 템포에 맵시를 살린 댄스 비트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꾸러기 타이틀을 불러온 '안녕이란 말 대신'이 기본적으로 올드스쿨 힙합의 기반이 깔려 있고 'It's raining'이나 '레이니즘'은 비의 전형적인 댄스 퍼포먼스를 위해 완성된 빠른 비트의 댄스 넘버였다. 대선배 태진아를 소환시킨 'La Song' 역시 어깨가 들썩이게 하는 라틴풍의 댄스곡이다.

비를 대표하는 이 3곡만 보더라도 공통적으로 2010년대 이후 K팝 신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트랩, EDM 등과 일단 결부터 다르다. 여기에 비만이 갖고 있는 음악적 스타일 역시 느린 템포에 속사포 랩이 절묘한 스웨그로 표현되는 요즘 스타일의 음악 장르와 태생적으로 다른 것.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깡' 뮤직비디오 안에서의 비의 모습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조롱의 타깃이 된 거나 다름없었고 이미 그러한 결론이 나버렸으니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는 조롱의 유행어가 됐고, '깡'의 포인트 안무는 '빨래널기 춤'이 돼버렸다.

그래서 이번 '깡' 신드롬은 더더욱 절묘한 현상이었다. '밈'(meme)이라는, 온라인에서 특정 콘텐츠를 공유하며 소비하는 현상이 '깡'이라는 콘텐츠를 발굴해내면서 비를 다시 주목하게 한 것은 놀랍고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비와 '깡'을 향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시선이 존재했다. 엄밀히 따지면 '밈'이라는 방법으로 '깡'을 돌려서 깐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모양새였다. '1일 N깡'으로 '깡'을 놀려보자는 심보가 비의 맹활약을 함께 지켜본 팬들에게는 씁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비는 일단 '깡' 신드롬 속에 담겨 있는 이 조롱까지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어쨌든 '깡' 신드롬과 함께 비의 활동에도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점은 비 본인에게도 고무적인 일일 것 같다. 소위 노를 저을 수 있도록 들어온 물인 것이고, (이슈가 긍정적이든 아니든) 놓치기 어려운 찬스로도 보여진다.

당장 비의 다음 행보는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부캐'이고 또 하나는 '멘토'가 될 것 같다.

'깡' 신드롬에 대해 일찌감치 관심을 가졌던 MBC 김태호 PD와 손을 잡은 비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재석 이효리와 함께 싹쓰리 활동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비는 여기서 '비룡'이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들고 '린다G' 이효리, '유두래곤' 유재석과 함께 신 나는 여름 댄스곡 발표를 위한 곡 수집에 한창이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공개된 곡 작업 과정만 봤을 때 생각보다 순탄해 보이진 않았다. 셋 모두 연예대상과 가요대상 수상 경력을 각자 보유했을 만큼 최고의 자리에 섰었고 그만큼 No.1 또는 1인자로서 포지션을 지울 수 없을 것이고 아니나 다를까 싹쓰리 결성 이후 곡 선정을 위한 협의에 있어서도 이견이 분명히 존재했다. 장르 결정을 하는 것만 보더라도 1990년대 스타일의 음악과 2010년대 스타일의 음악을 모두 아우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방송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놀면 뭐하니' 제작진 입장에서야 이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과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건 이득이겠지만, 싹쓰리라는 이름으로 완성될 음악에 대한 걱정 아닌 걱정도 방송에서 조금은 내비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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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엠넷


'아이랜드'에서의 비의 포지션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론칭한 엠넷 오디션 포맷 프로그램 '아이랜드'에서 비는 지코와 함께 프로듀서이자 출연진의 멘토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방시혁 빅히트 의장도 직접 필드에 나서서 '아이랜드'를 진두지휘한다. '아이랜드'에 덧입혀질, 음악적 방향성에 비가 어떤 영향을 줄지, 비가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 이후 3년 만에 프로듀서 겸 멘토로 등장하는 '아이랜드'에서 어떤 존재감을 뽐낼 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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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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