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풀인풀' 오민석이 '멋짐'을 내려놓았다[★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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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민석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오민석(39)이 데뷔 15년 차에 대중과 급속도로 친숙해졌다. 오민석은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에서 조윤희와 함께 하이퍼 리얼리즘 부부연기를 펼치며 '서브 커플병 유발자'로 태어났다. 또 최근 SBS 관찰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 엄마에게 살림 도움을 받는 일상을 가감없이 공개한 그는 '기생충'이란 상상 초월의 별명까지 얻고 주말 안방극장에서 활약했다.

'사풀인풀'에서 오민석은 극중 인터마켓의 대표인 재벌3세 도진우 역을 맡아 아내 김설아(조윤희 분)를 두고 문해랑(조우리 분)과 바람을 피우다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김설아가 이혼 후 문태랑(윤박 분)과 새 사랑을 찾자 후회하고 다시 직진의 마음을 전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극 초반 '혈압 유발자'였던 도진우는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조강지처의 사랑에 목매는 태세 전환으로 '웃픈 부부 관계'를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도진우는 새로운 연적 문태랑과 티격태격 삼각관계를 펼쳤고, 그는 결국 김설아와 재결합하고 해피엔딩을 맞았다.

'사풀인풀'은 뭔가 되기 위해 애썼으나 되지 못한 보통사람들의 인생재활극. 울퉁불퉁 보잘것없는 내 인생을 다시 사랑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소확행' 드라마. 지난 22일 최고 시청률 32%를 기록하고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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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민석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사풀인풀'이 6개월 간의 긴 방영을 끝으로 종영했다.

▶시원섭섭하고 아쉽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종방연을 못해서 최근 감독님, 배우들만 모여서 미니 종방연을 했는데 그제야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방 자리에서 조유정 배우가 아쉽다고 눈물을 흘리더라. 오랫동안 한 작품이 처음이어서 정이 든 것 같았다. 다들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종방연을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나중에 밖에서 또 따로 보기로 약속했다.

-최고 시청률 32.3%로 기존 KBS 주말극보다 성적이 높진 않았다.

▶시청률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안 했다. 주말극이 시청률이 잘 나오는 시간대이고 이전 작품에 비해 우리가 시청률이 많이 나온 건 아니란 말도 있었는데, 스태프들이 열심히 재미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뒀고 개의치는 않았다.

-이번 작품이 오민석에겐 어떻게 다가왔나.

▶나름대로 재미있게 했던 작품이다. 예전엔 뭔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번엔 물 흐르듯 욕심 없이 편하게 했다. 내가 예전엔 막내고 선배님들이 많은 작품에서 촬영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내가 맏형이어서 심적으로 편했던 것도 있겠다. 인물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어서 헷갈리지 않고 연기 할 수 있었다.

-도진우란 캐릭터가 극 초반 욕을 많이 먹었는데.

▶도진우가 왜 누워있다 일어나서 전 부인을 되찾으려 집착하고 사랑을 갈구할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스스로 절실한 욕망이 있었겠다. 그런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도진우를 싫어했겠지만 나는 연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작가님이 도진우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도 악역을 해본 적은 있지만, 내가 좀 불쌍하게 생겼나 보더라. 생각만큼 심각하게 욕을 먹은 것 같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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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민석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사풀인풀'에서 힘이 됐던 선배들은?

▶선생님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박영규, 김미숙, 나영희, 박해미 선배님 등 세트에서도 물론이고 인생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 연기자로서 해야 할 일, 모니터링 후기도 말씀해주셨다. 김미숙 선배님과 데뷔작부터 '부탁해요 엄마'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같이 했다. 내가 병원에 6~16부까지 누워있었는데 그걸 보시고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찍고 있는데 나는 누워있으니 소외된 감정도 들었고, 윤박과 조윤희 씨가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내가 다시 못살게 굴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걱정했다.

-'서브 커플병 유발자'로도 활약했다.

▶나도 처음에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서 놀랐다. 박해미 선배님이 '내 욕 네가 다 가져갈 거야'라고 농담도 하셨는데 조윤희 씨와의 커플을 응원해주셔서 처음엔 의아했다. 마지막쯤에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시청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중후반까지 시청자들이 커플 성사를 하는지 궁금해하셨는데 점차 나도 설아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우리 모두 마지막에 어떤 커플이 성사되는지는 몰랐다.

