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혐의' 안준영·김용범 "'프듀' 조작 죄송..유흥업소 청탁은 NO"[종합]

서울중앙지법=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04.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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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프로듀스X101' 안준영 PD, 김용범 CP /사진=뉴스1


김용범CP, 안준영PD가 '프로듀스' 시즌3, 4 데뷔조 순위 조작을 인정하고 반성하면서도 기획사로부터 청탁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기획사 관계자들도 청탁은 없었다고 한 가운데 안PD의 평균 15회 이상의 유흥업소 출입 대리결제 정황과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결과로 나온 '유착관계', '부탁한다', '기대다'는 표현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7일 오후 '프로듀스' 시리즈('프로듀스X101', '프로듀스48' 등, 이하 '프듀')에 대한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범CP, 안준영PD 등 CJ ENM 엠넷 관계자 3인과 부정청탁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연예기획사 관계자 5인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피고인 8명과 증인 3명이 출석, 김CP, 안PD, 엠넷 '프듀' 시리즈에 참여한 PD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장장 4시간 30분에 걸쳐 피고인 개개인에 대한 검찰의 증거 확인도 이뤄졌다.

먼저 '프듀' 시리즈에 참여한 이 모 PD는 "'프듀'는 2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을 갖고 가급적 많은 연습생을 보여주려고 했다. 4차례 미션 공연을 하면서 각 팀에 2명의 PD와 1명의 작가가 함께했다. 총 16개 촬영팀이 투입됐다. 그렇기 때문에 메인PD가 촬영현장을 다 체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프듀'의 촬영과 편집 방식을 "인물이 아닌 스토리라인 위주로 했다. 설령 '오더'가 있다해도 각PD들이 '그런 그림이 없는데 어떻게 만드냐'고 반문할 것이다. 안PD가 누굴 위주로 찍으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프듀'는 지금까지 촬영팀의 담당PD가 스토리라인을 안PD에게 먼저 보고하고 편집이 이뤄졌다고.

이PD는 검찰이 방송가의 절대 권력을 묻는 질문에 "의례적으로 관계자들에게 '우리 애 어떠냐'는 식의 말을 듣는다. 인사치례로 서로 '부탁합니다' 하고, 안무 영상을 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일은 있다. 방송사과 기획사를 상생하는 관계이고 갑을 관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안PD는 '프듀48' 이후 부담을 느껴 더이상 '프듀' 시리즈를 연출하지 않으려 했지만 '프듀X'까지 연출을 맡게 됐다. 검찰이 이PD에게 "엠넷의 다른 프로그램 연출을 하고 있는데 기획사 관계자와 룸살롱에서 만나적은 있냐" 묻자 그는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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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연출자 안준영PD /사진=스타뉴스


안PD는 '프듀2'가 끝난 후 '프듀3'가 시작하기 전까지 기획사 관계자들과 유독 많은 만남을 가졌던 것에 대해 "시기는 우연의 일치다"라고 말했다. 방송가에서 PD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게 아니냐는 말에 그는 "BTS도 방송의 힘보다 SNS의 힘으로 성장했다. 더이상 기획사의 규모와 상관 없이 방송만 의지하는 시대는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프듀' 시즌 1~3을 연출한 박 모 메인 작가가 증언에서 '조작 논란이 있을 때 항의했지만 안PD가 피드백이 없었다'고 했다. PD에게 최종권한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또 박 작가는 "대중매체를 만드는 이가 잘못을 벌였다. 소수 권력자들에게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안PD는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안PD는 2018년부터 2019년에 집중적으로 기획사 관계자들과 고가의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증거가 포착됐다. 피고인인 기획사 관계자 5인이 안PD와 만나며 14회에서 17회까지 수천 만 원 가량을 결제했다. 안PD는 "내가 바보였던 것 같다. 그런 의도의 자리였다면 안갔을 것이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PD는 한 기획사 연습생이 해당 기획사와 본격적으로 많은 만남을 가진 뒤인 '프듀' 시즌3부터 출연한 것에 대해 "2018년부터 가게 된 건 나중에 인지했다. 기획사에서 출연을 부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연습생 출연을 부탁했다"며 기획사의 '부탁한다'는 인사가 있었던 것에 대해선 "'부탁'은 업계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모든 매니저들이 '잘 봐달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검찰이 "피고인 중 또 다른 기획사 대표가 '우리 연습생이 30위 안에 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듀'는 조작이 70%'라고 말했다"며 "해당 기획사 대표가 생활이 어려워졌음에도 (안PD에게) 1년 3개월 동안 3840만 원을 결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PD는 "내가 형임에도 그런 줄 모르고 한 것이 미안하다.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말로만 신경쓴다 한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기획사가 출연만 시켜달라 한 정황이 있다. 이것도 부정청탁이 아니냐"고 묻자 안PD는 "단호히 말씀드리는 것은, 얘길 듣고도 101명의 참가자로 출연시키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기획사 대표도 안PD와 만나며 2500만 원 이상을 유흥업소에서 결제했다. 향응성 접대 의혹에 안PD는 "그런 의도를 받지 못했다. 피고인 5명은 업계에서 친한 형, 동생이었다"고 말했다. 앞선 두 기획사 대표가 나눈 대화 중 '유착관계'란 표현을 쓰며 걱정하는 내용이 나오자 안PD는 "동기가 부정했다면 내가 먼저 연락했을 것이다. 청탁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획사에서도 안PD에게 17회 유흥주점 결제를 한 증거가 제시됐다. 이 기획사 대표는 다른 기획사 대표에게 "넌 안준영밖에 기댈 데가 없냐"는 말을 한 내용이 드러났다. 피고인들은 휴대폰에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휴대폰을 교체해 과거 메신저와 통화 기록을 지우려는 시도를 했다. 이에 대해선 "소속사 아티스트에 대한 민감한 내용이 언론에 노출될까봐 그랬다"고 밝혔다.

