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n번방' 솜방망이 처벌 언급 [★밤TView]

전시윤 기자 / 입력 : 2020.04.0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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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PD수첩' 캡처


'PD수첩'에서 일명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솜방망이 처벌을 꼬집었다.

31일 오후 11시에 방송된 MBC PD수첩 '악의 끝판, N번방'에서는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이른바 'N번방' 사건을 다뤘다.


'n번방'은 별명 '와치맨'이 '고담방'이라는 단체채팅방을 개설한 것이 시초다. 이어 수많은 불법 성 착취 동영상들이 퍼졌고, 그중 가장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것이 '갓갓'의 'n번방'이었다. 후 '박사'가 활개 쳤다.

이날 대학생 2명으로 이루어진 'n번방 사건' 추적단 '불꽃'은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들이 요가 자세를 시킨다든지 이상한 자세를 요구한다. 눈을 까뒤집고 혓바닥을 내미는 이상한 표정을 찍어 보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사는 돈이 목적이다. 어린 여성들이 어떤식으로 되든 상관이 없다. 되게 악랄하다. 본인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의 영상을 그런 식으로 돈 받고 팔았다는 게 (악랄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장의사 박형진 씨는 "아르바이트로 유인을 한다. 그러면 입금해야 하니 통장 사본 사진을 보내 달라 한다. 일단 첫 번째로 낚인 거다. 그리고 '적힌 주소로 찾아간다' 등 협박을 하니 피해자들이 두려운 거다'며 "그래서 '사진을 보내주면 금방 없어지니 괜찮다, 보내라'고 해서 사진을 보내는 거다"고 피해 사례를 들었다.

n번방 운영자들은 추적을 피하고자 가상화폐로 성 착취 동영상 값을 받았다. 2단계가 50만 원이었고, 3단계가 150만 원이었다. 단계별로 나눠진 이유에 박형진 씨는 "3단계에 가면 '연예인 자료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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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PD수첩' 캡처


피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피해자는 "내 신원이 유출돼 경찰 신고가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로그인했더니, 내 정보가 유출됐다"며 "'경찰이라서 너 신고당한 거 안다. 수사에 들어가야 하니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주소나 학교, 학과, 직업 이런 정보들을 싹 다 달라고 한다. 부모님께 연락 갈 수 있으니 막아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면 얼굴이 다 나오게끔 옷을 하나하나 벗는 영상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무서워서 내가 3~40분 정도 대답을 안 하니 '안 할 거냐'면서 재촉하더라. 이내 내 개인정보를 뿌리겠다며 '5, 4, 3, 2, 1' 초를 세고 '개인 정보 뿌리겠다. 알아서 해라' 이런 식으로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전 남자친구가 텀블러(SNS 중 하나)에 용돈 벌이를 한다며 나랑 성관계한 동영상을 팔았고, 그걸 와치맨이 얻었다"며 "이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이용자를 모았다. 영상을 내려달라 호소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삭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자위행위 하는 남자들의 알 권리다'라고 조롱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박형진 씨는 "피해자 집 주소가 나오면 '집 근처 가봤다'고 하며 찍거나 피해자 전화번호가 있으면 sns에 올렸다. 성범죄 피해자인데도 그렇게 장난으로 웃고 떠들고. 2차 가해하는 것들이 놀이가 됐다"고 전했다.

말을 듣지 않는 피해자들은 일명 '박제방'을 따로 만들어 관리했다고. 그는 "불법 촬영 피해자들을 박제했다. 거기 일부러 남겨 두고 전시하는 거다. 엄청 악의적이다. 방 제목이 '대한민국 X녀'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피해를 당한 사람들만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4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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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PD수첩' 캡처


'n번방'에서 활동하는 이용자들과 운영자도 나왔다. 과거 'n번방'을 운영했다는 운영자는 "잡히기 전까지 경찰의 존재를 아예 망각했었다. 안심했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경찰이 없구나'고, '무법지대구나'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n번방' 가해자들은 21세기형 연쇄살인마다. 일반 살인범과는 달리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까지 한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N번방'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와 전화 통화도 이루어졌다. 해당 이용자는 "자나 경찰 같은 사람들이 유입되면 단체채팅방이 터지지(없어지지) 않냐. 방이 터지는 걸 막기 위해 그런 사람들의 신상을 딴다. 내가"라며 "당연히 우리한테는 손해니까. 그거를 막는다. 몇 천 명을 모집하려면 한참 걸리기 때문. 한 달은 기본적으로 걸리니 무조건 손해다. 그래서 기자 유입이 싫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에게 성 착취 동영상 방은 일종의 사업이 됐다. 입장료를 받거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연결해 광고 이익도 얻었다.

운영자는 이어 "수익은 있는 방도 있고 없는 방도 있다. 불법 도박사이트나 다른 사이트로 돈을 벌 수도 있고, 안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영상을 판다든지 신상을 털든지 해서 돈을 얻을 수 있다"며 "하루에 평균 12만 원이니까 일 안 해도 30만 곱해도 360만 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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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PD수첩' 캡처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가벼운 법 처벌도 있었다. 프로젝트 리셋팀은 "그냥 걸리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변 사람들한테만 좀 그렇고, '망신 받고 말지'라고 생각한다. 딱히 본인에게 해가 가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성문만 쓰고 벌금 좀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우리나라 법으로는 중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없다. 이에 'PD수첩'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다. 과거 '다크웹' 사건 때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동영상을 소지하거나 단순 시청하기만 한 사람도 평균 5년의 중형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시 사이트 운영자 손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과장은 "사실 디지털 성범죄를 고치기 위한 골든타임이 몇 차례 있었다. 2017년 '소라넷'부터 2018년 '웹하드 카르텔', 2019년 '버닝썬 게이트'가 예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을 향해 이루어지고 있는 집단적인 혐오 범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벌돼야 하는 대상들이 가벼운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지금의 텔레그램 성범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갓갓이든 박사든 26만 명을 모이게 한 사람이나 다름없는데, 3년 6개월밖에 안 받는다는 건. 방 하나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난 거나 다름없다. 하루 만에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고, 내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가해자가 그 정도로 벌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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