-시청자 반응 중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다면?

▶커플 지지를 많이 받았다. 내가 극중에서 바람을 폈던 인물이었는데 모두가 그걸 예상하지 못했다. 박해미 선배님이 내가 일어나면 엄청난 욕받이가 될 거라고 하셨다. 시청자들이 싫어하시겠다 싶으면서도 역할대로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커플 지지를 해주셔서 많이 놀랐다. '동반자살'이란 얘기가 시청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였겠구나 싶었다.

-아직은 미혼이다. '사풀인풀'에서 부부 연기를 한 후 결혼 생각이 드는지.

▶결혼 생각은 안 들었다. 결혼에 대해 생각이 별로 없다. 부부의 모습이 행복해보이긴 했다. 비혼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일 때문에 바빠서인지 아직 결혼을 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사풀인풀' 팀의 현장 합은 어땠나.

▶내가 제일 맏형이었는데 배우들이 다 너무나 착해서 분위기가 좋았다.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힘이 돼준 것 같다. 내가 하나로 모으는 그런 역할을 잘 못해서 미안하기도 한데 아이들이 잘 따라준 것 같다. 바쁘게 드라마가 흘러가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텐데 서로 잘 챙겨준 것 같고 오히려 챙김을 받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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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민석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주말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같이 연기하는 스태프들, 배우들과 유대관계가 깊어진 것 같다. 드라마 이외의 부분에서 인간적으로도 성장을 한 것 같다. 선배, 후배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 롤이 뭔지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 매너리즘에 빠지려 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서 적당히 타협을 할 때가 있는데 전작을 하면서 그런 것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푸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 중에 그런 게 보이면 기분 안 나쁘게 '안정적이라 생각하지 말아라'고 얘기를 해주는 편인 것 같다.

-2019 KBS 연기대상에서 '사풀인풀'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솔직히 상을 받을 거라고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드라마 중반이었고 극 중 내가 눈 뜨고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상을 받고 난 후 너무 감사했고 열심히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상을 받아도 되나 싶었고 부담도 들었다. 어떻게 연기할까란 생각도 들었는데 되게 감사했다. (설)인아, (김)재영이도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드라마를 잘 해봐야겠단 생각이 있어서 마냥 기뻐하기 보다 책임감을 더 가지게 됐다. 그 와중에 수상 소감을 말하는데 함께 후보에 들었던 (윤)박이를 못 쳐다보겠더라. 그런데 박이가 누구보다 저를 많이 축하해줬다.

-'사풀인풀'을 하던 도중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이 사라졌다.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기 힘들지 않았나.

▶나는 댓글이 없어져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댓글로 인한 많은 사건사고가 있지 않았나. 작성자는 얼굴과 신상이 공개가 안 되니 뒤에 숨어서 악플을 수위 높게 달더라. 인격을 다치게 하는 댓글은 나도 경험해봤지만 타격이 크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겼는데 어린 연예인들은 그런 것들이 되게 힘들 것이다. 악플러가 그런 댓글을 자신이 받는다면 견딜 수 있을까 싶었고 스트레스를 댓글로 푸는 건가, 연예인이 악플을 받는 게 숙명인가 싶었다. 반응은 다른 데서 짤 조회수 등으로 확인할 수 있겠다. 주위에서 해주시는 말도 참고를 했다.

-오민석이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미우새'에 나온 미운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아들 연기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웃음) 미운 아들이 어떤 모습인지 '미우새' 방송 속 내 모습을 보며 느꼈다.

-데뷔 15년차 연기자로서 현재 가지게 된 목표는?

▶예전엔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 연기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나에게 오는 작품은 '인연'이라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가 맡은 역을 충실히 하다 보면 목표에 다가가지 않을까 한다. 차근차근 해 나아가고 싶은데 스펙트럼이 넓었으면 좋겠단 갈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나의 실장님, 강대리 같고 차가운 모습을 '미우새'에서 빼준 것 같았다. 이번 작품 역시 기존 작품의 모습과 차별화된 것 같아서 좋았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정복이 안 되고 어려운 것 같다. 본인이 연기를 잘하고 있는지 자각하기가 어려운데 선후배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고 궁금해한다. 작년에는 단편영화 연출도 해봤는데 그런 것들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연기엔 정답이 없으니 하나씩 해 나아가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멋있는 기는 최대한 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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