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침입자' 가족이란 이름의 상처를 묻는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5.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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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건축가 서진. 일은 뒷전이고 아내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을 최면 치료로 찾으려 애를 쓴다. 그렇기에 어린 딸을 키우는 게 버겁다. 엄마를 잃은 딸에게, 그저 엄마는 캐나다에 가 있다고 거짓으로 위로한다.

이제는 은퇴하고 호젓한 저택에서 살고 있는 부모님이 서진의 딸을 돌본다. 그런 서진에게 어느 날 연락이 온다. 25년 전 놀이동산에서 잃어버렸던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이다.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서진은, 대뜸 "오빠"라고 하는 유진이 낯설다.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로 판명된 유진은 부모님 저택에서 같이 살기 시작한다. 다리가 아픈 어머니를 위로하고, 엄격한 아버지도 유진 덕에 웃기 시작한다. 엄마가 사라지고 외로워하던 딸도 유진을 잘 따른다.

서진은 그런 유진을 고마워하다가도 어느덧 집에서 자기 자리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서진은 유진이 집안 식구들과 깊게 관계를 가질수록 왠지 모를 의구심과 불안감이 커진다. 정말 내 동생이 맞는 걸까?

더욱이 아내가 사고 났을 당시 CCTV에 유진이 찍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더욱 의문이 커진다. 불안하다. 서진이 유진의 정체를 찾아가면서 점점 감춰진 비밀이 드러난다. 놀랄 만한 비밀이 유진의 웃는 얼굴 뒤에 숨겨져 있다.


'침입자'는 소설 '아몬드'로 이름을 알린 손원평 작가의 상업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가족이 뭔지, 집이 뭔지를 되묻는다. 가족이 사라지고 또 다른 가족이 들어오면서 이 질문은 시작된다. 긴장된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얼마나 같이 살아야 가족인지, 피가 이어져야 가족인지, 같이 있어도 같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가족인지, 그런 가족이 있는 집은 안락한 곳인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 과연 집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묻는다.

서진은 두 가지 큰 상처를 품고 산다. 자신의 실수로 어린 동생을 잃고, 자신의 일 때문에 아내를 잃었다는 죄책감. 이 두 상처는 꽈리를 틀어 그를 옳아 맨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바로 보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면 상처도 사라지리라 믿는다. 범인을 찾으면, 동생을 찾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일 때문에 아내를 외면했던 자신을, 동생을 잃은 만큼 더 가족을 위로했으면 좋았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더 강해지면 된다고 믿고 살아간다.

그런 서진을, 유진은 무너뜨린다. 유진은, 서진이 했어야 할 일들 대신 한다. 가족이란 이래야 한다는 듯 역할을 대신한다. 여기서 오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침입자' 전반부에 이렇게 쌓인 질문과 긴장감은,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갑자기 점프를 하면서 서스펜스를 스스로 갉아먹는다. 심리적으로 쌓은 긴장을, 설명으로 떨어뜨리고, 액션으로 해소하려 한다. 아쉽다. 심리적인 공포를 영상언어로 풀지 않고, 설명과 액션에 기댔다. 그 탓에 전개상 작은 구멍들이 크게 느껴진다. 손원평 감독은 데뷔작이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과 데뷔작이라 선택했을 아쉬움을 고루 보여줬다.

서진 역을 맡은 김무열은, 장르 연기에 능한 배우라는 걸 입증했다. 가성비가 좋다. 유진 역을 맡은 송지효는, 익숙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서 오는 이질감이 영화에 적합했다. 아직 캐릭터의 빈 곳을 연기로 납득 시키지는 못하지만, 이질감은 이 영화에 제대로 침입시켰다.

'침입자'는 도식적인 스릴러와 컬트의 교합이다. 마음의 상처가,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낳고, 그런 마음의 상처들이 모여 최악의 결과로 치닫는 이야기다. 곳곳에 심어진 종교적인 상징이 이 영화의 길라잡이기도 하다. 아쉽지만 반갑다. 모처럼 찾아온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6월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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