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속삭이는 무용]근육질 백조의 아버지

채준 기자 / 입력 : 2020.05.0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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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의 상징 ‘백조’

발레 ‘백조의 호수’하면 순백 의상에 우아한 날갯짓의 가녀린 여인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는 거칠어 보이는 강한 인상의 모습으로 다가온 남자백조로 무용계를 열광하게 한 ‘백조의 호수’가있다.


이 남자백조는 기존에 알고 있는 청순가련의 토슈즈를 신은 백조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꾸고 슈즈를 벗어던진 맨발에 상체를 드러낸 근육질의 모습으로 획기적인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특히 남자백조 주인공 발레리노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백조의 호수 무대의 백조로 분장해 높은 점프를 하던 모습의 영화 끝을 장식한 모습은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남자 백조를 탄생시킨 안무가는 무용계의 이단아이자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안무가로 영국 황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매튜 본 경이다.


매튜 본은 30여 년간의 시간 동안 무용은 물론 뮤지컬, 오페라, 연극, 영화 안무와 연출에 참여하였으며 각종 수상과 함께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안무가이자 감독으로 지금도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매튜 본’ 이름만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이미 유명한 원본이 있는 작품을 선택해 그 원작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이야기로 재탄생되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이 창작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독창적인 스토리가 나올지 기대를 하게 만든다.

남자 백조 탄생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매튜 본은 백조호수 이전부터 고전에서 벗어난 창작 ‘호두까기 인형’으로 이미 발레 혁신을 몰고 왔었다. 그리고 고전발레 ‘카르멘 ’의 음악을 차용해 획기적인 작품 ‘매튜 본의 카 맨’으로 탈바꿈 시켰으며, 영화 가위손 원작을 무대화시킨 ‘가위손 에드워드’와 ‘오스카 와일드’ 소설을 원작으로 영감을 받아 배경을 현대 패션산업 이야기로 펼치는 ‘도리안 그레이등 맨튜 본 스타일의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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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백조의 호수 포스터


천재 스토리텔러라 불리는 매튜 본은 일반적으로 발레를 시작하는 나이에 비해 22세라는 늦은 시기에 무용을 시작하였는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청소년기의 경험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런던 북부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영화와 뮤지컬의 광팬이었으며, BBC 기록보관소에서 일한 경험도 있는데 이때 수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토리텔링에 빠져있었다. 영국 국립극장 정사원으로 일할 당시 서점과 극장 안내원으로 근무하였는데 이때 연극과 무용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이후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하면서 현대무용 교육기관인 라반센터무용과에 입학해 학사과정 3년 동안 전문적으로 안무를 공부하였고, 1987년에 ‘어드벤쳐스 인 모션 픽처스 AMP’를 창단하여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드디어 1995년 남성 백조들의 ‘백조의 호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초연된 이후 1999년에 토니상에서 최우수 연출가상, 최우수 안무가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영국의 웨스트엔드 와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 공연된 작품으로 기록을 세웠다.

2002년부터 세계투어를 시작한 백조의 호수는 유럽 전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매진 사례를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가진 후 네 차례 더 내한공연을 할 정도로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3D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현대발레 작품인 듯 보이는 남자 백조 이야기는 ‘댄스 뮤지컬’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장르로 보통 뮤지컬이 노래, 연기, 춤의 요소가 빠지지 않고 결합하여 연출 된 작품이라면, ‘댄스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가 없이 춤이 주요 표현 수단이 되어 하나의 뮤지컬로 연출한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작품 전체 스토리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매튜 본은 무용에서 많이 사용되는 추상적인 표현이 아닌 1차원적으로 직설적 표현 방법을 이용했고, 필요한 요소들을 삽입하여 매튜 본만의 댄스 뮤지컬의 장르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무용인들과 뮤지컬 분야, 그리고 일반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게 되었다.

‘백조의 호수’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댄스 뮤지컬’, ‘댄스 컬’이라는 장르들이 생겨나서 공연 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확립된 장르는 아니지만 무용 전공자가 아닌 일반 관람객들 영화나 뮤지컬을 보듯 무대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여러 개인이나 단체에서 시도되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장르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콘텐츠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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