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이제 더이상 '깡' 조롱을 받지 말아야 한다[윤상근의 맥락]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0.06.04 10:08 / 조회 : 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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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 '깡' 뮤직비디오 화면 캡쳐


비의 2017년 발표 곡 '깡'이 2020년 대한민국 가요계에 불러온 열풍은 대단했다. 혹자는 이번 열풍을 '깡'의 역주행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앞서 EXID나 여자친구 등이 스타덤에 오를 때 붙었던 수식어인 역주행과는 다른 차원의 신드롬으로 해석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이미 2017년에도 비는 여전히 음악과 연기, 예능 등 연예계 전 분야 활약이 가능했던, 건재한 엔터테이너였기 때문이었다. '깡' 음원이 발표 직후 차트에서의 성적은 별로였을 지는 몰라도 당시에도 비가 줬던 아우라와 존재감은 결코 별로이지 않았다.

'깡' 신드롬은 비 본인의 커리어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1998년 아이돌그룹 팬클럽 활동 실패를 뒤로 한 채 혹독한 JYP 연습생 시절을 거쳐 2002년 '나쁜 남자'로 솔로 정식 데뷔를 하고, 후속곡 '안녕이란 말 대신'과 MBC '천생연분'에서의 파워풀 댄스 퍼포먼스로 비는 자신의 스타성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한 광고계에서의 활약과 여기에 KBS 2TV '상두야 학교가자'와 '풀하우스'로 배우 활동 연착륙에도 성공했고, '태양을 피하는 방법'으로 항공 점퍼와 선글라스 브랜드 광고 효과까지 직접 이끌어냈다.(이때 당시에도 유재석 코믹 패러디는 적지 않은 화제였다.)

비의 커리어 최고 정점은 '월드스타' 수식어가 붙었던 2003년에서 2004년으로 꼽는다. 비 주연 드라마들의 아시아권 인기와 정규 3집 It's raining'의 대히트가 발판이 됐다. 비는 2004년 KBS 가요대상 대상 수상과 함께 아시아 전역 앨범 밀리언셀러 등극 등의 성과를 거쳐 2006년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한국 연예인 최초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정점을 찍고서도 커리어가 하향세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박찬욱 감독 영화 출연과 미국에서의 홍보 마케팅이 '매트릭스' 워쇼스키 감독의 '스피드 레이서'와 '닌자 어쌔신' 출연으로 이어지면서 '할리우드 영화 남자 주인공'이라는 타이틀까지 따냈다. 이에 덧붙여 엄청난 자기관리로 만들어낸 식스팩과 흠뻑 젖어 있던 땀으로 고생한 티가 역력해 보이는 현지에서 찍힌 비의 상반신 노출 모습은 대중으로 하여금 비를 '노력하는 스타'라고 치켜세우게끔 했다.

물론 비가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군 입대 당시 알려졌던, 지금의 아내인 배우 김태희와의 열애설이야 구설이라고 하기 애매하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폐지된 연예병사로 합류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비도 아주 자유롭진 못했었다. 2011년 제대, 그리고 2013년. 이제는 핫한 현역 아이돌 스타가 아닌 군필 연예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비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JYP와의 결별과 제이튠캠프로의 홀로서기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비는 점차 국내 활동 비중을 높이면서 엔터테이너로서 활약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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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구설수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깡' 열풍에 덧붙여진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도 사실상 조롱으로 비쳐지는 여러 문구들과 반응들이 있지만 이것이 비가 그간 이룩해냈던 엄청난 성과를 깎아내리게끔 영향을 줘선 안 될 것 같다. 특히나 비가 맹활약을 했던 시기를 잘 몰랐던 일부 대중이 '깡' 뮤직비디오 하나만으로, '깡'을 보고 굳이 키득거리며 비의 퍼포먼스 또는 음악성을 보이지 않게 깎아내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최소한 비의 전성기를 직접 본 팬들과 대중이라면 이번 '깡' 열풍 속에 함께 포함돼 있는 조롱에 대해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시선이진 않은 듯 보인다.

정작 비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대인배로서 면모(?)도 풍겼다. 오히려 "1일3깡을 안 해줘서 서운하다"를 넘어서서 직접 인기 과자 새우깡 모델로도 나섰을 정도다. '깡'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은 비의 다음 행보에도 더욱 관심이 쏠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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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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