안PD는 "'프듀' 메인 PD로서 사사로운 감정으로 프로그램에 해가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가 되고 '업무방해죄'가 되는 줄 모르고 술을 마셨다는 걸 알았다. 술자리에서 '프듀' 공정성을 해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사건 이후 연습생에 대한 2차 피해가 제일 걱정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구속된 후 약 6개월간 들었던 생각으로 그는 "사건이 불거진 7월 이후 하루하루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열심히 노력한 연습생, 그들을 응원한 시청자들, 스태프들에게 제대로 사과도 못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제 잘못된 행동 반성하고 후회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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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김CP는 '프듀48'과 '프듀X'가 방송되기 전부터 해당 방송의 최종 데뷔 멤버와 순위, 득표율을 조작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며 "방송 회차가 지날수록 데뷔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걱정했다. 최종 투표 전 상황을 보니 예상과 다르게 나왔다"며 "이미지, 인기에 따라 최종 순위를 조작했다. 소속사를 고려해서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송 사전부터의 조작은 인정했지만, 기획사의 부정청탁을 받고 결과가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는 '프듀' 마지막회 생방송 이틀 전 최종적으로 순위를 말하게 됐다며 "시즌3 경우 한국과 일본의 연습생이 참가한 가운데 시청률과 화제성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대중이 원하는 사람으로 구성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안PD, 이PD와 연습생 20명을 놓고 회의해 최종 순위를 정했다. 방송, 온라인 데이터, 현장PD 의견을 듣고 정했다. 생방 이틀 전 투표 추이를 보고 자책감 속에서 최종 데뷔 멤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CP는 "마지막 생방송 촬영 전날 한 연습생이 데뷔조에 들고싶지 않다고 해서 그렇게 처리했다. 생방이 얼마 안남아 처리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1월 구속된 후 약 6개월 동안 들었던 생각으로 "저로 인해 상처 받은 시청자, 연습생, 회사와 동료들에게 죄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저의 구금생활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종영한 '프듀X101'은 종영 당시 최종 투표 결과에 대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김용범CP, 안준영PD 등이 그해 11월 5일 구속됐고, '시즌1'부터 '시즌4'까지의 '프듀' 시리즈 전체에서 일부 멤버 순위에 대한 조작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특히 김CP, 안PC를 포함한 엠넷 관계자 3인은 '프듀' 시즌3, 시즌4에서 아이즈원과 엑스원 데뷔 멤버를 임의로 정해 순위를 조작,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라고 칭해 문자투표 요금을 받고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안PD는 연습생의 방송 편집들을 유리하게 해달라는 등의 청탁을 받으며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수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받는다.

앞선 공판기일에서 '프듀' 제작진의 변호인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연습생 소속사 관계자들로부터 부정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제작진은 시청률 압박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기획사 관계자들 또한 '프듀' 제작진과 단순 술자리를 가졌을 뿐 향흥성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3차 공판에 출석한 증인 '프듀X' 메인 작가와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도 특정 연습생에 대한 특혜가 없었다고 했다.

다음 기일은 5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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